블라인드(Blind) 小考
블라인드(Blind) 小考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8.06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COLUMN 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 19
▲ <어두워질 때 까지>의 명장면 집안에 전등과 불빛은 선을 끊어 제거하고, 이어 휘발유를 분사한다. 그리곤 성냥에 불을 붙여 가까이 오면 놓겠다고 해 암살자를 수세에 몰리게 한다. 그러나 암살자는 냉장고 문을 열어 실내를 밝게 하면서 반전을 꾀한다.
▲ 이경호 회장 영림목재(주)

[나무신문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사고로 시력을 잃은 수지는 사진가인 남편, 샘과 작은 반 지하 아파트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샘은 공항에서 낯선 여자에게 우연히 인형을 받게 되는데, 사실 이 인형에 많은 양의 헤로인이 들어 있었고 마약 조직과 살인 청부업자는 인형을 되찾기 위해 수지의 아파트로 침입한다. 그들은 수지가 장님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일인다역을 해가며 이 집 어딘가에 있을 인형을 찾아내고자 남편을 이런저런 이유로 밖으로 보낸 후 수지의 심리를  혼동 시키고자 한다.

악당들이 그녀를 속이는 사이 무언가 수상함을 눈치 챈 수지는 이웃집 소녀, 글로리아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의 힘으로 상황을 추리하고 정리해나간다. 밤이 되고 어둠에 익숙한 수지는 작은 아파트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살인 청부업자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치열한 대결을 벌인다. 오히려 암흑과 집 구조에 적응되어왔고 소리에 민감한 주인공이 점차 대반전을 가져오게 된다>.

청순하고 가련한 모습의 ‘오드리 헵번’과 ‘알란 아킨’이 주연을 맡은 ‘테렌스 감독’의 영화 어두워질 때 까지/Wait Until Dark’의 스토리다. 앞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과 세 명의 악당들과의 심리적인 대결, 특히 냉장고 불빛과의 싸움과 주인공의 성냥불 키는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맹인 역을 맡아 열연한 오드리 헵번은 1968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그 상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케서린 헵번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의 영화가 여럿 보인다. 아마도 스릴러 장르에서 볼 때 주인공이 눈이 먼 상태에서의 극적인 진행이 극도의 공포와 긴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판타지적인 얘기도 나온다. 시계를 아주 잘 만드는 ‘케토’는 맹인이었는데 사랑하는 아들을 어쩔 수 없이 전쟁터에 보냈고 곧 아들의 죽음을 통보받게 된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새롭게 지어지는 기차역에 붙일 시계를 거꾸로 가게 만든다. 

시계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했지만 케토는 일부러 거꾸로 가게 만들었다며 그러면 죽은 아들이 혹시 살아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만들었다고 한다. 그 후 한 아이가 태어나는데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80대 할아버지의 모습인데 케토의 환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우리나라의 영화로는 한국프로듀서조합 주최 ‘2009 Hit By Pitch’에서 최고 인기 프로젝트상을 수상한 ‘블라인드’가 있다. 경찰대 출신의 시각장애인 ‘수아’가 시각을 제외한 나머지 감각만으로 사건을 추적해가고, 그녀와 달리 앞을 볼 수 있는 범인에게 위협을 당하는 장면이 부각된다. 

사건의 목격자가 된 것에서 오는 긴박감과 더불어 안내견 ‘슬기’와의 유대감은 서로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만들어 영화에 온기를 넣어주고 또한 서로의 감각이 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는 휴먼 스릴러를 보여준다.

스릴러, 미스터리로 구분되는 영국의 ‘블라인드 리벤지’도 있다. 영국 런던의 외곽에 있는 어느 외딴 저택에서에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곳에 끔찍한 사고로 두 눈을 잃어버린 유명작가이자 예술 평론가인 ‘폴’이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써줄 대필작가를 구하게 되고, 지적이며 매력적인 여성 ‘제인’이 고용된다. 이제 두 사람은 책을 계기로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지만, 서서히 제인은 수상한 일을 일삼기 시작한다. 

이에 폴은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낌새를 알아차린 후 제인을 경계하기에 이르는데 이미 두 사람 사이에 비극은 벌어지고 있었다. 영화제목대로 그녀의 사적인 복수가 시작된 것이다.

중국 영화로는 유덕화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맹탐(맹인 탐정/ Blind Detective)이 있다. 엽기적인 살인, 가학적인 수사 방법, 코메디 등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그 사건들을 해결해 가는 가운데 홍콩식 유머가 첨부된다.
또한 “안내견, 인간의 길을 안내하다”라는 부제로 ‘퀼/Quill’이란 일본 영화가 있다. ‘마토’씨의 집에서 리트리버 5마리가 태어나는데 그 중 한 마리 옆구리에 새의 날개를 편 것 같은 얼룩무늬를 가지고 있다. 

이 강아지는 ‘니이’씨의 부부집에서 키워진 후 맹도견 훈련센터로 보내지며 맹인견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이어 맹인 ‘와타나베’씨와의 생활을 함께 하면서 훈훈한 스토리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프랑스 영화인 ‘블라인드 맨’에선 “인간은 보이지 않는 공포도 죽음에 대한 공포만큼 크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위의 영화에서 보듯이 보통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 자체가 인간의 공포심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장님이 청각이나 촉각이 일반인보다 발달했기 때문에 비록 보이지는 않아도 더 완벽하고 디테일하게 살인을 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너무 흔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그에 대해 고마움을 잊고 산다고 한다. 공기, 물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몸이 건강하면 그 건강 자체의 중요성을 잊을 수 있으며 예컨대 머리털이 풍성한 사람은 탈모의 고통을 모를 것이다. 

요즈음 다소 음주를 과하게 하거나 늦게 잠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려 하면 눈이 뻑뻑하고 신문의 글자가 흐릿해진다. 눈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눈의 휴식을 배려치 않은 탓이다. 

지난 5월10일부터 15일까지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2015 IBSA(국제 시각장애인 스포츠연맹) 월드게임’이 서울 잠실과 성남, 인천, 안양 등지에서 열렸다. 

4년제인 이 대회는 올해로 5회를 맞았으며 아시아에선 한국이 처음으로 개최했다. ‘보자 열정으로, 뛰자 희망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번 대회엔 한국, 러시아, 터키, 스페인, 일본, 중국 등 세계 60국에서 1626명의 선수단이 축구, 역도, 체스, 볼링 등 9개 종목에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그렇다면 우리 일반인들은 과연 이 국제스포츠 축제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으며 응원을 했던가. 시각장애인의 축제이지만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우리들도 박수와 격려를 보냈어야만 되지 않았을까. 

언론과 방송매체도 좀 더 관심을 갖고 보도에 임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긴 장애인 스포츠대회에도 그러했는데 시각장애 스포츠만 강조하기도 어려울지 모르겠다.

어쨌든 최근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민 대부분이 특히 자라나는 유아,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눈을 혹사당해 눈 깜빡임이 절반으로 줄어 건조증이 유발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력이 자라고 있는 영유아-소아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은 눈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초점을 맞추는 수정체 근육의 조절력이 미숙한 상태에서 너무 가까운 곳을 보게 되면 실제로 안구 모양이 변하고 망막이나 시신경의 두께가 얇아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들어 여러 블라인드 관련 영화를 보며, 우리 가족 그리고 우리 친구들에게 눈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껴야 함을 이 기회에 함께 돌이켜 보고자 한다. 더불어 시각장애로 어둠속에 사시는 이웃들도 생각하며 늘 고맙게 감사하고 우리 주변에의 베품과 남을 포용하는 아량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경호 회장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한국파렛트콘테이너협회 명예회장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주한피지대사관 명예영사
아세아파렛트시스템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