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미래를 엿보다
건축의 미래를 엿보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07.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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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 아키토피아의 실험전

[나무신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에서 건축전이 펼쳐진다. 9월까지 열리는 해당 프로그램들은 국내 신진 건축가들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작가를 접할 수 있어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해 많은 관람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와 ‘아키토피아의 실험’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노션건축(김민석, 박현진)+빅터 장/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축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국립현대미술관이 뉴욕현대미술관, 현대카드와 공동 주최하는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 18_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열린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은 뉴욕현대미술관(MoMA-PS1)이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프로젝트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1998년 시작해 2010년부터 칠레, 이탈리아, 터키로 확장 전개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뉴욕현대미술관과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온 현대카드와,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국내 신진 건축가들에게 갖는 의미에 주목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프로그램을 주최하게 됐다.

▲ SoA(강예린+이치훈).
▲ SoA(강예린+이치훈), <지붕감각>.

올해 최종 건축가로 선정된 ‘SoA(이치훈, 강예린)’의 작품 ‘지붕감각’은 서울관 미술관 마당에 설치돼 9월 30일까지 공개된다. 오늘날 잊혀져가는 지붕의 느낌을 되살려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커다란 갈대발을 이용해 미술관 마당에 대형 지붕을 설치했다. 이는 주름지고 과장된 지붕을 통해 지붕이 깨워내던 감각을 다시 질문하는 작업이면서 또한 비워진 마당을 채우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지붕감각은 경관을 담는 그릇이며 감각을 열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시원한 그늘과 갈대발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발의 움직임과 소리는 자연의 감각을 선사하며, 새로운 지붕의 의미를 전달한다. 

▲ 국형걸, <또아리망>.
▲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서울산>.
▲ 씨티알:플롯(오상훈, 주순탁), <공기산>.

제8전시실에서는 최종 건축가인 ‘SoA(이치훈, 강예린)’를 비롯해 최종 후보군에 오른 ‘국형걸,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씨티알플롯(오상훈, 주순탁), 건축사사무소 노션(김민석, 박현진)+빅터 장’의 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국내에서 1차로 추천받은 건축가들과 2015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제 파트너 기관들의 우승작 및 최종 후보작도 전시된다.
전시 관계자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는 국내 젊은 건축가에게는 역량을 키울 기회를, 관람객은 이들의 창의성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 강홍구, <드럼통>, 200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건축전
‘아키토피아의 실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건축 부문 기획전시 ‘아키토피아의 실험’이 6월30일부터 9월27일까지 개최된다. 

아키토피아의 실험은 건축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주제로 삼고 있다. ‘아키토피아(Archotopia)는 건축(Architecture)과 유토피아(Utopia )를 뜻하는 말로 건축의 이상향을 일컫는다.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건축의 사회적 실험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세운상가, 파주출판도시, 헤이리아트밸리, 판교 등 196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아키토피아의 욕망이 투사된 장소들을 재탐색한다. 

▲ ‘아키토피아’ 전시장 사진.

건축가, 사진작가, 비평가, 미디어 아티스트, 만화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은 도시 구조의 일부 혹은 건축 전시장과 같은 모습의 장소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과거와 현재 시점에서 기록한 각기 다른 작품들을 선보인다. 

▲ 김수근. <세운상가 건립계획_서측입면도, 남측입면도>, 1966.

또한 서울시가 소장하고 있는 세운상가 청사진 도면이 50여년 만에 공개되며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아트밸리 관련 미발표 자료들도 함께 살필 수 있다. 아키토피아의 실험전은 개발시대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건축이 저성장 시대의 오늘날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지 모색해보고, 건축의 열망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도시 풍경에 대한 비평적 성찰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 김용관, <헤이리 2015>, 2015.
▲ 신경섭, , 2015.

한편 아키토피아의 실험전은 사진부문 기획전시 ‘우리가 알던 도시’와 ‘도시’라는 주제를 공유하며 연계 기획됐다. 관람객들은 두 전시를 통해 도시를 향한 건축가들의 낙관적 태도와 사진가들의 비판적 시선을 대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이종석, <파주 출판도시의 2008 여름>, 2015.
▲ 이영준, <왜 판교는 창문을 싫어할까>, 2015.
▲ 이영준, <왜 판교는 창문을 싫어할까>, 2015.

기획 의도

“유토피아적 상상력은 
건축을 작동시키는 힘”

건축은 어떤 장소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건축에서도 유토피아는 역사적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공했다. 이는 특히 세계전쟁 이후 근대화된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건축가들의 비전에서 극대화됐다. 백지화된 상태에서 모든 것들을 재건해야 했던 변방의 한국에서는 이 유토피아의 실험방식이 매우 빠른 속도로 기이하게 가동됐다. 건축가와 정치가는 한배를 타고 국가 개발의 이상을 향해 전진했다. 

 

그로부터 50여 년. 많은 욕망이 거세된 ‘기대 감소의 시대’인 지금, 과연 우리 건축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건축가들의 이상으로 탄생한 ‘아키토피아(Archi-Topia)’는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질 것인가. 이것이 이 전시를 시작하는 질문들이다. 

이번 전시는 개별 건축물에 대한 소개보다는 건축 유토피아라는 이상을 담은 특정한 현상을 탐색하기 위한 레이아웃을 펼쳐 보인다. 사진, 드로잉, 영상, 그래픽, 텍스트와 같은 혼성적 요소를 마치 잡지의 특집 기사를 보는 것처럼 적절히 시각적으로 배치해 생생한 읽기 경험을 강조한다.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 사진가, 평론가,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아키토피아의 실험을 포착하는 이미지 수집가이자 제작자로서 특정 시점에서 드러난 유토피아의 흔적을 보여준다. 
홍예지 기자  /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