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寫장 掌칼럼 | 풍경과 속도
나 사寫장 掌칼럼 | 풍경과 속도
  • 나무신문
  • 승인 2015.07.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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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사물들이 무섭도록 빠르게 눈앞을 스치듯 멀어진다. 멀리 두고 볼 때, 그 사물이나 풍경의 윤곽을 어림짐작하고 눈앞을 스쳐가는 동안 그 실체를 감각으로 느낀다. 속도에 속도를 더하는 소리가 기계음으로 귓가로 다가온다. 윙윙 슉슉, 구르는 바퀴에 조금 더 힘이 가해지는 동안 눈앞의 풍경은 이미 선이다. 점, 점들이 이어져 만들어 내는 정방형의 넓은 몽타주. 나는 이미 그 속을 오래 전부터 유형해 왔으므로 그 속의 일부이며 동시에 그 풍경의 관찰자로 유의미하다.

 

오래 전 읽은 적 있는 책의 서평 제목에 풍경과 상처가 있다. 풍경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은 그 개개의 사정을 탐해보기 전에는 다만 그 외면이 보여주는 느낌에서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오랜 시간 같이 숨쉬고 뒹굴다가 알게 되는 내면의 복잡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그 단순하고 획일적이기까지 한 외면의 이미지는 달라지고 많은 대상들의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들이 서로서로 유의미한 대칭과 비대칭을 관찰하는 자의 경험과 이야기에 맞추다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 그래 상처다. 풍경에서 보이는 아름답고 아름다워야 할 미래적인 상처 말이다.

▲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나재호 대표

속도를 마냥 높이는 게 삶의 질과 내용의 발전에 능사가 아님은 당연하지 않은가? 시속 300킬로에 육박하는 고속열차보다 자주 역마다 서고 가는 저속열차를 타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다.

글·사진 _ 나재호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