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지하삼림
백두산 지하삼림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7.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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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 20-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 백두산 북쪽에 있는 지하삼림지대. 골짜기 밑을 흐르는 하천은 삼림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나무신문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白頭山)은 산세가 험준하고 지형이 복잡하다. 지리적으로는 북한과 중국 동북지방이 마주하는 국경지대에 있으며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백두산을 정점으로 동남방향으로는 마천령(摩天嶺)산맥의 높이 솟은 산들이 장엄한 모습으로 달리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장백(長白)산맥이 동북에서 서남방향으로 펼쳐져 있다. 중국인들은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필자는 심양(沈陽)에 있는 중국인 여행사를 방문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필자는 시내에 있는 그 여행사를 찾아가서 필담(筆談)으로 白頭山이라고 쓰자 여행사 여직원은 금방 알아차리고 자기들은 長白山이라고 부른다고 하며 관련된 여행상품을 내놓는다.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몇 곳이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중국 길림성(吉林省)의 길림시에서 출발하여 이도백하(二道白河)읍을 통하여 올라가는 북쪽 길을 택하였다.  


오전 5시 30분에 이도백화 숙소를 출발하였지만 한 여름이라 주위는 벌써 밝아졌다. 이도백하 읍을 벗어나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자 도로 양편으로는 울창한 원시림 삼림지대가 펼쳐진다. 21만ha(약 7억평)에 달하는 이 넓은 지역을 중국정부에서는 국가급중점공익림구(國家級重点公益林區; National Important Public Interest Woodland)라고 부르며 삼림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으므로 해발 1,000m 이상에 있는 백두산의 원시림이 깨끗하게 보존되고 있다. 혼효림(混淆林)지대로서 자작나무, 낙엽송, 삼나무, 적송(赤松), 흑송(黑松), 단풍나무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으며 어떤 곳에는 자작나무의 순림(純林)도 보인다. 도로 왼편에는 협곡부석림(峽谷浮石林)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천년 전에 백두산이 폭발할 때 쌓인 재가 풍화되어 삐쭉삐쭉 솟아 올라서 기이한 형상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언덕을 올라가면 큰 정문과 함께 그 옆에 매표소가 나타난다. 백두산 천지(天池)에 오르기 위해서 입장료를 내어야하는 곳이다. 백두산 천지는 바람이 세고 일기변화가 크므로 일반적으로 연중 7,8월이 방문하기에 좋다고 한다. 이때는 천지 위에 안개나 구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천지를 볼 수 있으나 다른 기간에는 천지에 오르더라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필자가 천지에 오른 날은 날씨가 완벽하였으므로 눈 앞에 펼쳐진 천지를 마음껏 잘 볼 수 있었으나 바로 전날은 가랑비가 뿌렸으므로 이날 천지에 올라간 사람들은 거기까지 가 놓고도 천지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백두산의 기후는 높이에 따라서 수직적 분포가 뚜렷하므로 산 밑에서 산 정상까지 온대(溫帶)에서 한대(寒帶)에 이르는 변화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천지에 오르는 도중에 주위를 살펴보니 해발 2,000m 이상에서는 나무가 보이지 않고 낮은 관목과 풀만 보인다. 특히 2,000m 바로 밑에는 바위지역에서 자라는 자작나무가 많이 보인다. 중국인들은 이 나무를 악화수(岳樺樹; 학명 Betulaceae Betula ermanii)라고 부른다. 유럽인들은 이 나무를 에르만스 버치(Ermans Birch)라고 부르는데, 바람이 심한 고산지대(높이 1,300~2,000m)에서 생육하다보니 성장을 끝내고서도 수고가 낮고(5~10m), 직경이 작으며(10~20cm) 나무 높이 2~3m에서 큰 가지가 나와서 갈라져 꾸불꾸불한 형태로 성장한다. 그러나 백두산 기슭에 생육하는 자작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어서 자라고 있다.


오늘 우리가 방문하고자 하는 곳은 도회지 중심이나 근교에 있는 식물원이 아니다. 현지에서는 이곳을 ‘지하삼림(地下森林)’ 또는 ‘곡저삼림(谷底森林)’으로 부르고 있으나 필자에게는 막바로 원시 자연 그대로의 거대한 수목원으로 보였다. 천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계곡의 낮은 밑바닥으로 흘러내리면서 넓은 개울을 만들어 삼림 지대의 서쪽을 흐르므로 이런 이름들이 붙여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개울물이 송화강(松花江)의 원류이다. 개울을 따라서 펼쳐진 이 거대한 자연 수목원은 원시림 그 자체이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주요한 나무마다 일반명과 학명을 붙여놓아 방문객에게 수목원으로서의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곳을 원시림 안에 있는 거대한 수목원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 안에는 수령 수백 년이 된 아름드리 나무들로 인해 앞이 제대로 안보이는 곳이 많다. 이곳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최소 이틀은 걸린다.


이 원시림 안에는 현지에서 백송(白松)이라고 부르는 전나무(Pinaceae Abies spp.), 장백 낙엽송(Pinaceae Larix spp.), 생선비늘처럼 생긴 수피를 갖고 있는 가문비나무인 장백 어린운삼(魚鱗云杉; Pinaceae Picea jezonensis), 단풍나무(Aceraceae Acer ukmurunduense), 삼나무(Cupressaceae Juniperus sibirica) 등을 포함한 수많은 수종들이 생육하고 있으며 이 삼림을 길림성 장백산 보호개발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삼림 속에는 오르내림이 심한 곳마다 곳곳에 데크재를 사용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으므로 어린이나 노인을 제외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느 곳도 다 속속들이 둘러 볼 수 있다. 계곡 밑에 광활하게 펼쳐진 삼림을 계곡 위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압권이다. 독자들 가운데 혹시 백두산 관광에 나서는 분이 있다면 이곳을 반드시 돌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백두산의 원시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계곡 밑 삼림을 볼 수 있는 곳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데에는 부지런히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2003년부터 백두산 주위에서 지진 강도가 급격히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일부 소식통에 의하면, 빠르면 2014년경에서 길면 수십 년 안에 백두산 천지에서 큰 회산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현재 휴화산인 백두산이 폭발하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북한 전역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백두산의 원시림도 한 순간에 용암으로 덮힐 것이다. 그러한 재난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8개월 배낭여행 25개국 포함, 9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현재, 동원산업 상임고문.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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