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정 心水亭 중요민속자료 제81호
심수정 心水亭 중요민속자료 제81호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7.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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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석환의 한국전통건축탐방 9 - 한국의 名家 9/14
▲ 마을 경관이 펼쳐보이는 함허루.
▲ 한재 터·울건축김석환 대표

[나무신문 | 한재 터·울건축 김석환 대표] 입지와 연혁

심수정은 양동마을의 마을 입구로부터 안계저수지까지 동서로 마을을 관통하는 길에서 강학당으로 오르는 길 좌측에 면해 있는데, 그 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큰 고목들에 둘러싸인 심수정이 당당한 모습으로 바라보인다. 거기서 조금 위쪽 정면에는 행랑채가 있고 좌측에는 심수정으로 들어서는 대문이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81호인 심수정은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정자로, 특히 잎이 무성한 여름철에 아래쪽에서 올려다보는 경관이 웅장하다. 심수정은 맞은편 북촌에 자리 잡은 향단에 딸린 정자로 여강 이씨 문중에서 세웠다. 양동마을은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의 동족마을로 이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여러 집들이 잘 보존돼 있다.

 

심수정은 형을 위해 벼슬을 마다하고 노모 봉양에 정성을 다한 회재 이언적 선생의 아우 농재(聾齎) 이언괄(李彦适)공을 추모해 건립했다고 한다. 1560년경 처음 지어졌으나, 철종 때 행랑채를 빼고 화재로 모두 타 버렸고, 지금의 집은 1917년 원래 모습을 살려 다시 지은 것이다. 건물 구성은 크게 따로 담장을 둘러 세운 ‘정자’와 담장 밖에 있는 ‘행랑채’로 구분된다.

 

▲ 마당쪽으로 트인 대청마루.

배치와 공간구조
심수정은 ㄱ자 평면의 우측 끝부분에 2칸과 좌측 몸채 중앙에 각기 하나씩 방이 놓여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이 트여 있는데, 방 앞에도 툇마루가 놓여 있어 전체적으로 큰 누마루 건축으로 느껴진다. 북동측 건물 모서리에는 큰 대청이 놓여 전면과 측면이 모두 밖으로 트여 있는 가운데 건너편 산자락이 기둥 사이의 프레임으로 그림처럼 시원스레 바라보이며 멀리 위치한 안대 이곳저곳까지 시선이 닿고 좌측 끝에는 독립된 정자 같은 누마루(涵虛樓)를 두어 양동마을 입구쪽 마을 풍광을 내다볼 수 있게 했는데, 그처럼 여러 방향으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해서 삼관헌(三觀軒)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 심수정 대청마루.

가옥 구조가 매우 격조 있게 꾸며진 심수정은 빼어난 기술로 다듬어져 있어 전체적으로 옛 품격을 잘 간직하고 있어 귀한 자료가 되고 있다. 가구 구조는 막돌 기단 위에 자연석 주초를 놓고 그 위에 두리 기둥을 세운 민도리집 5량가이며 대청과 방의 바깥측 창문은 모두 판문을 설치해 외기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주두 위에는 보머리 장식을 하고 소로 수장을 해 화려해 보이며 지붕은 홑처마에 팔작지붕으로 돼 있다.

 

▲ 심수정 내부 마당.

심수정의 건축적 빼어남은 우선 배치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자리 잡음새와 트인 누마루의 조망이 매우 좋다. ㄱ자로 꺾인 모서리가 북쪽을 향한 대각남향(對角南向) 집인데 평면을 ㄱ자로 한 것은 지형 및 조망 등 입지 조건을 고려한 것으로 한 변은 지형을 등지고 한 변은 병산서원 만대루처럼 안대를 향해 옆으로 펼쳐져 있는데 이씨 종가인 무첨당과 향단을 동시에 안대로 삼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특히 누마루에서 향단(보물 제412호)이 있는 북촌 일대의 경관을 바라볼 수 있어 더 없는 운치를 느낄 수 있는데, 향단이 있는 서쪽으로 해가 지는 풍경은 양동마을 필수 관람 10선중의 하나로 황홀경을 자아낸다. 그 외로 양동마을의 명승 10선에 꼽히는 곳들은 성주봉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풍경, 관가정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무첨당 마루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 경산서당에서 수졸당 가는 길의 소나무 숲길, 서백당에서 보는 웅장한 향나무와 아늑한 사랑 마당, 양동 뜰에서 보이는 물봉골의 부드러운 능선 풍경, 사호당 사춘원과 근암고택으로 가는 지그재그 경사길 풍경, 양졸정 계단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 마당으로 활짝 열려 있는 서백당의 사랑채 풍경이다.

 

▲ 후면에서 본 심수정 전경.

지형과 조화를 이룬 외관과 시원스런 공간 구성
심수정은 경사가 급한 지형에 터를 다듬어 세운 집이어서 건물 뒤가 매우 가파른 언덕으로 돼 있다. 그리고 집을 한 바퀴 감싸는 담장이 언덕 위에 둘러쳐 있는데 그 담장에 올라가 앞을 바라보면, 무첨당과 물봉 등 주요 안대의 풍광과 함께 한눈에 바라보고 있는 이 집의 구조와 자리 앉음새가 얼른 수긍이 간다. 즉 조선의 선비들이 수려한 풍광을 이루는 자연 안에서 학문과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얻고자 했던 것처럼 이곳도 자연의 품에 묻혀 마을 일대의 경관을 바라보기에 알맞은 구조로 놓여 있다.

 

심수정은 공간 구성이 시원스럽게 짜여 있다. 우선 ㄱ자로 꺾인 구조에 의해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이 매우 역동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건물 바닥이 높아 루에 오르는 느낌이 크다. 그 대청에 오르면 안채와 대조적으로 먼 원경의 시선을 갖게 되고 누마루에서는 트인 기둥 사이로 안마당의 아담한 풍경과 향단 일대의 경관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그 눈 맛이 시원스러워서 오랫동안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마냥 머물고 싶은 기분이 드는 곳이다.

 

▲ 심수정 진입로에서 본 전경.

심수정 안마당은 성주산을 향해 감싸 안듯 앉은 심수정 몸채와 그 대각선 방향에 대칭적으로 앉은 행랑채가 튼ㅁ자 집 마당을 형성하듯 마주 보며 서로 감싸 안은 느낌을 갖게 하는데 두 건물 사이에 담장과 대문이 설치돼 별도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마당을 통해 내부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그 전체를 후면의 높은 언덕이 감싸고 있어 편안하게 느껴진다.

 

부속채인 행랑채 또한 ㄱ자 평면으로 돼 있는데 전면 4칸, 측면 2칸 규모에 방, 마루, 방, 부엌이 1칸씩 연이어진 상태에서 부엌 전면에 한 칸 광이 날개를 뻗쳐 ㄱ자 형태가 갖추어졌다. 이러한 방, 마루 부엌으로 연속되는 一자형 구성은 남부지방 민가의 기본형으로 가장 흔한 유형이지만 이 집은 부엌을 전면으로 연장하면서 ㄱ자형이 된 것인데 굵은 각주(角柱)와 마루귀틀, 청판 등 견실하게 구성돼 있다. 이 역시 고격(古格)이 풍겨나는 전통 가옥으로서 그 시대 건축을 이해하는 데 소중한 자료이다.

 

▲ 함허루에서 보이는 행랑채.

김석환 
한재 터·울건축 대표. 1994년부터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삼육대, 광주대 건축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 초대작가 및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한민국 건축제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 K씨주택, 목마도서관 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