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태평양 포나페 식물원
중부태평양 포나페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7.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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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 18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 포나페 식물원의 입구. 왼쪽에 긴 삼각형 모양의 노폭파인이 보인다.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나무신문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넓고 넓은 태평양에 퍼져있는 많은 섬들은 인종과 문화에 따라서 크게 3지역(폴리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 멜라네시아)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지리적으로 중부 태평양을 점유하고 있는 마이크로네시아에는 수많은 작은 섬들이 엄청나게 넓은 해역에 흩어져 있다. 마이크로네시아에 속한 섬으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은 마리아나 군도에 속한 괌, 사이판, 티니안, 팔라우 제도, 마셜 군도, 마이크로네시아 연방, 나우루 등이다. 마이크로네시아는 ‘작은 섬들’이라는 의미이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태평양 관광지로 알려진 괌, 사이판은 사실은 남태평양이 아니고 중부태평양에 속한다. 괌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동서로 넓게 퍼진 캐롤라인 제도가 나온다. 오늘 우리가 방문하고자하는 식물원은 이 캐롤라인 제도에 걸쳐 있는 ‘마이크로네시아 연방(Federal States of Micronesia; 약어로 FSM으로 부름)’이라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나라에 있다.


FSM은 인구가 15만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독립국가이지만 길이 3,600km, 폭 1,300km의 광활한 바다를 갖고 있으므로 어업은 이 나라의 주요 소득원이다. 이 큰 바다에 걸쳐서 4개의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를 각각 행정구역으로 만들어 주(州)라고 부르며 4개의 주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얍(Yap), 추케(Chuuk), 포나페(Pohnpei), 코스라에(Kosrae)라고 부른다. FSM의 식물원은 수도(首都) 팔리킬(Palikir)이 있는 포나페에 있다. 포나페는 과거에는 Ponape라고 썼으며 오늘날에는 Pohnpei라고 다른 스펠링을 사용하나 발음은 같다. 괌에서 동쪽으로 2,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포나페를 가려면 괌이나 하와이에서 가야한다. 괌에서 항공편으로 가는 경우는 도중에 추케를 거쳐서 가며 제트기로 실제 비행시간은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비행거리에 비해 항공요금이 아주 비싸므로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캐롤라인 제도는 16세기부터 스페인, 독일의 통치를 받았고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하자 당시 연합국의 일원이던 일본은 독일의 식민지이던 이곳을 즉시 점령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일본의 영토로 삼았다. 그러므로 FSM에는 스페인, 독일, 일본 통치 시대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포나페 섬의 남부에 있는 콜로니아(Kolonia)시(市)에도 스페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성채, 독일인 묘지, 일본군이 파놓은 방공호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령 괌 섬에는 식물원이 없으므로, 필자가 포나페에 도착하였을 때 그곳에 식물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포나페의 곳곳을 돌아보면서 식물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랐으며 막상 식물원을 방문하고서는 식물원이 가진 역사와 수목에 대해 더욱 놀랐다.


면적 7.3ha(24,000평)인 이 식물원은 콜로니아의 북쪽에 있다. 원래 이곳은 독일 통치시대에 독일인들이 사용하던 농작물 시험장의 일부였다. 1901~1902년에 걸쳐서 독일은 콜로니아 북부지역에 120ha(약40만평)에 달하는 농작물 시험장을 만들고 이곳에 망고, 고구마, 레몬, 오렌지 등 각종 농작물을 가꾸고 경작시험을 하였었다. 그러나 1914년에 캐롤라인 제도를 점령한 일본은 제도 전체에 군대를 상주시키는 한편,  포나페의 독일 농작물 시험장을 인수하여 농작물 이외에도 동물(가축)사육도 시험하였다. 당시 포나페에 파견된 일본인 농업전문가 호시노 슈타로(星野太郞)는 1925년부터 1940년까지 포나페에 머물면서 외지(外地)로부터 약250종의 식물종자를 들여와 이곳에 심었다.

이 가운데는 바닐라, 고무나무, 약용(藥用)식물 등 여러 종자가 있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당시에는 이미 향료전쟁(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이 3세기에 걸쳐 동부 인도네시아에서 벌인 전쟁)이 끝난 뒤임에도 향료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4가지 식물인 Nutmeg(육두구),Clove(정향), Cinnamon(계피), Pepper(후추)를 가져와서 식재한 것이다. 포나페에는 어디를 가도 빵나무(Bread Tree; 학명 Moraceae Artocarpus spp.)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식물원 입구에도 빵나무들이 서있고 식물원 안에도 여기저기 빵나무들이 서있다. 마치 빵나무 식물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멀리 호주에서 온 노폭 파인(Norfolk Pine; 일반명은 소나무이지만 사실은 소나무가 아니고 삼나무이다. 학명;Araucariaceae Araucaria heterophylla)을 위시하여 수많은 열대 활엽수 수종이 눈에 들어온다. 이 가운데 이건산업이 솔로몬 군도에 조림하고 있는 주요 수종인 유칼립투스(학명; Myrtaceae Eucalyptus deglupta)도 보여 무척 반가왔다. 식물원 사무실 앞에는 일본 통치당시인 1930년대 초, 이곳을 방문하였던 일본 천황의 친동생인 미카사노미야(三笠宮)가 방문기념으로 심은 나무(Fabaceae Cassia fistula)가 있다. 이 나무 앞에는 그러한 설명이 없으므로 식물원장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캐롤라인 제도의 다양한 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이곳을 각종 식물의 양묘장으로도 사용하였다. 1928년에 일본인들은 이 농작물 시험소 안에 4층 건물을 지어서 사무실로 사용하였는데, 그 당시 이 건물은 마이크로네시아 전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건물은 오늘날도 남아 있는데 아무도 사용을 하지 않고 방치된 상태로 일본 통치시대를 말없이 증언해 주고 있다. 현지인들은 이 건물을 푼조(Punjo)라고 부르는데 이 건물 주위에도 빵나무들이 둘러 싸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인들이 물러가자, 캐롤라인 제도는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게 되었다. 그때도 미국인들은 독일과 일본이 만들어 놓은 농작물 시험장을 계속 같은 용도로 사용하였으나 1968년부터 이곳을 식물원으로 개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식물원 사무실 앞에는 세계의 주요 도시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푯말이 서 있는데 서울까지는 3,066마일이라고 붙어있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실물을 보여주기 위해 포나페를 떠나면서, 방문 기념으로 이곳을 대표하는 나무인 빵나무의 잎(길이 40~50cm, 폭 30~40cm)을  여러 장 가지고 귀국하였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8개월 배낭여행 25개국 포함, 9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현재, 동원산업 상임고문.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