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다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07.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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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하우스 RAON HAUS
▲ 외관.

[나무신문] 한국건축가협회에서 활동하는 6명의 건축가가 한 여성지를 통해 6명의 예비 건축주와 만났다. 예비 건축주들이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었던 ‘꿈꾸는 집’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7개월이라는 긴 연재를 통해 건축가와 예비 건축주가 짝을 이뤄 꿈꾸는 집의 기본 설계안, 투시도, 모형을 완성했다. 

라온하우스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예비 건축주 중, 한 팀이 실제 이룬 꿈의 공간이다. 고즈넉한 대지에 앉은 라온하우스는 서쪽으로 흐르는 작은 시냇물과 대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 등 자연 풍경과 멋스럽게 조화를 이뤄 자꾸만 눈길이 간다.  <편집자 주>

 

▲ 투시도.

손안에 쥔 꿈 
“문을 두드려라, 꿈을 실현하는 지름길이 열릴 것이니.”
한 여성지에서 진행한 꿈꾸는 집 프로젝트는 진행 당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막연히 꿈만 꾸던 예비 건축주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주)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 이기옥 소장은 특별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과 한 팀을 이뤘던 건축주 부부가 기본 설계안을 현실화시키길 원한 것. 마침 경기 가평 근처에 조그마한 규모의 대지도 계약한 상태였다.

“건축주는 훗날 전원주택을 지을 요량으로 대지 마련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쉽게 집을 지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여유 자금이 넉넉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서로 합의해서 제대로 진행해보자고 결론 내렸죠. 막연했던 꿈을 앞당긴 것입니다.”
기본 설계안 그대로 진행하자는 건축주 바람대로 기본 설계안을 바탕으로 실시 설계, 인허가, 감리 단계를 거쳐 라온하우스를 완성했다.

 

▲ 1층 부분 투시도.
▲ 2층 복도 투시도.

대지와 주변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집 
건축주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대지를 마련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겪은 소중한 경험을 떠올리며 자녀들과 마주 앉아 개울과 먼 산을 바라보며 웃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 

경기 가평에 위치한 대지는 소규모 필지 구획으로 개발 중인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땅과 집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참고해 주변 자연환경으로부터 설계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최적의 조건은 아니었다. 전원주택단지 초입에 위치한 334.00㎡(101.04평) 규모의 대지였으나, 20%라는 건폐율 규제로 인해 어떻게 효율적인 설계를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건폐율 규제 때문에 설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집을 설계한다는 개념이 아닌, 대지 전체를 디자인한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했죠. 집과 대지, 대지와 주변과의 조화로 라온하우스가 더 넓어 보이고 깊어 보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 긴 수평창.
▲ 외관.

행복이 담긴 라온하우스 
‘즐거움’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이름 지은 라온하우스는 도시에서 작은 사업을 일구는 건축주의 세컨하우스로 사용 중이다.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유와 안락함을 누릴 수 있어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내내 이곳을 별장처럼 활용한다. 

연면적 115.34㎡(34.90평) 규모의 집은 하얀 외관과 담, 전면에 위치한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조화를 이루는데,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 역시 독특해 마을 주민들은 ‘갤러리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소장이 설계 시 중점을 둔 부분은 확장감이다. 1층이 약 66.12㎡(20.00평), 2층이 46.29㎡(14.00평)로 아담하기에 전부 오픈된 공간으로 연출했다. 특히 아일랜드 주방에 서면 1층 전체와 오픈된 천정을 통해 2층 홀과 투명한 유리로 만든 아이 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탁 트인 느낌을 준다.

▲ 주방 / 식당.

“작은 집이지만 넓어 보일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고자 했습니다. 1층의 경우 작은 방의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 놓으면 전체가 하나의 넓은 공간이 돼 20~30명이 둘러앉아 회의가 가능할 정도의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라온하우스 설계는 이 소장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주로 대형 건물만을 설계했던 터라, 작은 규모 설계는 거의 진행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설계를 통해 아담한 규모의 집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아파트에서 누릴 수 없던 공간을 건축주 부부에게 선물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아파트는 사선제한 등 제약으로 최소한의 층고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이죠. 아파트를 벗어났으면, 높이 값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층고, 실용적인 공간 구성 설계를 통해 건축주 부부가 새로운 삶을 만끽하길 바랐습니다.”

 

▲ 외관.

실용적 설계로 확보한 공간
이 소장이 내부에서 주력한 공간은 ‘툇마루’다. 철근콘크리트 캔틸레버 구조로 만든 긴 툇마루는 설계 때부터 염두에 둔 공간으로, 바닥에서 띄워 공간을 최소화하고 기능성을 강조했다. 소파 대신 놓인 툇마루는 가족의 쉼터로도 활용된다. 침실 외 공간도 가구를 두지 않고 심플하게 구성했다.

 

공간 확보를 위해 계단 배치도 고려했다. 수평 디딤판을 벽에 매달아 계단을 완성해 효율성을 높였다. 계단 사이 공간은 시원하게 뚫려 있어 사람의 시선이 거실, 주방/식당으로 단절됨 없이 이어지게 하는 역할도 한다.

2층은 수평으로 긴 고측창을 통해 앞산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와 자연을 품에 안은 형태로 완성했다.

이 소장은 “주변 자연경관이 자연스럽게 대지로 스며들어 실내 공간과 연결된다”며 “거실에 설치된 긴 창을 통해 시냇가와 남쪽 대지의 오래된 나무 전경이 실내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홍예지 기자 / 사진 = 문덕관

인터뷰 | 이기옥 소장

“작은 집≠저렴한 집”

 

이기옥 소장은 라온하우스를 설계하면서 작은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집의 규모가 축소되다 보니 마치 자동차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자동차는 옵션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까요. 모델만 개발하면 자동차처럼 처음부터 옵션을 다 넣을 수도 있고, 기본 옵션만 할 수 있는 등 선택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라온하우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델에서 발전해 디럭스 형태나, 더 축소된 개념의 작은 집이 탄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어 예비 건축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탈 아파트화 현상이 일어남에 따라, 단독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작은 집=저렴한 집’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집을 지으면서 경제성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지만, ‘평당 얼마인지’, ‘어떻게 싸게 지을 수 있는지’만 집착한다면 집은 ‘그저 저렴한 공간’으로 머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건축가 소개
고려대학교 건축과와 동대학원을 졸업, 서울국제설계학교(MIT-SNU)를 수료했다. 1999년에 ㈜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PHILLIP ARCHITECTS)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0년 완공된 안국빌딩 신관으로 대한민국 토목건축기술대상 우수상, 2011년 완공된 JINO HAUS로 그해 한국건축가협회상(올해의 건축 Best 7)과 2012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제1회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2013년 완공된 BARAUM은 그해 한국 건축문화대상 우수상과 ‘제2회 한국적 생활문화공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다양한 국내외 수상 경력이 있다. 

▲ 배치평면도.
▲ 입면도.
▲ <1층 평면도>
▲ <2층 평면도>

 

평면도

1. 현관  2. 거실  3. 주방/식당  4. 다용도실  5. 욕실  6. 작은 방  7. 창고  8. 자녀방  9. 안방  10.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