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의 고부가가치 길을 묻다
목재의 고부가가치 길을 묻다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7.13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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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COLUMN 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 17
▲ 최병훈 교수와 함께 부스에서.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나무신문 | 영림목재(주) 이경호 회장] 지난 6월16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파리를 거쳐 ‘바젤’에 도착했다. 신형 비행기인 에어버스 A380-800을 타보니 역시 인류의 개발역사가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필자가 처음으로 유럽에 간 것은 1976년 4월이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입국이란 깃발 아래 여러 수출지원이 있었는데 그 중 수출품목 부진 지역으로 꼽히는 파리, 브라셀, 리스본, 마드리드 및 아테네 지역에의 비행기, 호텔, 샘플 발송비 등 전액 보조해주는 혜택을 받았던 것이다. 

지금과는 달리 그땐 비행기 내에서 맥주도 사서 마시고 이어폰도 별도로 돈을 내어야 했다. 영화도 앞면에 큰 화면으로 정해진 프로그램밖에 볼 수 없었으며, 환승 시 짐도 본인이 직접 옮겨 실어야 하는 불편도 없어졌으니 인류의 위대한 진전과 그 무궁무진한 발전에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목재디자인 제품.

작년에 이어 바젤을 방문케 된 것은 6월15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아트 바젤’과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마침 필자의 문화예술계 멘토이신 홍익대 최병훈 교수의 제품이 전시된다 해서 다소 어려운(?) 출장 계획을 세웠었는데 결과적으로 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최교수의 ‘디자인 바젤’ 단독 부스는 우리 경우로 봐서 6개 정도의 부스에 미국 뉴욕의 프리드먼 벤다(Friedman Benda) 갤러리에 의해 작품들을 진열해 놨는데 정말 자랑스런 모습이었다. 

예컨대 건너편 부스에는 일본의 전설적인 가구 디자이너 나카시마의 작품들이,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운영하는 모던 갤러리(Moderne Gallery)에 의해 진열됐지만 최 교수의 작품 앞에 완전 압도되었다는 평이다. 전시회가 끝난 직후인 23일자 조선일보에도 “스위스 바젤에서 극찬받은 가구 디자이너 최병훈”이라고 대서특필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으리라. 

디자인 바젤과 마주 보는 ‘아트 바젤’전시관에는 대규모 설치 특별전 ‘언리미티드(Unlimited)’가 있었다. 올해 특히 눈에 띈 사건은 급성장하는 중국의 미술시장을 강조하는 듯 중국 작가만 5명이나 선보였다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의 작품은 없었다. 제46회인 올해 행사엔 세계 33개국에서 화랑 284곳이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와 PKM 두 곳만이 부스에 작품들을 전시했다. 

문외한인 나에겐 그저 피카소 등의 유명한 진품들을 구경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 작품 값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른다하니 직접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듯싶기 때문이다. 

틈을 내서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고 있다는 별관의 ‘Korean Art Show 2015’를 셔틀버스로 15분 정도 걸려 방문했다. 임시 텐트 형식으로 된 전시관에는 한국의 10개 정도 갤러리부스와 여러 나라의 작품들도 전시되었는데 관람객들이 본관보다 훨씬 적고 분위가 썰렁해 이런저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훗날에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을 믿으며 그들의 투지와 열정에 대해 마음속으로 파이팅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최대 미술시장 2015 아트 바젤에서는 세계에서 몰려든 화랑, 디자인계 큐레이터, 작가, 코디네이터, 구매자들이 연일 전시장을 꽉 매우며 현대미술의 시장 및 파워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 무엇인지 확실히 각인시켜주고 있었다.

다음 날엔 마침 바이엘 재단(Fondation BEYELER)에서 ‘고갱(Paul Gauguin) 특별전’을 개최해 전철을 타고 방문했다. 바젤에서는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 머무르는 동안 시 차원에서 전철무료권을 주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보며 전시작품을 관람하게 되어 있었는데 최 교수로부터 각 작품의 의미를 시대와 작가의 사적인 생활상과 더불어 자세히 설명을 듣는 기회도 되었다. 듀마(Marlene Dumas)의 전시도 있었는데 폭력에 저항하는 모습, 고문, 눈물진 얼굴 등 너무 섬뜩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어서 대강 지나쳤다. 

▲ 실제 입목 작품.

이곳에서 우연히 조선일보 문화부의 허윤희 기자를 만나 반가이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아까운 시간에 쉬면 무엇하랴. 이어서 비가 휘날리는 가운데 전철로 한 시간 거리의 호프만 재단(Emanuel Hoffmann Stiftung)에 최 교수와 함께 지도를 봐가며 찾아갔다. 

과연 명성답게 예술적인 대형건물에 ‘Future & Present’라는 타이틀로 거창하게 전시를 이루고 있었다.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이 많았고, 이번 전시회를 통해 ‘직선을 유기적인 곡선’으로 많이 시도했다는 평을 들었으며 작품의 진위성은 잘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규모면에서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하룻밤을 더 묵은 뒤 최 교수와 함께 드디어 베니스(Venezia)로 향했다. 듣기만 했던 그 유명한 ‘비엔날레(Biennale Arte)’를 보고자 함이었다. 올해로 56회를 맞는 그야말로 국제 예술 전시회인 비엔날레는 5월9일부터 11월22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인테리어와 건축을 전공했다는 조영민 강사와 바젤에서부터 비행 일정이 같아 동행하게 돼 즐거움이 더 했다. 그런데 필자도 예전에 몇 번인가 베니스를 방문했었는데 그땐 단체로 버스를 타고 가이드와 함께 갔었다. 

그러나 비행장으로부터 승용차로 간다면 너무 돌아가기 때문에 수상보트로 이동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뙤약볕 밑에서 짐을 끌고 수백 미터나 걸어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는데 아마도 새로운 해상 터미널을 건설하다보니 그렇게 우회하게 하는 듯하다. 

게다가 해상택시는 예약제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우화 속의 ‘신 포도’였을 뿐이고 일반석을 타기 위해 한참이나 기다려야하는 수고도 뒤따랐다. 혹시 이후에 베니스 비행장을 이용하는 독자는 이런 상황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날은 하루 종일 관람할 수 있어서 우선 짐을 풀고 시간에 맞는 간단한 오페라(Vivaldi E L’opera)를 구경하고 일찍이 잠자리에 들다보니 느긋이 오랜만의 숙면을 취하게 됐다.

아침 비엔날레 입구까지 다시 수상버스를 타고 입구에 도착해 표를 우선 구하고 국가관으로 우선 방향을 잡았다. 이곳에서도 건물의 규모와 위치에 따라 국력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한국관은 일본관과 나란히 있었는데 ‘축지법과 비행술(The ways of folding Space & Flying)’이라는 영상물을 보이고 있었다. 문경원, 전준호 두 작가가 한국관의 구조적 특성을 살려 다채널 영상설치 작업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한 소녀가 미래의 우주 캡슐 안에서 먹고 자고 운동하며 생활하는 모습의 영상인데, 주최 측으로부터 특별상을 받았다 하는 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곧 이어 캐나다 및 미국관으로 옮기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오고 있다고 경호원들과 취재진들이 법석을 떠는 바람에 다소의 불편도 감수하게 되었다. 

국가관을 둘러보고 근처에 소재한 ‘아스날레(Arsennale)’에 도보로 향했다. 길게 이루어진 이 전시관은 원래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였다는데 문을 닫은 뒤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장으로 뒤바꿔 놓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큰 공장이 한국 조선소들의 출현과 경쟁력에 밀려 바다 인근의 저 여러 개의 도크와 크레인이 녹슬고 있고 공장라인이 이렇듯 폐쇄되었는가 싶어 마음이 먹먹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공장이 아니라 문화-예술의 요람으로서 새로운 탈바꿈을 하여 세계작가들의 꿈과 의지를 실험하고 실현하는 전시장이 돼버린 것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할 것이다. 국가관에는 중국이 아직 자리를 못 잡았는데 이 아스날레에서는 많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 목재디자인 제품.

회사 일정상 다음날 일찍 먼저 베니스를 떠나며 최 교수와 인사를 나누었다. 선착장과 뱃머리가 멀어지며, 가까운 미래에 최 교수의 작품들이 이곳 비엔날레에도 전시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단상이 들었다. 

그가 최근 파리와 뉴욕에서 번갈아 가구 및 돌 작품을 전시해 왔고, 더욱이 지난해 뉴욕 전시회 시  작품들이 모두 팔렸다는 사실 외에도 그의 저러한 끊임없는 탐구와 노력이 지속되는 한, 한국의 목재가구 디자이너 영광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별히 목재의 다양함과 특질에 관해서 그간 작품을 통해 국내외에 설득시켜온 장본인이며, 목재를 고부가가치화해 온 그의 성찰과 예지 그리고 흘린 땀에 목재인을 대신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이경호 회장 영림목재(주)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 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 한국파렛트콘테이너협회 명예회장 / 대한농구협회 부회장 / 주한피지대사관 명예영사 / 아세아파렛트시스템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