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식물원
베트남 호치민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7.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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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 호치민 식물원 안에 있는 식물학자 삐에르의 기념비.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 (前이건산업 사장)

[나무신문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베트남은 1975년 4월30일, 공산국가인 북베트남(월맹) 육군 전차(戰車)부대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Saigon) 중심에 있는 대통령궁의 정문을 소련제 T54 전차를 앞세우고 밀고 들어가면서 베트남 전쟁을 끝내고 공산화 통일을 이루었다. 그 뒤 베트남은 북부 월맹의 정치지도자이던 호치명의(胡志明)의 이름을 따라 사이공의 이름을 호치민시(Hochiminh City)로 변경하였다. 호치민시는 바다에서 약 80km 내륙으로 들어와 있는 항구 도시로서 바다와는 사이공 강(Saigon River)으로 연결된다. 베트남 동남부 지역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평야지대이고 그 한가운데를 인도지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이 굽이굽이 유유히 흐른다. 예부터 사이공 지역에는 늪지대와 호수가 많고 삼림지대가 있었다.

 

Saigon 이름은 Sai Con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크메르어로 Sai Con은 카폭(Kapok;학명 Bombacaceae Ceiba pentangra)나무를 말한다. 아마 사이공 유역 삼림지대에는 옛날에 카폭 나무가 많이 생육하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카폭은 대경목이며(직경이 1~2m, 높이 20~30m))열매외피 속에 흰털을 갖고 있으므로 실크코튼(Silk Cotton)이라고도 부른다. 필자는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남중부 지역에서 건기(乾期)에 여러 그루의 카폭 나무 열매가, 벌어지면서 땅에 떨어져 마치 흰 솜이 지면을 하얗게 덮은 것처럼 진기한 장면을 연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므로 카폭은 코튼우드(Cotton Wood)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생태적 환경에서 사이공은 18세기까지 이 지역의 무역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의 열강들은 아시아에 들어와 자기들끼리 식민지 쟁탈전을 벌리면서, 프랑스군이 1859년에 사이공강을 따라서 침공해 와서 베트남을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었다. 프랑스는 사이공에 식민지 행정부를 두고서 늪지대와 운하를 매립하고 그 위에 도로와 건물을 만들어 사이공을 현대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이렇게 사이공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한때 ‘동양의 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던 영화 ‘인도지나’와 ‘연인’은 두 편 모두 프랑스 식민지 시절 사이공을 배경으로하여 만든 영화이다. 월남 전쟁당시 7년간 연인원 30만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였던 우리나라의 주월(駐越) 한국군 사령부도 사이공에 위치하였었으므로 사이공은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호치민시 탄손누트 국제공항에서 5km 동쪽, 사이공강에 면해있는 식물원은 프랑스군이 사이공을 점령한 지 5년 뒤인 1864년에 만들어졌다. 아프리카 동쪽에 있는 프랑스령 식민지인 레유니온의 세인트 안드레에서 출생한 식물학자 삐에르(J.B.Louis Pierre)는 1865년 사이공에 도착하자 곧 식물원을 만들었고 1877년까지 사이공에 머물면서 식물원을 관리하는 한편, 인도지나 반도의 곳곳을 방문하면서 식물채집 및 식물학 연구를 하였다.


면적 33ha(약11만평)에 달하는 식물원은 시내 중심에 있는 시립극장(공산화 이전에는 남베트남의 국회의사당)에서 1km 북쪽에 위치하는바 정문은 키엠(Khiem)가(街)에 면하고 있다. 이 식물원이 가진 특징은 인도지나 반도 전역(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각종 수목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도지나 이외 지역인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에서 가져와 식재한 수종도 있다. 여기에는 삐에르의 공로가 크다. 막상 라오스에 가서도 보기 어려운 케시야 소나무(Kesiya Pine; 학명 Pinaceae Pinus kesiya)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삼엽송(三葉松)인 케이샤는 열대산 소나무의 대표수종인 메르쿠스 소나무와 함께 라오스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수종은 베트남에서는 통바라(Thong Ba La)라고 부르며 중부 고원지대에서 생육하고 있다. 3세기 전에 일어난 향료 전쟁에 등장하던 대경목 계피나무(Lauraceae Cinnamomum camphora)도 이 식물원 한 가운데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칼로필름도 있는데 인도지나의 칼로필름은 역시 솔로몬 군도나 파푸아뉴기니 것보다 수형(樹形)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샌드페이퍼 나무(Sand Paper Tree; 학명 Moraceae Streblus asper), 중남미 마호가니와는 속(屬; genus)이 다른 서부 아프리카 원산의 아프리칸 마호가니(African Mahogany; 학명 Meliaceae Khaya senegalensis),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 군도에서 볼 수 있는 강질목인 부수플럼(Busu Plum;학명 Rosaceae Parinari amamensis), 스리랑카 원산의 중경목(重硬木)인 실론 철목(鐵木; Ceylon Ironwood; 학명 Guttiferae Mesua ferrea), 베트남산 알비지아(Albizia; 학명Leguminosae Albizia chinensis) 등 수많은 아열대와 열대의 수목들을 볼 수 있다.


한편, 이 식물원에는 동물원도 함께 붙어있으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식물원 정문을 들어가면 흉상을 얹어놓은 기념비가 도로 한 가운데 보인다. 이 식물원을 만들어 놓은 식물학자인 삐에르를 기념하는 것이다. 후일, 프랑스로 돌아간 삐에르는 1905년 10월30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이름은 그가 사랑하였던 식물원에 흉상과 함께 남아있다.


베트남은 오랜 기간동안 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런 훌륭한 식물원을 갖고 보존하고 있다는 것은 감동적이었다. 오늘날 이 식물원은 호치민 시민들에게 세계 각국의 수목과 화초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훌륭한 휴식 공간도 제공 하고 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8개월 배낭여행 25개국 포함, 9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현재, 동원산업 상임고문.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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