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김기응가옥 槐山金璣應家屋
괴산김기응가옥 槐山金璣應家屋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7.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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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채.
▲ 한재 터·울건축김석환 대표

[나무신문 | 한재 터·울건축 김석환 대표] 입지

중요민속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돼 있는 김기응 가옥은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율원리에 있는 조선 후기의 주택으로 일명 칠성고택(七星古宅)으로도 불린다. 그 가옥이 소재한 괴산은 문경에서 문경세재를 넘어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위로는 충주시가 있고 좌측은 증평군이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월악산 국립공원이 남쪽으로는 속리산 국립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훤출한 노송이 숲을 이루고 있는 나즈막한 동산을 배경으로 양지바른 남향에 자좌오향(子坐午向)으로 앉아 있는 이 집터는, 앞쪽 가까이에는 농경시대 확실한 생산 기반이던 경작지가 펼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군자산이 아름다운 경관을 형성하고 있어 한눈에 좋은 터의 인상으로 다가온다.

 

▲ 문간마당.

부농가옥
김기응 가옥은 대문채, 중문행랑채, 사랑채, 안채, 광채, 헛간채 등으로 구성돼 있는 규모가 매우 큰 집으로 1610년(광해군2) 무렵에 지어진 안채와 1900년대 전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사랑채, 그리고 전체 영역을 감싸 안고 있는 행랑채 등이 너른 대지를 차지하고 있다. 1910년 고종 때 공조참판(종2품)을 지낸 김기응의 조부 감항연(金恒然)이 매입해를 늘려 지었는데, 이전에는 안채 영역의 아담한 규모였던 것을 그 때 반듯한 사랑채를 갖추며 늘려 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처럼 이 집은 조선시대 전통적인 양반가옥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증축 과정을 통한 시대상의 변천적 의미도 띠고 있다. 중수 이전의 가옥 구조는 사랑채, 행랑채, 안채 등 일반적인 양반가옥의 규모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는데 너른 마당을 두르고 있는 긴 대문채를 지음으로써 매우 큰 대갓집 구조가 형성됐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는 이 집의 살림 규모의 확장과 조선시대 후기 실학사상의 영향으로 실용성을 중시한 경향으로 볼 수 있다. 즉 대문채의 너른 공간은 너른 경작지에서 거둔 농작물들을 갈무리하는 넉넉한 작업 공간으로 적합하게 돼 있는데 그 건물이 부가됨으로써 부농가옥의 성격이 커지게 됐다.

 

▲ 안채 후면 장독대

살뜰한 살림집의 체취를 지닌 공간 구조
이 집은 도로가에 담장이 길게 늘어서고 솟을 대문과 쪽문이 있으며, 출입은 주로 쪽문을 사용하고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보이는 너른 문간마당은 이 집의 부농으로서의 살림 규모를 짐작케 한다. 거기서 안쪽을 보면 우측에 사랑채가 조금 높게 솟아 있고 사랑채 담장이 앞으로 꺾여 나와 둘러쳐 있는데 사랑채의 출입은 꺽여진 담장의 좌측 문으로 드나들게 돼 있다. 현재 사랑채는 새시를 달아 놓았는데 주인은 추워서 그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좌측에는 조금 뒤로 후퇴해 중문 행랑채가 연결돼 있는데 안채는 그 중문을 통해 출입하도록 돼 있어 각각의 영역을 달리하고 있다.

▲ 중문간 행랑채.

중문채를 들어서면 지형에 맞춰 조성된 화단이 있는 행랑 마당이 나온다. 그리고 그 행랑마당 모퉁이에서 보면 여러 채가 중첩돼 보이고 지붕 너머로 소나무 숲과 낙엽 고목이 크게 솟아 보이는데 거기서 다시 안채에 딸린 문을 들어서면 안채 마당이 나온다.

▲ 중문간에서 보이는 군자산

안채는 ㄷ자 집에 바깥에 곳간채가 놓여 전체적으로 튼 ㅁ자 형태를 이루는데 마당이 좁고 길게 느껴진다. 안채에서 2칸 대청이 우측으로 치우쳐 있고 대청 우측에 건넌방이 있으며 대청 좌측에는 안방과 부엌이 연이어 있는데 부엌은 앞뒤 3칸 규모로 몸채에 깊게 물려 있는 것이 특이하다. 그리고 안방과 대청 사이는 분합문으로 달았으며 건넌방의 대청 쪽 출입문은 맹장지로 문짝을 여닫게 했다.

우측 익랑은 전면 1칸 반 측면 3칸인데 앞쪽으로 반 칸 퇴가 있고 뒤쪽에는 벽장과 쪽마루의 시설이 연이어 있다. 그리고 우측 익랑에는 마루와 곳간방이 있고 우측 모서리에 사랑채로 통하는 쪽문이 나 있다. 또 안채 좌익랑측 밖에는 별도로 떨어진 독립채가 있고 안채 뒤에는 장독대가 놓여 있다. 사랑채와 안채가 연결되는 동편 날개에 해당하는 부분은 칸 반 크기의 작은 사랑, 상부에 다락이 있는 작은 부엌, 광으로 연속되다가 샛담 쌓인 부분에 이르러 일단 끝이 난다. 그 샛담 아랫쪽은 사랑채에 속한다.

▲ 사랑채 일우.

사랑채는 전면 5칸 측면 2칸이다. 전면에 퇴를 두고 좌측에 방과 마루 중앙에 2칸 사랑방, 우측에 다시 마루가 있다. 그리고 대청 좌우 2칸의 큰사랑, 바닥을 높인 누마루로 구성돼 있다. 큰사랑은 윗사랑과 샛사랑으로 구분되며, 샛사랑 뒤로 꺾어져서 아랫사랑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서고를 두고 있으며 안채로 이어지는 부분에 사랑부엌이 설치돼 있다. 큰사랑의 각 방은 미닫이문으로 분할돼 있고, 윗사랑에는 분합문이 설치돼 있어 모든 공간이 하나로 개방될 수 있게 돼 있다.


큰 사랑 옆으로는 누마루(맨 우측 마루)를 마련했고 건넌방까지 툇마루를 달았다. 나머지 건물들은 20세기 초에 지은 것들로 바깥 행랑채는 11칸 크기에 방, 광, 헛간 등이 배치돼 있다.


안채 앞의 광채는 6칸으로 양 끝에 온돌을 설치했다. 이 집은 안채, 사랑채 등 각 건물 주변에 담장이 둘러쳐 있어서 각각의 영역이 확실히 구분돼 있고 그렇게 이루어진 크고 작은 공간들이 문을 통해 연결되면서 감각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 가옥 후면 전경.

장식성
김기응 가옥은 홑처마 맞배지붕으로 돼 있는 지붕 외관은 평범한 편이지만 바깥 담장과 내담 그리고 건물 외벽들은 다양한 장식이 돼 있어 특별함이 느껴진다. 특히 사랑채에는 전돌로 완자무늬를 아로 새겼으며, 담장의 문양도 화문담으로 아름답게 꾸몄고 집 전체를 둘러친 둑담(외담)도 무늬를 넣어 장식했다. 특히 사랑채 후원의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하는 내담 벽은 수(壽)자 글씨, 희(喜) 모서리의 박쥐 등의 문양으로 장식돼 있어 화려한 느낌을 띤다.

 


김석환 
한재 터·울건축 대표. 1994년부터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삼육대, 광주대 건축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 초대작가 및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한민국 건축제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 K씨주택, 목마도서관 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