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 울 때 웃으며 떠나라
물새 울 때 웃으며 떠나라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7.0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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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제재소가 위기다. 위기라고 한다. 이것은 제재소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수년 째 변함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야겠다. 대책 없는 제재소의 위기는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책은 누가 세워야 할까. 당연히 제재소 사람들이다. 이처럼 수년 간 변함없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위기 속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제재소의 위기가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책 없는 제재소 사람들이 대책 없는 것이다. 기분 나빠도 어쩔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제재소 사람들은, 적어도 우리나라 산업 발전 역사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많은 걸 누리고 살았다.


대형 제재소가 처음 출현했을 때에도 가격 결정권을 쥐고 시장을 지배했다. 그만큼 자본보다 탄탄한 그 무엇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골리앗처럼 으르렁거리며 등장했던 대형제재소도 마찬가지다. 지금 현재 가격 결정권을 누가 쥐고 있든, 시장이라는 풍랑에 흔들리는 것일 뿐 ‘결정한다’고는 할 수 없다.


예전 제재소 사람들은 ‘중계영업’만으로 합판상들로부터 적지 않을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합판상들이 제재목 중계영업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합판상들이 뿌리는 ‘서비스 품목 제재목’ 가격이 제재산업을 흔드는 태풍이 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는 답이 없다는 신호다. 


중국으로 가라. 안에서는 답이 없으니 밖에서 찾으라는 소리다. 규격제품은 북미나 유럽, 동남아, 남미 할 것 없이 원목 생산국을 우리가 당해낼 수 없다. 하지만 비규격 제품은 사정이 다르다. 중국 시장은 더더욱 다르다. 중국 비규격 제품을 우리나라 제재소 사람들보다 싸고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수년 전 캐나다에서 규격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 유통상이 우리나라에 찾아와 제재소 사람들을 접촉한 일이 있다. 가격 때문에 거래는 무산됐지만, 이 한 업체 물량만 받아도 규모 있는 인천 제재소 다섯이 붙어서 밀어야 한다는 게 그때의 계산이었다.


중국 비규격 제품 시장 규모 또한 규격제품 시장 못지않을 게 분명하다. 중국은 방역 등 원목 수입조건이 우리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번거로운 원목 수입절차를 생략하고 필요한 부분만 가져다 쓸 수 있으면 중국도 좋다. 중국 유통상이 유람삼아 인천을 찾았던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는 우리 제재소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해바다 건너 목재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고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 서해바다 선창가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형제재소, 선창이 앞장섰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