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정 觀稼亭 보물 442호
관가정 觀稼亭 보물 442호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6.3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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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석환의 한국전통건축탐방 6 - 한국의 名家 6/14
▲ 사랑채

[나무신문 | 한재 터·울건축 김석환 대표] 입지와 연혁

▲ 한재 터·울건축 김석환 대표

보물 제442호로 지정된 관가정(觀稼亭)은 성종 때 문신인 우재 손중돈(孫仲暾, 1463-1529)의 고택(古宅)으로 그의 부친인 손소공으로부터 분가해 1480년에 지은 집이다. 이 집은 안강들과 접하는 외엽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을 주변으로 북서쪽에 있는 설창산(雪蒼山, 해발 163m)과 면하는 동남쪽의 성주산(聖主山, 해발 109m) 능선이 마을을 감싸고 서쪽은 안락천(安樂川)과 면하는 설창산의 줄기가 절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관가정이 앉은 능선은 양동마을 물(勿)자 지형의 1획에 해당한다.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이 자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뜻을 지닌 관가정(觀稼亭)은 그 이름대로 안대로 삼은 호명산과 주변경관이 시원스레 펼쳐 보이며, 특히 안강들을 품어 안은 먼 산세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일품이다.

 

▲ 대문을 들어섬

배치 및 공간구조
관가정은 간결하면서도 격조 높은 기품이 느껴지는 가옥으로 매우 짜임새 있고 아름다운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집의 평면 구성은 매우 규범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ㅁ자 형태의 안채에 양측으로 날개가 뻗쳐 있는 양상으로 중문 좌우로 놓인 사랑채와 행랑채가 안채와 한 몸을 이루며 완전한 대칭 구조로 되어 있다. ‘관가정’은 그 서측 날개에 자리 잡은 사랑채의 이름으로써 전체의 당호(堂號)로 쓰이고 있다.

 

안채의 몸채는 동측에 2칸 크기의 안방이 있고 중앙에 너른 6칸 대청이 놓여 있으며 서측에는 2칸 크기의 건넌방이 있다. 그리고 안채로서는 특이하게 좌우측 방의 아래쪽에도 마루가 깔려 있어서 개방감이 크게 느껴지는데 건넌방에서 남쪽으로 꺾인 곳에 1칸 크기의 골방과 마루방을 두고 맨 끝은 한 칸짜리 마루를 두어 사랑방과 연결시키고 있다. 또한 부엌이 남쪽 행랑채에 부속되어 있는 점도 특이하다. 이처럼 이 가옥은 통상적인 살림집의 실 구성과 차이가 많은데 그 이유가 종가 집으로서 치러야 하는 많은 제례 행사를 고려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너른 대청은 많은 집안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낼 때 편리하게 한 것이고 건넌방 아래쪽의 마루방은 상중에 여막방으로 쓰였다고 한다. 부엌이 포함되어 있는 중문 동쪽의 행랑채 일곽에는 한 칸의 온돌방, 두 칸의 부엌, 한 칸짜리 방 두 개를 연이어 두어 서측의 사랑채와 좌우 균형을 이루고 있다.

▲ 안채를 들어섬

안채의 가구 구조는 한단의 자연석 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고 그 위에 네모기둥을 세운 굴도리집으로 상부는 3량가로 종보와 동자기둥 없이 주두 위에 대들보를 얹고 장혀와 운공을 십자로 끼운 후 종도리를 받치고 있다. 창호는 전체적으로 판문이 많이 쓰였는데 정면의 방에는 살창을 두고 측면과 배면은 판문을 설치하여 차가운 바람을 막도록 했다. 그리고 안채 부엌 출입문 위에는 살대들을 비스듬히 꽂아 환기가 잘 이루어지게 하였는데 의장적 요소로서도 독특한 맵시가 느껴진다. 대문에서 안채로 통하는 중문은 판문으로 되어 있는데 문짝마다 바깥쪽에 태극을 그려 놓았으며 문 상부의 인방 위에는 홍살을 설치했는데 그 가운데에도 둥근 원판에 태극을 그려 놓았다.


홑처마에 지붕은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는데 안채와 사랑채가 한 지붕으로 연결되면서 서로 모이는 부분은 합각을 이루고 있어, 배면에서 보면 몸채 후면 박공지붕면과 좌우측 익랑 바깥 박공지붕면이 직각 방향으로 펼쳐져서 팔(八)자 형태를 띤다.


사랑채는 방 2칸, 대청 2칸으로 대청은 누마루로 되어 있는데 그 곳에 오르면 관가정(觀稼亭)의 이름에 걸맞게 주변이 훤히 내다보인다. 그리고 그 누마루 부분의 칸 넓이가 사랑방보다 반칸 넓이만큼 더 넓어서 안채로 통하는 마루칸의 중간에 걸치게 되어 안채와의 동선이 대각선 모서리 방향으로 조심스레 이어지는 느낌이 든다.

 

▲ 사랑채

사랑채의 구조는 막돌허튼층쌓기의 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고 그 위에 두리기둥(圓柱)을 세운다음 주두를 얹고 쇠서 하나로 결구하여 초익공으로 꾸몄다. 그리고 가구(架構)는 4량으로, 앞뒤 평기둥 위에 대들보를 걸고 포대공을 놓아 종도리 밑에 장여를 받치고 있다. 그러나 양측 벽에서는 뒤쪽 바깥기둥부터 반 칸 안쪽으로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걸었는데 그 대들보 위와 천장 사이에 아무런 벽체를 만들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바닥은 우물마루이고 천장은 서까래가 노출된 연등천장이며, 사랑방 앞과 사랑대청 주변에는 계자난간(鷄子欄干)을 돌렸다.

 

동측 뒤편 경사 언덕 위에 놓인 사당은 그 앞의 너른 마당과 반듯한 모습으로 인해 그 가옥의 가문에서의 위상이 느껴지는데, 따로 둘러막은 담장 속에 정면 3칸, 측면 1칸으로, 전면에 반칸의 퇴(退)를 달아낸 모양으로 된 일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서백당이 양반 가옥의 원형적 모습을 띠고 있고 그에 안채와 사랑채의 공간 구성에 있어 하나의 묘를 보여 준다면 여기서는 사랑채는 점차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며 유형화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안채와 사랑채의 공간적 연결 수법을 신경 쓴 구석이 보인다. 그리고 폐쇄적인 안채는 매우 내밀하면서도 공간 구성이 다채로워서 조선 중기의 주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 후면 사당

격과 맵시
이 집은 무엇보다 양반가옥에 적용된 예(禮) 이데올로기를 가옥 구조로써 풀어내면서 반듯한 규범성을 갖춘 가운데 다양한 성격의 공간이 쓰임새에 따라 치밀하게 구성된 점이 일품이다. 그리고 대칭적인 구조이면서도 지형을 활용해 미묘한 의장적 변화의 감각을 잘 살려내었다. 즉 평기단 위에 놓인 우측 행랑채는 일반적인 모습인데 비해 좌측 사랑채 부분은 기단을 2단으로 나누고 상부 기단을 전열 기둥보다 후퇴하여 누마루가 들뜬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지혜롭게 느껴진다. 건물 뒤쪽의 언덕에 올라서면 건물의 전체 구성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거기서 보면 이 가옥이 더욱 격조 높게 느껴진다.

 

▲ 문간마당

김석환  
한재 터·울건축 대표. 1994년부터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삼육대, 광주대 건축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 초대작가 및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한민국 건축제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 K씨주택, 목마도서관 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