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랑 국립산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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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6.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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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데크용 목재 두께가 문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013년 목재 데크재의 표준 두께를 21㎜ 이상으로 하는 ‘데크용 목재 판재 규격 제정안’을 고시한 바 있다. 

이 이전까지 보통 침엽수 방부 데크재는 25㎜나 30㎜ 두께 제품이 사용됐다. 또 흔히 천연 데크재로 불리는 남양재는 19㎜ 두께가 일반적이었다. 19㎜ 남양재 데크는 지금도 가장 보편적으로 쓰인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규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시 이후 침엽수 데크재는 21㎜로 내려왔다가 지금은 남양재보다 더 얇은 18㎜ 제품까지 유통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목재업계 안에서 ‘불량목재’ 근절을 위한 캠페인이 생겨났다.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불량목재’는 21㎜ 이하 방부목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용도 목재가 남양재는 19㎜일 때 침엽수는 25㎜나 30㎜일 때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만큼 강도나 내구성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고 표준 두께라는 하나의 틀로 묶어버린 게 문제의 시발점이다.

규격은 재료 각각의 특성과 성능이 전제된 개념이다. 목재라도 다 같은 목재가 아니라는 것은 산림청이나 산림과학원이나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시장에서 이미 잘 구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구태여 표준 두께도 묶어버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불량목재보다 더 한 불량규격이다.

사실인지 농인지 알 수 없으나,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니고 있다. 어떤 과학적 근거에서 21㎜를 표준 두께로 정한 게 아니라, 남양재 19㎜와 침엽수 25㎜가 대충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설득력이 없다는 말이다.

산림청의 성능 무시 데크 규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데크 규격의 원조격인 H1~H5까지의 방부목 등급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 등급은 방부액 성분이 얼마나 어느 깊이까지 침투했는지만 따질 뿐, 도대체가 그래서 얼마만큼의 성능을 발휘하는 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규격인증이기 때문이다.

‘표준’ 환경에서 얼마 동안 방부성능을 유지할 있는 지를 놓고, 수종 특성에 따른 방부액 침투 깊이를 정하는 게 순서다. 

이와같이 규격인증이 아닌 성능인증을 해달라는 업계의 오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인사이징(자상처리)만 하면 수종에 관계없이 같은 방부 등급이 인정된다. 여기에 표준 두께까지 생겼으니 사달이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수종마다 일일이 성능을 어떻게 정하냐고 하지만, 데크로 사용되는 목재는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수만 년이나 걸린다는 플라스틱 분해 시간도 계산해 내는 게 지금의 과학이다. 고작 10년 안쪽의 방부목 성능인증도 못한다면 국립산림과학원이 아니라 국립산림원이 더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