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좋은 제주에 살어리랏다
풍경 좋은 제주에 살어리랏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06.22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521주택>
▲ 외관

[나무신문] 재주 많기로 소문난 제주도. 물 좋고 공기 좋은 제주에 반해 이곳을 찾는 이가 부쩍 늘고 있다. 목적은 제각기 다르다. 단순 거주이거나, 카페나 펜션 신축을 통해 수익을 꾀하기도 한다.

번지수를 적용해 이름 지은 제주 521주택은 본래 주택 한 채를 계획했으나, 사람들과 소통하기 원했던 건축주 뜻에 따라 아담한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배치했다. 열린 마음으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사람 온정을 느낄 수 있고, 소소한 수익도 창출해 일석이조 효과를 내고 있다.    <편집자 주>

건축정보

대지위치 :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대지면적 : 490.0㎡(148.23평)
연 면 적 : 112.43(34.01평)
건 폐 율 : 26.53%
용 적 률 : 22.94%
건축구조 : 경골목 구조 
건축규모 : 지상 1층 
외 벽 재 : 미송 패널, 드라이비트 
창 호 재 : 제이드시스템창호, T22 투명복층유리
데 크 재 : T19 방킬라이목 
설계감리 : ㈜다스퍼슨스건축사사무소 02-546-9365 www.daasper.com
설 계 팀 : 김혜영, 김채윤
인테리어 : 김태식, 이지원
시  공 : ㈜다스하우스 제성수 
구  조 : ㈜다스구조엔지니어링 이희석 02-521-7687

제2의 인생, 제주에 뿌리내리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함이 느껴지는 제주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인까지 반할 정도로 우수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저가 항공사가 여럿 생기고, 비행기 편이 많아짐에 따라 서울에서 오가기 편해 단순 별장뿐만 아니라 일반 상주용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천에 거주하던 60대 건축주 부부는 제2의 인생을 위해 제주를 택했다. 은퇴 후 선택한 삶으로 최적의 조건이었다. 

설계는 (주)다스퍼슨스 건축사사무소 허민호 소장에게 의뢰했다. 허 소장은 ‘동춘동 성당’으로 지난 2012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을 받은 바 있는 실력파 건축가다. 대형 건축물에 비해 주택 설계 경험은 적었으나, 이번 목조주택 설계를 진행하며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영역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진행한 주택 대다수가 철근 콘크리트 구조였습니다. 이번 설계로 목조주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죠. 제대로 된 설계를 위해 목조건축과 관련된 수업도 참가했습니다. 제가 주로 설계한 대형 건축물과 달리 단독주택은 건축주 삶이 깃든 공간이기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거 공간은 365일 건축주가 매일 부딪치는 공간으로 조그마한 부분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 주방
▲ 평면도1. 거실2. 주인 세대 침실3. 주방4. 게스트룸5. 현관6. 덱7. 욕실8. 드레스 룸9. 다용도 공간

휴식, 위안, 그리고 제주 
뒤편에 위치한 커다란 돌담과 앞쪽으로 보이는 드넓은 바다. 애월읍 고즈넉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주택은 가로로 길게 뻗은 외관이 포인트다. 기차 같이 길게 둥지를 튼 이곳은 나무의 따듯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미송 패널로 마무리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제주가 주는 자연 풍경을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했죠. 지붕선은 제주 오름을 표현하는 등 지역과 잘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완성했습니다.”

바다를 전면으로 바라보는 방은 각각 툇마루를 만들어 여러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또 주택과 주택 사이에 ‘바람길’을 배치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네모난 프레임에 담긴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채광도 고려했다. 지형상 북향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에 걱정이 앞섰으나, 다락에 남측 창을 내 햇볕이 거실까지 스며들 수 있게 하는 등 충분한 채광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게스트하우스가 놓인 내부는 아담한 규모로 구성했다.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건축주 부부의 조식 서비스는 이곳 방문객만 느낄 수 있는 덤이다.

 

▲ < 단면도 >
▲ <구성도>

실속 갖춘 똑똑한 주택 
게스트하우스 공간만큼 주인 세대도 필요한 공간만 취했다. 건축주 부부만 거주할 요량으로 주방, 거실, 다락, 침실, 욕실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이 중 다락이 메인인데, 다락은 아들 내외 부부가 편안히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주방은 바(Bar)를 설치하고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 마치 고급 카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정된 예산에 맞추기 위해 인테리어 비용은 최대한 절약했다. 시공 현장에서 나온 자투리 자재로 주방에 설치할 책장 겸 선반을 만드는 등 공간 특성에 맞게 맞춤 제작했다.

제주의 고즈넉한 풍경과 한데 어우러지는 521주택. 건축주 부부는 숙원을 제주에서 이뤘다. 제주 자연 풍경을 똑 닮은 주택과 제주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품은 건축주 부부. 그들 앞날에는 과연 어떤 햇살이 비추고 있을까.

▲ 다락에서 바라 본 거실
▲ 외관
▲ 바람길
▲ 툇마루

 

인터뷰 | (주)다스퍼슨스 건축사사무소 허민호 소장

 

“집 짓는 과정은 축제”

 

허민호 소장은 건축주들에게 ‘집 짓는 과정을 즐기라’고 말한다. 여러 건축 설계에 있어, 주택 설계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가 늘 건축주 부부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집 짓는 과정은 축제이기 때문에 즐기라는 것입니다. 고려할 부분도 많고, 신경 쓸 것도 많지만 이만큼 행복한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택 설계는 그분들에게 좋은 선물을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예비 건축주들의 주택 설계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건축주가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편한 집’을 지어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주택이 아파트보다 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단독주택은 훨씬 재미있는 요소가 많고, 추억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건축가 소개

건국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건축 설계를 전공하고 ㈜창조건축과 ㈜에이마건축을 거쳤다. 현재 ㈜다스퍼슨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주요 작업으로는 인천 동춘동 성당, 부산 센텀사이언스파크빌딩, 재능문화센터, LIG 성남 사옥, 김천예고 정산아트홀 등이 있다. 

▲ 게스트룸
▲ 게스트룸
▲ 게스트룸
▲ 다락
▲ 야경
▲ 야경
▲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