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는 정말 쓸모없는 나무인가요?
아까시나무는 정말 쓸모없는 나무인가요?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6.01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재 100문 100답 | 25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나무신문 | 한국임업진흥원]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면 우리나라의 산하는 푸른 신록으로 뒤덮이고 꽃과 나무에서 퍼지는 향기는 우리의 마음을 즐겁고 들뜨게 한다. 문을 열고 나가면 은은하게 피어나는 꽃향기, 그중에 하나가 바로 아까시나무 꽃이다. 우리가 어릴 적 만해도 그 향기는 코를 찌를 만큼 강했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아까시나무 꽃향기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아까시나무는 정확히 어떤 나무인가?
아까시나무를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아카시아는 Acacia 속에 속하는 열대지역에서 자라는 수종이며,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잘못 부르고 있는 나무의 정확한 수종명은 ‘아까시나무‘이며  Robinia 속에 속하는 수종으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품위’라는 꽃말을 지닌 이 수종은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며, 생장속도도 굉장히 빠른 특성이 있어 과거 우리나라의 황폐지 복구를 위해 사방지에 대량 조림되었다. 또한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했으며 농촌의 연료 공급 및 퇴비자원으로도 이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꿀벌이 꿀을 찾아 날아드는 밀원식물 중 하나로 귀중한 꿀을 만드는 자원이었다.

 

아까시나무 왜 쓸모없는 나무로 인식되었을까?
우리는 전통적으로 조상을 잘 모시는 풍습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조상님들의 묘를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는 것이다. 가끔씩 묘지주변의 아까시나무 때문에 묘지관리가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까시나무는 자르면 자를수록 점점 더 번져 나가는 특성이 있다. 뿌리로 번식하는 모듈성(modularity)이 강해서 결코 죽어 사라지지 않는 생명체이다 보니 사오십년 만에 지상부의 식물체가 쓰러져도 땅속뿌리가 남아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1). 따라서 번식력이 강해 주변의 나무를 고사시키는 나무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아까시나무의 특성을 잘 이해하여 식재한다면 묘지주변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 것이다.

또, 아까시나무의 목재는 단단하고 건조가 까다로운 수종 중 하나이다. 기계와 건조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목재를 다루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쓸모없는 목재라는  취급을 받아왔다.

 

< 아까시나무의 목재사진 > 

 
 

숨은 매력이 있는 아까시나무
근래 가공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중후한 색조, 우아한 무늬와 뛰어난 강도 및 높은 보존성 등의 장점을 가진 아까시나무가 수입재에 의존하고 있던 고급용재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새로운 가공기술개발 및 용도개발로 새로운 용재수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아까시나무 목재는 아름다운 무늬와 황금갈색 또는 녹갈색의 밝으면서도 중후한 나무색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패질한 표면에 특유의 광택이 있어 마루판, 계단재, 무늬목 등으로 우수한 재료이다. 

과거의 아까시나무의 대표적인 용도는 나무수레바퀴이었다. 미대륙의 개척당시 주요 교통수단이 되었던 마차 바퀴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달구지 바퀴 등 모든 수레바퀴는 바로 이 아까시나무로 만들어졌다. 아까시나무가 바퀴의 최적재로 쓰인 이유는 목재가 단단하고 치밀할 뿐만 아니라 강하면도 뛰어난 탄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도관(물관)이라는 세포 내부에 타일로시스라는 물질이 가득 차 있다. 이것은 외부로부터의 수분 흡수를 억제해 주기 때문에 높은 방수성을 가지게 해 잘 썩지 않는다. 아까시나무는 세계적으로 보존성이 뛰어난 수종 중 하나이며, 영국에서는 천연 내구성이 뛰어나 어린이 놀이터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 아까시나무의 목재사진 > 

▲ 횡단면
▲ 방사단면
▲ 접선단면

아까시나무는 그간 많은 오해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산을 버리는 나무’, ‘쓸모없는 나무’라는 억울한 대접을 받았지만 아까시나무는 생장이 빠를 뿐만 아니라 재질이 강하고 높은 보존성을 지녀 산업 재료로서 유망한 수종이다. 또, 5월이면 순백의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향긋한 꽃향기를 선사하며 풍부한 양의 꿀을 제공하여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매력적인 나무이다. 아까시나무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 번보고 판단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아까시나무 이외에도 우리가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무가 많을 것이다. 이번 호가 우리 곁에 있는 하나하나의 나무에 대한 가치를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 출처 : 김종원, 2013, 한국식물생태보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