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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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6.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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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나는 기자시절, 기자석에 앉은 걸 극도로 싫어했다.

기자석이라는 것이 보면, 보통 행사장의 가장 앞에 위치해 있기 마련이다. ‘아마’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행사를 가장 잘 보고 정확히 들을 수 있는 곳이 기자석이 만들어지는 포인트다.

얼핏 보면 기자석은 기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넘어 어떤 특권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가장 잘 보고 정확히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기자석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에게 다른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자기들이 말하고 보여주는 것들만 기자수첩에 적어 가라는 무언의 압력인 게 바로 기자석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영역의 이야기다. 기자석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행사 주최자들의 의도를 벗어난 기자만의 시각을 견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처럼 ‘또 다른’ 물리적 시각을 확보하려는 태도가 기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기자들을 기자석에 앉히려는 주최자들의 노력은 집요하고도 교묘하기 마련이다. 음으로 양으로 얽히고설켜 구축된 메커니즘은 기필코 기자들을 기자석에 앉히곤 했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3할3푼3리 이상은 기자석을 물리적으로 벗어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며칠 전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이사회가 충청북도 청주에서 열렸다. 총연합회측은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나 열리는 행사여서 그런지 기자의 참석 여부를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듯 보였다. 이미 참석의사를 밝혔음에도 이를 재차 확인하는가 하면, 이사회 이후에 있을 ‘우리나라 원조 삼겹살’ 회식을 누차 강조하기도 했다.

이사회장에 도착하니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사들이 도착해 있었고, 목재 전문지 기자들도 빠짐없이 참석해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이사들이 참석해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기자들이 따로 앉을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일찍 행사장에 도착해 총연합회 이사회에서 말하고 보여주려 하는 것들을 가장 잘 보고 정확히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미리 확보하고 있던 몇몇 기자들은 그 자리에서 쫓겨나야 했다.

그렇게 밀려나 구석에 구겨 앉은 기자들은, 얼마 앞으로 다가 온 총연합회 최대 행사인 목재산업박람회 개최에 있어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사들의 열변을 기자수첩에 꾹꾹 눌러 적어야 했다.

다행히 이사회 테이블에만 허락되었던 다과접시의 결계는 삼겹살 회식 장소로 옮기기 직전에 풀려서 내가 좋아하는 방울토마토는 한 움큼 집어 씹어 먹을 수 있었다. 방울토마토만 보고 왔다는 얘기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