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업종 산재보험요율 “가장 비싸다”
목재업종 산재보험요율 “가장 비싸다”
  • 서범석
  • 승인 2007.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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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하지 말라는 얘기” 종업원 10명 1년 보험료 3천만원

제재및합판보드 77…전체평균 19·제조업평균 29

목재업계의 산재보험요율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확인한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이와 같은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며, 알고 있더라도 개별 사업장에서는 이를 개선할 힘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목재산업 전반을 관할하는 정부부처가 부재한 상황이 빚어낸 어이없는 결과물이라는 지적과 함께, 업계 전체가 나서 산재요율 조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제재 및 베니어판 제조업’의 올해 산재보험요율은 77/1000(이하 단위 1000분율)로 제조업 중 가장 높은 요율을 나타내고 있다. ‘목재품 제조업’ 또한 55로 ‘비금속광물제품 및 금속제품제조업 금속가공업’과 ‘선박건조 및 수리업’ 56에 이어 세 번째로 높게 적용되고 있다.

뒤이어 ‘금속재료품 제조업’ 42를 제외하고는 모두 38에서 8까지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주요업종을 살펴보면 화학제품 제조업 23, 도자기제품 제조업 38, 유리 제조업 27, 요업 또는 토석제품 37, 시멘트 제조업 31, 도금업 28, 기계기구 제조업 33 등이다.<표 참조>

이에 따라 목재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산재율이 높을 것으로 인지되고 있는 이들 업종에 비해 목재업이 이처럼 두세 배 이상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조업을 벗어나 타 업종과 비교하면 이와 같은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산재율이 높은 대표적 업종인 광업 중 석회석광업의 보혐요율은 76으로 제재 및 베니어판 제조업보다 오히려 낮다.

아울러 건설업과 수상운수업, 항만하역 및 화물취급사업 또한 38로 목재품 제조업보다도 현저하게 낮게 책정돼 있다. 또한 화물자동차운수업은 76으로 제재업에 비해 낮다. 이와 같은 제재 및 목재품 제조업의 높은 보험요율은 전체평균 19.5와 제조업 평균 29.7에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제재 및 목재 제조업의 높은 요율은 업계의 경쟁력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인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고 있는 A업체와 B업체는 각각 총 직원이 12명과 13명, 현장직원은 각각 10명이다. 이들 업체가 요율 77을 적용해 1년에 각각 납부하는 산재보험료는 3000여 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A업체 대표는 “총급여액의 7.7% 보험료는 거의 부가가치세 수준”이라며 “어차피 많이 내는 보험료 허리만 아파도 산재로 처리해주고 있지만, 실제 사고는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밖에 없었다”고 성토했다.

B업체 대표는 “직원 13명에 현장직원은 10명밖에 안되는데 1년 보험료가 3000만원이나 나가는 것은 제조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억울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이를 대변해주는 곳도 없고 하소연할 데 하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혼자서라도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만 ‘잘못 덤볐다가’는 불이익을 당할게 뻔하다”며 “소방점검 나오듯이 안전점검이라도 나오면 제재소로서는 한도 끝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 업체들처럼 보험요율이 과다하게 매겨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곳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자신들이 부담하는 보험요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A와 B제재소 역시, 제조업 중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인천에서 방부목을 생산하고 있는 C업체는 경리장부를 확인한 후에야 자신들이 77의 보험요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반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생각보다 높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조업 중 가장 높은 요율이라는 점에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했다.

방부목을 생산하는 D업체 회계 담당자 역시 “어떻게 우리도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취재기자에게 오히려 반문하며 “목재업체에 오기 전에도 다른 업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데, 목재업체가 유독 위험한 업종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장 높은 보험요율을 적용받을 합당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사정은 소위 말하는 목재업계 대기업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목재업체인 E기업 관계자는 “영세한 업체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산업재해도 많이 발생해 높게 책정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관여한다고 해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답변이다. 가장 높다는 것에 대해서는 역시 ‘몰랐다’는 반응이다.

얼마 전까지 또 다른 대기업에서 10여년 넘게 관리업무를 담당하다가 최근 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F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관련업무는 담당자 선에서 처리되고 있다”며 “노동부에서 정한 요율을 ‘법’으로 생각해 순응할 뿐이지, 산재요율의 타당성까지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체 목재업계가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는 게 취재과정에서 만난 업체 대표 및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중론이다. 산재요율의 경우 개별 업종과 관계없이 모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목재품 제조와 제재, 합판보드류 생산업체가 힘을 합칠 수 있는 사안이며, 여기에 가구업체까지 합류하면 충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예전에 비해 제재 및 목재품 제조업 설비의 기계화로 산재율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으므로 보험요율 인하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인천 남동의 G업체 대표는 “거기에(보험요율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것도 처음”이라고 전재한 뒤 “요율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대변할 창구가 없다는 게 문제다”며 “가구산업 관련 담당 공무원이 산자부 섬유패션과에 단 한 사람 있는 게 고작이고 나무 전체에 대해 신경 쓰는 공무원 하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관련산업 규모가 20조원에 이를 정도로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행정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내가 알고 있는 협회만 하더라도 가구산업을 포함하면 10개가 넘는다”며 “이들 협회가 각 회원사들의 이익에만 국한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 사안만큼은 한시적이라도 ‘목재관련 연합회’라도 결성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 보험운영지원팀 김호현 사무관은 “보험요율은 최근 3년간 통계를 바탕으로 책정되고 있다”며 “목재업계라고 해서 특별히 불리한 요율을 적용시키는 것은 아니다”는 설명이다.

김 사무관에 따르면 보험요율은 △3년간 임금총액 대비 보험급여 지급율 △3년 이전 소멸사업장 보험급여 전 업종 분산 △부가보험료 각 업종별 분산 등으로 책정되게 된다. 이와 같은 기본자료를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아 한국노동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최종 확정한다.

이에 따라 올해 보험요율 55가 적용된 목재품 제조업의 최근 3년간(2003년10월~2006년9월) 보험급여 지급율은 0.03549로 집계됐으며, 56으로 비슷한 수준을 적용받고 있는 비금속광물제품 및 금속제품제조업 금속가공업(이하 금속가공업)의 보험급여 지급율은 0.03623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집계가 임금총액에 대비해 이뤄지는 보험요율 계산방식에 있다. 실제로 목재품 제조업의 같은 기간 보험급여액은 294억원이었으나, 금속가공업은 4663억에 달했다. 금액에서 15배 이상 차이나지만 요율은 비슷한 데에는 목재품 제조업의 최근 3년간 임금총액이 5047억원인데 비해 금속가공업은 114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차이는 개별 종업원 임금보다는 종업원 수 자체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김 사무관은 “목재업계의 보험요율이 높다는 데 대해서는 저희들도 걱정스럽다”며 “하지만 3년간 통계를 바탕으로 노동연구원의 용역 데이터에 따라 고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재보험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면서 전 업종별로 다 올랐다”며 “보험급여 증가율 또한 2001년 19.8%, 2002년 15.8%, 2003년 22.8%, 2004년 15.2% 등 가파르게 올라지만, 관리감독 강화로 2005년 5.8%, 2006년 4.6% 등 수그러드는 추세여서 앞으로 현재수준에서 보험요율을 묶겠다는 게 노동부의 방침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