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목재를 오래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과거에는 목재를 오래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4.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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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100문 100답 | 22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나무신문 |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수목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 반응을 통해 목재 안에 탄소를 저장한다. 저장된 탄소는 수목이 벌채가 되더라도 미생물에 의해 썩거나 화재에 의해 분해되기 전까지는 목재 안에 셀룰로오스의 형태로 존재한다. 분해가 일어나면 최종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배출되게 된다. 즉 목재가 분해되지 않고 사용되는 동안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지 않고 셀룰로오스의 형태로 존재하므로 이를 목재의 탄소고정효과라 한다. 이러한 목재의 탄소고정효과로 때문에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매우 유용하다. 목재기둥 1본(폭 10.5㎝ 정각재 길이 3m일 경우)의 탄소저장량은 6kg이고, 목조주택 1동(목재사용량을 약 35㎥ 로 가정)의 탄소저장량은 약 17.5톤으로 이는 산림 400㎥의 탄소저장량과 맞먹는다. 목재가 사용되는 동안 이 탄소고정효과는 지속되는 것이므로, 목재의 내구성 향상을 위해 보존처리를 하게 되면, 목재를 안전하게 사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내구성 향상을 통해 이용기간이 늘어나므로 그만큼 탄소고정효과도 늘어나게 된다. 

목재보존처리를 한 목재를 사용할 경우 처리하지 않은 목재를 사용할 때 보다 약 30% 정도의 경비가 더 소요되어 당장은 사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목재를 보존처리를 할 경우, 하지 않은 목재에 비해 그 사용 연수가 대체로 3배 이상 연장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활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다.

그럼 과거에는 목재를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한 목재 보존처리를 어떻게 하였을까?

1878년 독일의 Hartig이 목재부후균에 의해 목재가 썩는 것을 밝히기 훨씬 이전부터 사람들은 중요한 자원인 목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재료로 목재를 이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인류는 목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한 방법도 같이 터득하였다. 목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소금물에 저장하거나, 표면을 탄화하기도 하고, 역청을 바르거나 독성이 있는 기름을 칠하기도 하였다. 또한 구조적으로 목재가 수분을 덜 흡수하도록 설계하였으며, 목재가 썩는 속도를 고려해 덜 썩는 수종을 선택하여 사용하였다. 

15, 16세기 유럽 목조건축의 전성기에는 구조적으로 목재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이 발전하여 창문의 물고임턱, 처마 빗물받이 등을 만들었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현재에도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또한 약제처리로 목재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도 개발 되었다. 중세유럽의 연금술사들은 수은, 구리 비소 등을 이용해 목재의 사용연한을 늘리기도 하였다.

체계적인 목재보존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1832년 Kayn이 HgCl2를 이용하여 목재를 방부처리하였다. 목재에 약제를 가압주입하는 방법은 1838년에 시작되었고(충세포법), 충세포법을 이용한 크레오소트유 방부처리 방법이 산업특허를 받았다.
20세기에 이르러서는 목재방부제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목재방부제 처리방법인 가압주입의 세부적인 개발이 이루어 졌고(Rping법, Lowry법), 여러 유기화합물들(chlorinated naphthalene, DDT)이 목재보존제로 개발되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무기개발 산업에 의해 HCH(Hexachlorcyclohexan), PCP(Puentachlorphenol) 등이 개발되어 사용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방부처리 목재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세기 후반 철도공사를 시작하면서 부터이다. 근대적 운송수단인 철도의 도입과 함께 콜타르, 크레오소트유로 처리된 방부목재의 도입도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는 목재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

 

바닷물 침지
해인사의 고려대장경은 1000년 이상 보존되어 전해져 온다. 썩기 쉬워 보존이 어려운 목재유물이 이렇게 오래 전해져 올 수 있었던 까닭을 사람들은 목재 준비과정에서 바닷물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좋은 목재를 선택하여 자연 건조한 후에 바닷물에 3년 이상 담그고 또 바닷물에 삶는 과정에서 목재에 방부성능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닷물의 염분농도는 목재에 방부성능을 부여할 수 있을 정도로 높지 않다. 이 과정에서 목재에 들어간 염분이 목재에 방부성능을 부여했다기 보다는, 목재에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높여 급격한 함수율의 변화를 억제하여 뒤틀림과 할열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경판이 오랫동안 썩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의 탁월한 자연환기 성능과 이를 보존하고 지키려는 선조들의 끊임없는 관리 덕분일 것이다. 

 

기름칠
과거 조상들은 집을 짓고 난 후 외부에 노출된 마루판, 기둥 등의 목재에 들기름 및 콩기름 등을 주기적으로 도포하였다. 기름칠을 하게 되면 목재의 나뭇결이 또렷해지고, 재색이 선명해져 보기에도 좋고 친수성인 목재에 소수성인 기름이 도포되어 목재의 관리에 있어 가장 큰 적인 수분 제어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도포나 분무, 침지처리로는 유지성분이 재면에서 1㎜이상 침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얇게 도포되는 만큼 재면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한다. 게다가 천연 유지류는 생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잘못된 유지의 선택이 오히려 해충과 미생물의 증식을 유발시킬 가능성도 있다.

 

▲ 기단(창덕궁 낙선재)▶ 처마에서 떨어진 낙숫물이 기단 위로 떨어지게 설계

기단
화학적 처리방법이 발달되지 않은 과거에는 구조적 방법을 통해 수분을 멀리하여 목재를 오래 사용하고자 하였다. 그 중 한 방법이 기단이다. 기단은 집을 마당보다 높게 짓기 위한 장치이었다. 특히 한옥의 기단은 중국가옥(북경지방)의 기단에 비해 높은 편에 속한다. 이는 건조한 중국 대륙에 비해 한반도는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한랭건조한 기후 때문이다. 온돌에 의한 난방방식이 발달하면서 여름을 나기 쉽도록 땅 위에 집을 짓기 시작했고, 여름에 땅의 습기로부터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집을 되도록 위로 띄울 수 있도록 높은 기단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옥 마당에는 습기를 보존하는 잔디도 심지 않는다. 기단은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기단은 처마 끝에서 낙숫물이 떨어지는 범위 안쪽에 오도록 설계하였다.

 

▲ 초석의 여러 형태.

초석
초석의 사용도 기단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초석은 집의 격식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주요 기능은 바닥의 수분과 기둥재 사이에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여 수분으로부터 목재를 보호하고, 건물의 하중을 지면으로 분산시켜 기둥을 안정적으로 서 있게 하는 것에 있다. 이 기능에 충실하고자 기둥을 올리기 전 초석 윗부분을 가공할 때 약간 볼록하게 하여, 초석 윗면에 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하였다. 또한 기둥을 초석 위에 세우기 위해 그랭이질을 한 후에 기둥의 밑면에 오목한 홈을 파내어 굽을 만들었다. 기둥재에 그랭이질을 하고 굽을 만드는 것은 기둥이 초석위에 안정적으로 서 있게 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초석과 기둥 사이에 공간을 두고 그곳에 숯과 소금을 놓아 수분으로부터 목재기둥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 초석의 여러 형태.
▲ 초석의 여러 형태.

온돌
근래에 오면서 한옥식 주택에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난방 방식을 보일러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흰개미와 부후의 피해를 많이 입게 된다. 과거의 온돌 난방방식은 땔감이 연소되면서 생성된 뜨거운 열기가 온 집을 휘돌아 나가면서 소독효과를 주기 때문에 방부·방충에 효력이 있었다. 여름 장마철에 집을 건조하기 위해 온돌을 이용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통 온돌난방을 이용하는 시기는 늦가을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이고, 이 기간에 흰개미는 겨울을 나기 위해 땅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즉, 이미 지상의 목재에는 흰개미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온돌난방을 하는 시기와 흰개미는 나타나는 시기가 서로 엇갈리게 된다. 흰개미와 부후의 피해를 입은 한옥들은 현대시설인 보일러를 사용하면서 편리한 비닐 장판을 사용하게 되고, 창호 등으로 새어나가는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사용된 비닐막 등이 결로로 발생된 수분배출을 차단하여 목구조의 수분조절에 불리하게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