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창포원과 도선사
서울창포원과 도선사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4.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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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서울 북부
▲ 장태동

[나무신문 | 장태동] 붓꽃 대신 산수유
서울창포원은 지하철 도봉산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창포원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북카페가 나온다. 

일행 중 한 명이 늦는다고 해서 북카페로 올라갔다. 건물 2층에 있는 북카페 실외에서 붓꽃 정원이 한 눈에 보인다. 카페에는 책도 있고 마실 거리도 있었지만 햇살이 좋아 붓꽃 정원으로 내려갔다.

▲ 서울 창포원 북카페에서 본 창포원 정원.

서울창포원은 노랑꽃창포 부처붓꽃범부채 등 130여 종의 붓꽃이 피어난다. 하지만 아직 때가 일러 붓꽃은 보지 못했다. 

바람에 찰랑거리는 연둣빛 수양버들가지, 멀리 보이는 기암괴석 도봉산, 야외 쉼터에 마련된 독서하는 사람의 형상을 한 조형물, 쉼터에 날아드는 참새,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붓꽃을 보지 못한 마음을 달래준다. 

▲ 서울 창포원 산수유꽃에 벌이 날아들었다.

쉼터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고 함께 있던 일행이 마중 나갔다. 의자에 기대 소나무를 올려보고 멀리 도봉산자락도 바라보고 난간 옆에 날아와 앉는 참새도 바라본다. 꽃도 시간 마다 피어나는 모습이 달라지는 분주한 봄 한가운데 앉아 여유를 즐긴다. 

일행이 도착했다. 활짝 웃는 얼굴은 최고의 인사다. 모싯잎떡을 나누어 먹으면서 다음 걸음을 생각한다. 

약용식물원, 늘푸름원, 습지원, 천이관찰원, 산림생태관찰원 등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는 작은 정원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아직은 일러 여러 생명들이 피어난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그 길 중간에 산수유 노란 꽃이 피어 눈길을 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벌이 이 꽃 저 꽃 날아다닌다. 

 

봄날 칼국수
서울창포원은 붓꽃 필 때 다시 오기로 하고 도봉산입구 식당촌으로 자리를 옮긴다. 봄날 점심에는 국수가 어울린다. 국수집을 찾아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는 데 고향칼국수라는 간판을 보았다. 

유명한 산 아래 식당촌 음식이 가격만 비싸고 먹을 건 없었던 경우가 많아 이곳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 도봉산 입구 식당촌 고향칼국수집 칼국수.

다른 식당과 달리 손님 몇몇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우리도 그 행렬에 끼어 기다렸다. 혼자 온 손님들은 테이블을 함께 나누어 쓰기도 한다. 칼국수가 3000원이다. 

칼국수와 막걸리를 시켰다. 막걸리 서너 잔을 시원하게 비우고 칼국수를 먹는다. 국수가 맛있는 건 배가 고파서만은 아니다. 딱 칼국수 맛이다. 칼국수가 고급스러우면 얼마나 고급스러울 것인가? 칼국수는 칼국수 맛이면 되는 것이다. 들어간 고명도 다른 곳과 다를 게 없다. 소박하다. 

목만 축인다는 게 막걸리 네 병을 마셨다. 낮에 먹는 국수와 막걸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원래는 막걸리를 먼저 먹고 이어 국수를 입가심으로 나누어 먹는 게 보통이다. 

 

▲ 도선사 마애불입상.

비 오는 도선사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는 도선사다. 식당앞에서 도선사까지 택시를 탔다. 멀지 않은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요금이 8000원 정도 나왔다. 

도선사는 비에 젖은 소나무숲의 싱그러운 향기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도선사에 거의 도착할 무렵 택시 앞 유리창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도선사는 도선대사가 신라시대인 862년에 세운 절이다. 전설에 따르면 1000년 뒤에 불법을 다시 일으킬 곳이라며 큰 바위를 갈라서 관음보살을 새겼다.    

바위에 새긴 관음보살은 지금도 마애불입상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다. 마애불입상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기도를 드린다. 

1000년도 넘는 세월 무엇인가 간절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원이 박힌 마애불 앞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손자를 위해 기도를 하러다니는 데 손자 이름을 찾는단다. 아주머니는 연꽃 모양으로 만든 작은 조형물이 빼곡하게 놓여 있는 진열대 앞에 섰다. 그 많은 이름들 속에서 손자 이름을 찾다가 못 찾은 것이었다. 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못 찾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나 애가 탔을까? 부모 없이 어릴 때부터 키웠다는 손자인데, 그 손자가 어엿하게 자라 대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한다는 데...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촬영해서 확대해보기를 십 수번, 드디어 그 이름을 찾았고 아주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나는 일행과 떨어져 절집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삼성각에는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도선사 석 독성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2호)이 있다. 범종각을 들러보고 나오다 명부전 앞 커다란 나무에서 걸음을 멈췄다. 200년 전에 인도에서 온 고승이 심었다는 보리수였다. 
가랑비에 젖은 길을 따라 절에서 나간다. 비에 젖은 숲의 향기를 맡으며 걷는 2㎞ 정도 되는 길이 싱그럽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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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