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게으른 나무신문이 사는 법
너무나도 게으른 나무신문이 사는 법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4.1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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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오비끼’는 정각재를 이르는 변형된 일본어다. 통상 한치각 위의 치수 개념으로 ‘니승각’은 두치각, 즉 60×60㎜ 각재를 말한다. 같은 개념으로 ‘산승각’은 세치각으로 90×90㎜, ‘욘승각’은 네치각 120×120㎜다. 순서대로 ‘고승각’(다섯치각), ‘록승각’(여섯치각), ‘나나승각’(일곱치각) 등이 있다. 길이는 보통 12자, 3636㎜다.

이들 제품들이 ‘오비끼’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을 갖게 된 데에는 웃지 못 할 사연이 있다. ‘오’는 일본어에서 나타나는 습관적인 접두사이고 ‘비끼’는 ‘빼다’라는 의미의 ‘히끼’(引)에서 온 말이다. 이 두 말이 우리 말 ‘빼먹다’의 속어격인 ‘비껴먹다’를 만나면서 (한치각에 비해) ‘많이 빼먹는다’는 의미로 ‘오비끼’가 탄생한 것이다.

그만큼 이 말이 탄생할 당시 목재업계는 치수 속이는 것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반 제품명으로까지 굳어진 것을 보면 그 수준을 짐작케 한다.

‘오비끼의 기준이 되는 한치각’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치각은 가로 세로가 한치인 정각재를 말한다. 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33×33㎜가 돼야 한다. 그러나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치각’ 치수는 30×30㎜가 당연시 되고 있다.

또 이 한치각에서 목재 거래의 기본단위인 ‘사이’(재, 才)가 나왔는데, 한 ‘사이’는 12자 길이의 한치각을 말한다. 3.3×3.3×3636㎜가 돼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들고 가는 목재는 대부분 30×30×3600㎜ 제품이다. 

한치각도 결코 ‘적게 비껴먹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특히 ‘사이’당 가격이 일반화 됐다는 점에서 부피가 커질수록 한치각의 비껴먹는 수준이 ‘오비끼’를 능가하게 된다.

수종도 마찬가지다. 세파티아는 월넛(호두나무)을 이르는 일본어 ‘구루미’와 아직도 혼용되고 있다. 세파티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시작할 시점에 고급수종인 월넛인양 거래됐기 때문이다. 하긴 비교적 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거의 모든 활엽수 수종이 ‘특수목’이라고 뭉뚱그려져서 거래되고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산림청이 목재제품에 대한 표시기준을 강화하고 강력한 실행을 위한 관련법 정비에 나선다고 한다. 산림청의 결단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이상은 지난 2010년 5월3일자 나무신문에 실린 〈목재제품 품질표시 강화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의 사설이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전문이다. 

최근의 방부목 시장을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서 뭐 하나 버릴 게 없었다. 5년 후에 다시 써먹지나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