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왜 소나무를 가장 좋아할까요?
우리 국민은 왜 소나무를 가장 좋아할까요?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4.0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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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100문 100답 | 19 -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나무신문] 4월5일은 식목일로 이날을 전후해서 전국에서 나무심기 등 관련행사가 진행된다. 식목일을 맞아 나무와 관련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있어 소개해본다. 

2014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 소나무가 1위로 꼽혔다. 은행나무와 벚나무가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소나무는 2004년부터 이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과거 산과 강 등의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산수화를 보더라도 소나무가 자주 등장해 소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알 수 있을뿐더러 소나무가 우리 자연의 중심이었다고 얘기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나무는 자주 등장하고 있다.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한국갤럽조사(2014)>
▲ <신윤복의 풍속도 화첩(국보 제135호)>
 출처 : 문화재청 홈페이지
▲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나무>

우리 민족은 금줄에 소나무가지를 꽂아 아기의 탄생을 알렸고, 마른 솔잎으로 불을 지펴 소나무로 만든 밥그릇에 밥을 해 먹었다. 또한 소나무로 만든 나막신을 신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았으며 생을 마감할 때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관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같이 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 

오래된 건축물에 사용된 수종을 조사해 보면 수덕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은 느티나무로 되어있다. 그러나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에는 느티나무, 참나무류 등 활엽수를 사용한 예는 거의 없다. 

활엽수가 소나무보다 튼튼하고 잘 썩지도 않는데, 왜 소나무를 더 많이 사용했을까? 활엽수가 비싸고 단단해서 가공하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목재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용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소나무 목재는 대목장들이 얘기하는 대로 정말 우수한 품질의 목재일까?
근래 우리나라의 소나무 목재자원이 부족해지면서 그 대용으로 가장 많이 수입되어 이용되는 북미산 더글라스퍼(Douglas fir), 일명 미송이라는 목재가 있다. 

이 더글라스퍼는 목재의 기초적인 물성인 기계적 성질과 물리적 성질로만 판단한다면 우리 소나무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친근한 소나무를 더 좋아하고 귀하게 여겼다. 여기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민족정서와 우리 민족과 삶을 같이 했던 소나무의 역사가 숨어 있을 것이다. 

소나무 목재에 가만히 코를 대어보면 기가 막히게 진한 솔향을 느낄 수 있다. 이 향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소나무의 좋은 향기는 소나무를 선호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며 또한 이러한 향을 내는 송진은 소나무 목재의 내구성도 크게 높여준다. 

또 하나의 예를 살펴보면 시골의 제각 등 큰 집에서 조용한 밤이면 이상하게 뚝 뚝 하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리는 목재가 건조되면서 뒤틀리거나, 내부에 할렬이 발생될 때 나는 소리이다. 이 소리는 침엽수 보다는 활엽수에서 훨씬 심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침엽수인 소나무는 활엽수에 비해 할렬, 뒤틀림 등의 변형이 적고 적당한 강도와 단단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주거공간관 생활용품에 소나무를 애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단속과 점검, 방제ㆍ방역 등의 대책을 펼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이라는 선충에 의해 소나무가 고사하는 병이다. 크기 1㎜ 내외의 실처럼 생긴 선충이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등의 매개충 몸 안에 서식하다가 이들이 나무를 갉아 먹을 때 생긴 상처를 통해 나무에 침입하게 된다. 나무에 침입한 소나무재선충은 빠르게 소나무에 증식해 나무를 죽게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에 의한 고사율도 높지만 병의 전파와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주변의 나무들도 빠른 속도로 감염되게 된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되는 나무의 종류는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이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나무주사, 감염된 나무의 훈증처리, 파쇄, 소각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 현장>

우리나라에는 많은 목조문화재가 있으며 이를 향후에 복원하거나 보수하기 위해서는 당시 사용했던 나무와 같은 종류의 나무가 필요하다. 조선시대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소나무로 지어졌다.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을 복원할 때도 부재로 사용할 수 있는 소나무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다. 

▲ <시대별 우리나라 집터유적 및 건축물 목재수종(박원규 외 1인, 2007)>

우리의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서도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감염된 소나무류의 방제작업도 중요하지만 소나무류의 이동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재선충병 발생지역의 소나무를 불법으로 벌채하여 유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국민들의 위기의식과 선제대응을 통해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가 없어야 될 것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나무! 

지금 소나무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소나무가 사라진다면 우리 목재문화의 한 축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을 소나무 지키기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