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라는 이름의 靑春
원로라는 이름의 靑春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3.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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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 | 경민산업(주) 이경호 회장
▲ 이경호 회장.

[나무신문] 목재업계 68년 원숭이띠 모임인 원목회(회장 김진호)가 지난달 인천 한 음식점에서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을 초청해 ‘원로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원목회가 지난해 초부터 업계를 대표하는 원로들의 고견을 통해 건전한 시장발전을 위한 이정표를 세운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이 네 번째 행사다. 한편 원목회 회원들은 이에 앞서 경민산업을 찾아서 공장견학과 이경호 회장으로부터 구조용집성재 구법 및 목재의 기초지식에 대해서 한 시간 가량 강의를 받았다. 이날 오간 이야기를 재구성해 소개한다.  - 편집자 주


“나도 여러분들에게 물어볼 게 많은데, 나에게 뭘 묻는다는 거야.”

우리나라 구조용집성재 시장의 창시자, 경민산업 이경호 회장의 원목회를 맞은 첫마디였다. ‘원로이기를 거부한 원로’ 이경호 회장의 이날 이야기는 그래서 과거보다는 미래에 맞춰져 있었다.

때문에 제2대 한국목조건축협회장으로 취임해서 13개 회원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협회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 어떻게 해서 목재업계 최초로 훈장을 받게 되었는지, 1996년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구조용집성재를 생산해 산림과학관까지 건립하게 된 흥미진진하고 신난한 이야기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건축재료는 1세대 목재나 돌과 같은 천연재료에서 2세대 가공재료, 3세대 합성재료, 4세대 복합재료(하이브리드)까지 왔어.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야. 앞으로 21세기 안에는 지능성재료인 인공지능 재료가 나올 거야. 이중에서 생물재료로는 목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게 내 생각이야.”

구조용집성재와 같은 목재가공 산업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업 분야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구조용집성재는 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길이나 두께 등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잖아. 유럽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기술과 3D프리터 기술이 만나서 집을 짓기도 하고 있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집중과 기본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이경호 회장은 강조한다.

“목재는 백화점 식으로 하면 안 돼. 나무는 중소 전문기업이 해야 할 일인데, 조금 잘 된다고 이것저것 확장하고 까불면 큰일 나. 특히 대단면 목재를 이용한 중목구조는 하중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무나 할게 아니야. 한 번의 잘못으로 이 시장이 다 무너질 수도 있어.”

 

▲ 이경호 회장이 특강을 마치고 원목회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인공지능 재료 시대의 목재 산업의 희망 속에서도 걱정이 되는 부분은 이것 말도 또 있다.

“예전에는 우리가 구조용집성재를 만들 때 국산재를 90% 썼는데, 지금은 10% 밖에 못 쓰고 있어. 국산재 가격이 너무 비싸서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더글라스퍼에 비해서 30%는 비싼데, 기업에서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

국가건축위원회에서 우리나라 기본주택을 한옥으로 설정함으로써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한옥에 대한 개발이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원활한 목재 공급을 위한 산업계와 산림당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

“다음에 또 와. 나도 당신들에게 묻고 싶은 게 아주 많아.”
영원한 현역 이경호 회장의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