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그 미소
아찔한 그 미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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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우리 목재 시장의 일본 목재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가 수입한 일본 목재는 전년대비 45%나 증가한 178억엔 어치가 넘었다. 이러한 수요 상승곡선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러한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체감되는 일본 목재의 국내 시장 진출은 가히 폭발적이다. 수년 전에는 이른 바 ‘오비스기’ 열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고, 이러한 스기 열풍은 그대로 히노끼로 옮겨 붙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국내 원목 생산업계에서는 ‘히노끼의 장점’은 9시 뉴스에도 나오는데, 우리 육송에 대한 보도는 찾아볼 수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일본이 발 빠르게 관련 데이터를 만들고 우리 산업계에서 이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풀이된다.

일본 목재업계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과장해 말하면 우리나라 지방 목재업계 관계자들 보다 일본 목재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을 더 자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일본은 한국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벌써 몇 년 전부터 해를 거르지 않고 우리나라 건축 전시회에 일본관을 만들어 출품하고 있다. 올해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일본관의 수준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부스의 규모나 참가 업체 수는 차치하고, 출품된 품목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서로 부스 간판을 바꾸어도 문제가 없겠다”는 농담이 전시회 현장에서 오고 갔을 정도다.

오히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서 한국어판으로 만들어 배포한 브로셔 몇 장의 내용이 충실해 보였다. 때문에 나는 JETRO 서울사무소에 나무신문을 보내고, 신문이 도착했을 즈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브로셔 내용을 인쇄용 파일로 받아서 신문에 싣기 위해서였다. 브로셔에는 열아홉 개 업체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주요 생산품목까지 사진을 곁들인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대로 데이터를 받아서 편집만 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역시 나무신문을 받아 본 이후였다. 하지만 이 담당자는 대뜸 구독을 하라는 것이냐, 광고를 달라는 것이냐, 요점만 얘기하라,고 다그쳤다. 이것이 모두 아무리 길어야 3분 안에 일어난 일들이다. 물론 나는 처음부터 기자라는 신분을 밝힌 상태였다.
 

어찌됐든 나는 우여곡절 끝에 담당자에게 취지를 설명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들은 그는 지난 5일 ‘도쿄에 확인 후 회신하겠다’는 연락을 끝으로 11일 오후 5시14분 현재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일본은 모르겠고, 설령 광고영업 사원이 연락을 해도 그리 대하지는 않는 게 한국 목재업계의 인심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일본 목재계 관계자들의 그 친절하고 소박한 미소가 왠지 기억 속에서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