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혼魂이 올림픽의 생명이다
문화의 혼魂이 올림픽의 생명이다
  • 나무신문
  • 승인 2015.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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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on 2018 정책토론회 『평창동계올림픽 유산과 사후활용방안』 참석소감

지난 2월 초, 한국건축정책학회(회장 이상정 명예교수) 주관으로 국회의사당에서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 유산과 사후활용방안」에 대한 정책토론회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세 번의 어려운 도전 끝에 기적처럼 전 세계에 ‘Pyeong Chang’을 외친 지도 벌써 4년이 되어간다. 온 국민의 환호성으로 전국은 연일 축제의 분위기에 들떠 흥겹기만 한 듯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에서 우려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점점 비판의 날이 거세져 가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은 냉대를 받기 시작했다. 황홀했던 꿈은 사라지고, 넘고 넘어야 할 장벽들이 태산보다도 높게 쌓여있음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가슴에 돌멩이 하나씩 매단 것처럼 마음들은 무거워져 갔고 급기야 올림픽 유치 반대론자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올림픽 행사를 치르고 나면 국민 모두 감당 못할 빚으로 휘청거리게 되리라는 두려움과 불안들이 검버섯 번지듯이 급물살을 타고 확산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되었다.

정부 요인들이 대거 참석한 토론회장엔 일반인들도 많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모두 얼마나 큰 관심들을 갖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이상정 회장의 환영사와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위시하여) 여러 내빈들의 축사에 이어서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강원도 염동열 국회의원의 기조연설이 있었는데, 연설내용은 ‘올림픽 배후 도시와 문화관광을 통한 지속발전 가능한 폐광지 도시 재생과 개최지 창조도시 개발’이었다. 염 의원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진단과 이해, 지속발전가능 전략 등 3파트로 세분해 발표를 했는데 사후활용 지속발전가능 전략에 가장 비중을 많이 두고 항목별로 구체적인 설명을 피력했다. 물론 진단과 이해 부분에서 올림픽 문제제기 논란이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올림픽 2020 어젠다’ 발표로 인한 분산개최 논란 등 산재한 수많은 안건들을 설명했고, 세계 동계스포츠의 축제 및 세계인 모두의 축제로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우려를 희망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염 의원의 열정적인 발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차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고, ‘제발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하는 마음이 절실해졌다.

북한에서도 함께 분산 올림픽경기를 할 수 있는 ‘평화올림픽’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나운서 최동철 스포츠평론가의 사회로, 토론회는 4명의 발제자와 각 부서 해당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앞좌석에 앉아있던 내빈들은 축사 시간이 지나자 썰물처럼 빠져나간 데 비해 일반 국민들은 더 간절한 염원 때문인지 좀체 자리를 뜰 줄 모르는 것도 기이하다면 기이한 일이라 여겨졌다.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국내 월드컵 경기장 사후 활용 사례로서 적자 및 흑자구장의 현황을 비교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며 그 대책에 대한 토론회가 이어졌는데 사후 활용과 같은 이러한 성격의 토론회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하였다. 그 동안 세계적으로 올림픽 경기를 개최해 온 국가들이 모두 겪어온 수많은 실패의 경험에 의한 자구책의 일환으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로 생각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토론회가 각기 다른 여러 주제를 갖고 계속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이번에 발표된 발제를 정리해 본다.

1. 중요체육시설의 효율적 사후활용
2. 올림픽 유산과 문화·관광·축제 연계방안
3. 올림픽 유산과 항노화 ·의료교육
4. 올림픽 개·폐회식장 사후활용계획

암 세포들의 반란을 어떻게 하면 퇴치할 수 있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발표자는 ‘기도를 많이 하면 된다.’라 대답했는데 그 어떤 웅변보다도 가슴을 울렸다. 모든 곳에 모든 답이 될 수 있는 말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토론과 질문을 진행해 갔는데 내게 특별히 관심 갖게 하는 부분이 있어 간단하나마 여기 옮겨 놓고자 한다.
각 국가별 선진사례와 강원도의 브랜드 빌리지 조성사업에 대한 계획내용이다.

 

선진사례
정체성을 살린 문화가 기반이 되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명품 마을 소개.

1. 카테드랄 뒤마주(Cathedrale D' lmage)
- 프랑스 레보드 프로방스의 채석장으로 사용되었던 동굴을 빛과 영상예술로 승화. 피카소, 고흐 작품 영상은 물론 소프트웨어 영상을 매번 교체하면서 재방문을 이끌어내는 작업.

2. 독일 폐광지역인 루르 졸페라인(Zollverein)
- 원형을 보존한 채로 개조한 박물관, 극장, 공원, 커뮤니티 센터 등 아트파크로 재생. 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졸페라인은 천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계기 마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매년 200만명 관광객 방문.

3. 핀란드의 작은 예술가 마을 피스카스(FISKARS)
- 가위, 도끼, 망치, 정원 손질 공구 등을 주로 생산하며 이 지역에 공방을 시작으로 커져 나간 기업. 피스카스 빌리지는 6백명이 넘는 주민 중 150명이 디자이너나 예술가 같은 창작자들이며, 2만 5천명이 방문하는 핀란드 최고의 명소 중 한 곳임.

4. 프랑스 파리 도심 중앙에 위치한 로베르네 집(Chez Robert, electron libre)
- 몇십년 동안 비어있는 건물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행위는 경제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일인 동시에 정치적·문화적으로도 올바른 일임을 제시함.

5. 폐업산업시설에서 밴쿠버의 보석으로 변화한 그랜빌 퍼블릭 마켓(Granvile Public Market)
- 1970년, 작은 폐 공장이 난립한 그랜빌 아일랜드에 몇몇 레스토랑과 카페가 들어섬. 1987년, 에밀리 카 예술대학(Emily Car University)이 폐 공장을 개조하여 그랜 빌 아일랜드로 이전. 갤러리,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고 학생과 예술인, 밴쿠버 시민을 위한 소규모 점포들이 폐 공장을 개조하여 입점. 밴쿠버 인근의 무공해 농수산물 수제 가공식품, 수제 공예품 가게들이 들어서고 뮤지컬과 콘서트, 축제도 개최함.

 

강원도의 브랜드 빌리지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과 올림픽 이후에 관광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체성(흔적)을 배경으로 한 창조된 브랜드 빌리지를 만드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계속 설명은 이어졌으나 귀에 솔깃 들어오는 참신한 플랜은 전해지질 않았다. 아쉽다. 아직도 요원하기만 해서 큰 줄기의 흐름을 찾지 못해 허둥지둥 헤매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서늘한 의구심이 천둥보다 더 크게 가슴을 두드리고 지나갔다. 그래도 수많은 모래알 속에서 사금 한 톨이라도 찾듯 무엇이든 얻고자 귀를 더욱 바짝 기울여 보았다.

- 현재 자원을 활용하되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재창조 컨텐츠를 지향한다. 지역 자원을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는 컨텐츠를 지향한다. 지역의 정체성을 지닌 창조문화컨텐츠로 문화예술 감동 빌리지를 조성한다. 공연 예술·예술작가의 창작활동 활성화 빌리지를 조성하도록 한다, 등.

정책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입 안에서 맴도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혼魂!’

그릇도 안에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데 하물며 한 나라에 있어서랴!
정책과 테크닉 묘수만 찾느라, 먼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서로 혼연일치를 이루어야 함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영혼 없는 구호만을 외치기보다 ‘어떻게?’라는 화두를 갖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엉킨 실타래 풀듯이 이 난제를 풀어나가야만 할 것이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지 않던가?
세계 최대 초대형 건축물만 무리하게 새로 지으려 할 것이 아니라 개개인 체계 있고, 질서 있고, 균형 갖춘 예의를 갖춰야 할 일도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다.

이제 3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준비 기간 동안 우리는 각계 각처에서 올림픽을 훌륭히 잘 치르기 위해 끊임없이 인성·품성·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살리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굳이 작은 비교를 한 가지 해 보자 하면, 어느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녹차 카스테라 하나도 자부심을 갖고 모든 예절을 다하여 미소 지으며 선물하듯 팔아 비행기로 모시고 오게 한다. 그들은 마치 미소조차 예술품인 것만 같다. 친절과 미소는 두고두고 가슴에 아련한 무늬로 남게 하곤 한다. 빵 하나를 맛보기 위해 빵가게 앞 나무그늘에서 두 시간씩 행렬을 지어 기다리게 하는 그 신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또 다른 한 나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오래 된 전통과자를 대체적으로 그저 가격만 불러 툭 던지듯 팔고 있다. 인사도 하는둥마는둥이고 심지어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계산대 앞에선 손님에게 적개심이라도 품은 듯 얼굴은 보지 않고 카드나 현금 내라고 손만 내밀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상품이 아닌, 작고 예쁜 꽃 한 송이 곁에 놓아 둘 배려는 아예 안중에 없을 것이다. 혹여 뒤의 나라의 모습이 우리는 아닌지 깊이 자문해 볼 일이다.
지역주의 욕심만 난무하여 아까운 세월을 낭비하고 말았다는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듯하다. 바야흐로 냉소 시대다. 기저에는 오만함까지 똬리를 틀고 앉아 요지부동 비판만 하고 있다. 머릴 맞대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 가장 최선의 것을 향한 정점으로 나아가야 할 터인데 내 지역·내 마을의 이익만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보편적 가치 추구는 아예 뒷전으로 보인다.

19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대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도 정치·사회·경제의 주역인 부르주아에 대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리건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조롱했다고 하니 이기주의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 듯해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
그렇더라도 올림픽의 빛나는 거리와 건축물과 조형물을 꿈꾸어 본다.

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목조 스튜디오가 있고, 아름다운 데크가 있는 북카페에서 얼굴이 다르고 색깔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부드러운 눈인사 나누는 모습들이 영화 필름처럼 흘러 지나간다.

그 영상들은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오게 되리란 것을 굳게 믿고 싶다. 땀의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땀과 땀은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듯이, 크고 작은 별들이 모여 아름답고 황홀한 은하수가 되듯이, 땀의 결실은 세계인들로부터 ‘Bravo, Korea!’의 찬사로 이어지리라 확신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더 가다듬으며 책임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때다.

역시 19세기 중국의 계몽주의 지식인인 링치차오(梁啓超)는 「음빙실문집」에서 ‘망하는 나라의 여섯 방관자’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비웃고 욕만 한다△아무 생각이 없다 △내것만 살피면서 그저 죽기만 기다린다 △별볼일없는 내가 뭘하겠느냐고 반문만 한다 △마냥 때만 기다린다 △국민이 이러니 나라가 망했다.

그는 방관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설파했는데, 방관이 얼마나 두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가히 가늠해 볼 수 있는 무서운 말이다.
“방관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가의 위기 앞에 국민 모두가 주인의 책임을 포기하고 손님이 되면 나라는 주인이 없게 되므로 결국 그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초침은 찰나에도 멈추는 법 없이 재깍재깍 지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팔짱을 풀고 그 옛날에 혼연일치로 이루어냈던 강강수월래의 힘을 다시 발휘해 나가야만 한다.


 

임나라
동화작가
(사)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상임부회장
(사)한국건축정책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