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시장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는 송현시장은 난전 형태로 자리잡았던 서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1960년대 이후 시장 주변에 소방도로가 생기고 상점 건물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송현시장 아치 앞 건널목을 건너면 송현동순대골목이 나온다. 순대골목을 따라 가다보면 햇볕 들지 않는 흙바닥 골목길이 나오는 데 이곳이 예전에 양키시장이었던 곳이고 지금도 옷 등을 파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은 이곳을 중앙시장으로 부른다.
양키시장 어두운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본다. 양키시장이란 말처럼 지금도 외국과자와 식료품 등을 파는 가게가 옷가게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그 골목에서는 음습한 기운에 피부보다 먼저 뼈가 시리다. 건물 외벽 곳곳이 낡고 삭아 부서져 내린 곳도 있다. 그 잔해가 골목 흙길에 떨어져 나뒹군다.
옷과 한복 등을 파는 중앙시장 골목 끝까지 가면 배다리지하도상가가 나온다. 지하도 상가는 다양한 공예품들을 구경하고 살 수 있는 곳이다.
배다리지하도상가에 붙은 ‘배다리’라는 이름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풍경에서 유래했다. 옛날에는 현재 중앙시장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한다. 밀물 때 배를 대던 곳이 이 부근이라고 해서 ‘배다리’라고 불렀다고 배다리지하도상가 인근 헌책방 사장님이 증언한다.
인천 개항기에 일본인들에 의해 개항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여든 곳이 배다리 주변이었다. 그렇게 마을이 생기고 학교도 들어서고 막걸리 공장도 세워졌다.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됐다.
당시 그 시장의 이름을 ‘배다리시장’이라고 했다. 1955년 배다리삼거리에서 송림로터리까지 길이 생기면서 배다리시장은 중앙시장으로 흡수됐다.
안내소에서 500원을 내고 배다리역사문화마을 지도와 역사와 인물, 중요장소에 대한 설명이 적힌 팸플릿을 산 뒤 길 안내를 받고 출발한다.
배다리안내소 바로 옆이 배다리 헌책방 거리다. 지금은 헌책방이 몇 집 안 된다. 대창서림을 지나 조금만 가면 문구사 삼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 스페이스빔 건물 앞에 폐품을 재활용해서 만든 커다란 깡통로봇이 눈길을 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처럼 나뭇가지가 바람에 날리는 그림에서 바다를 건너온 바람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골목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를 그린 벽화는 실제로 이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붉게 피어난 꽃을 그린 담벼락 꽃밭 가운데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 있다. 그 집 사람은 언제나 꽃밭에서 나오고 꽃밭으로 들어가겠구나!
사람 한 명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골목길은 마음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 골목길과 연결되기도 한다.
역사의 현장이자 정감어린 골목길이 남아 있는 배다리역사문화마을은 천천히 걸어서 돌아봐야 하는 골목길이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