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 제작에는 어떤 목재가 적합한가요?
목판 제작에는 어떤 목재가 적합한가요?
  • 나무신문
  • 승인 2015.02.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재 100문 100답 | 13 -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우리나라 목판제작의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부터로 추정하고 있으며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126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으로 알려져 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문화유산으로 고려 고종 23년인 1236년부터 1251년까지 16년에 걸쳐 8만1340장이 제작되었으며 우리나라 목판제작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목판 기술은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를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목판제작을 통해 대량의 문집이 간행되면서 유교문화를 뿌리내리게 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회에서는 선조들이 목판 제작에 어떤 수종을 이용했으며 왜 그 수종을  선택해 사용했는지 과학의 눈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목판제작에 적합한 수종
우리나라의 목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 경판을 비롯해 조선실록 책판, 조선시대 문집 간행을 위한 목판, 현판, 서판, 목판화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목판의 제작은 먼저 직경이 크고 곧은 나무를 선정하여 벌채한 후 적당한 크기로 제재하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 다음 건조와 대패질 등 마무리 가공을 거쳐 글자를 새기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목재의 세포는 각 수종에 따라 구성세포의 종류, 크기, 배열 형태가 다양하며 이에 따라 목재의 문양과 성질을 달리하게 된다. 목판에 적합한 목재의 조건으로는 적당한 강도와 수축 및 뒤틀림 등의 결점이 적어야한다.
또한 세포 크기가 적절하고 균일하며 목재 전체에 골고루 분포해야 한다.

목판 제작에서 중요한 단계는 무엇보다 글자의 새김 과정일 것이다. 목재가 너무 단단하면 글자 새김이 어렵고, 너무 무르면 인쇄 시 파손 되거나 글자가 빨리 망가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목판 제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수종을 선정하는 것이다.

목판 제작에 이용되는 나무는 목판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목판 폭의 크기가 23~25㎝ 이상이다. 목판 제작 시에 수(pith) 부분이 존재하는 중앙부분은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목의 직경이 40㎝ 이상은 돼야 한다.

목재는 일반적으로 수부터 20년 내외가 미성숙재로 목재의 건조과정에서 할열, 뒤틀림 등의 결함이 발생하기 쉬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최대한 피해 목판을 제작하여야 결함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목판에 이용된 목재에 관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공하기 쉬운 목재를 이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경 40㎝ 이상이고 수간이 곧은 나무는 소나무류, 전나무류 등의 침엽수와 참나무류, 느티나무, 느릅나무, 밤나무 등이 있다.

팔만대장경판에 이용된 목재의 수종은 자작나무로 알려져 있었으나 박상진 전 경북대학교 교수의 목재 조직학적 방법을 통한 연구결과, 조사대상 209점의 시료 중 산벚나무류 64%, 돌배나무 14%, 자작나무 9%, 층층나무 6%, 단풍나무 3% 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학진흥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목판 306점의 수종분석 결과, 단풍나무 42.5%, 박달나무 33.9%, 돌배나무 8.5%, 감나무 4.6%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외 오리나무, 산벚나무, 서어나무로 목판을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목판 제작에 이용된 주요한 수종은 산벚나무, 돌배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박달나무, 층층나무 등임을 알 수 있다.

 

목판제작에 이용된 나무의 특징
우리나라의 주요 목재 중에서 직경이 40㎝ 이상 자라는 수종은 전건 비중이 가장 가벼운 나무인 오동나무(0.22)에서 가장 무거운 대추나무(0.94)까지 다양하다.

목판에 이용된 수종의 전건비중은 대부분이 0.50~0.68정도로 중간정도이며 단단하기도 중간정도이다. 목판에 글자를 새길 때 너무 무르면 글자가 잘 떨어져 나가고 책을 만들 때 마모도 발생할 수 있으며 너무 단단하면 가공 및 글자 새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목판 제작에 사용된 수종들의 현미경적 특징을 보면 모두 활엽수재의 산공재이다. 산공재는 도관이라는 세포가 연륜 내에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어 재질이 전체적으로 균일하다. 도관의 크기도 활엽수 환공재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이나 가구재 등으로 이용된 소나무는 한 연륜 내에서도 조재와 만재의 세포벽 두께의 차이가 커 글자 새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쇄를 많이 할 경우 세포벽이 얇은 조재부가 쉽게 마모되어 글자에 굴곡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목판 제작에 가장 적합한 수종은 비중이 0.5 ~ 0.7 정도, 도관의 직경이 100㎛ 이하인 특징을 가진 활엽수 중 산공재 수종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목판 제작에 사용된 수종을 선택하는데 있어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인 견해와 지혜가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글자를 새기는데 있어 한자의 삐침까지 정확히 표현하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목판은 우리나라 인쇄문화 뿐만 아니라 유교문화를 뿌리내리게 한 계기를 마련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목판은 그 수가 수십 장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귀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관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