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시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
  • 나무신문
  • 승인 201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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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남 당진

▲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 큰줄 전시관에 전시된 줄. 암수줄이 비녀목(비녀장)으로 연결됐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보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 즐겁고 짜릿한 매력이 있는 경기가 두 개 있는 데 하나는 운동회 마지막에 하는 이어달리기이고 다른 하나는 줄다리기다.

특히 줄다리기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선생님까지 함께 줄을 잡고 같은 호흡으로 힘을 모아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의미가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줄다리기를 마친 사람들은 서로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모두 이가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으며 앞 뒤 옆 사람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것이 줄다리기의 매력이다.

 

▲ 줄을 만드는 줄틀
500년 전 줄다리기
구전에 따르면 줄다리기는 신라에도 있었고 백제 때에도 했었다. 문헌상으로는 15세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처음 등장한다. 

충남 당진 기지시리에도 500여 년 전부터 줄다리기를 해오고 있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됐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온 마을 사람이 모여 풍물을 울리며 줄을 옮기는 길놀이부터 시작한다. 길놀이 이전에 국수봉당제와 대동우물용왕제 등이 열리는 데 본격적인 움직임은 길놀이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길놀이는 줄을 보관한 곳부터 줄다리기를 하는 장소까지 줄을 옮기는 과정이다. 완성된 줄의 길이가 암수줄 각각 100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두 줄을 하나로 연결하면 길이가 200여 미터 정도 되고, 줄의 직경이 1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줄을 옮기는 것도 마을 사람이 힘을 합해서 해야 하는 일이자 놀이다.

줄을 행사 장소까지 옮긴 뒤에는 암줄과 수줄을 연결하는 데 이를 ‘비녀장 끼우기’라고 부른다. 수줄이 먼저 행사 장소에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있으면 암줄이 뒤 따라 도착해서 수줄에 다가간다. 수줄과 암줄이 결합을 하고나면 머리에 비녀를 꽂듯 비녀목을 끼워 완벽하게 결합하게 된다.

▲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안에 가면 줄을 타는 원숭이 모형이 있다
줄다리기의 편은 수상(물 위 마을)과 수하(물 아래 마을)로 나누는데 수상이 이기면 나라가 평안하고 수하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누가 이기든 다 이롭다는 게 기지시줄다리기의 의미이자 지역주민들의 바람이었던 것이다.

기지시줄다리기에 얽힌 속설들도 적지 않다. 내려오는 속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윤년에 줄다리기를 하면 무병장수한다. 아들을 낳기 원하면 수줄의 머리 부분을 달여 먹고 딸을 원하는 사람들은 암줄의 머리 부분을 달여 먹으면 효험이 있다. 다린 줄을 거름으로 사용하면 농사가 잘 된다.

기지시줄다리기 축제도 열린다. 2014년의 경우에는 4월10일부터 13일까지 당제, 농악경연대회, 전국 스포츠줄다리기대회, 전국민속줄다리기 및 무형문화재 시연, 기지시줄다리기 등이 열렸다.

축제 말고도 기지시에서는 정월대보름에도 줄다리기를 했다. 이날은 줄다리기 이외에도 지신밟기, 볏가리대세우기, 서낭제, 달집태우기 등을 했다.

 

▲ 짚 모으기
▲ 잔줄 꼬기
▲ 줄틀 설치하기
▲ 줄틀을 이용해 중줄을 만든다
▲ 큰줄 꼬기
▲ 곁줄 꼬기
▲ 곁줄 및 젖줄 달기

한 달 동안 만드는 줄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본관 건물 앞에 큰줄전시관이 있다. 실제 줄다리기에 쓰이는 줄은 암수줄을 연결하면 200미터 정도 되는데 큰줄전시관에는 60미터 정도 되는 줄을 보관하고 있다. 실제 크기보다 작지만 그 크기가 엄청나다.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줄을 만드는 데 한 달 정도 걸린다. 줄을 만드는 첫 번 째 과정은 짚을 모으는 것이다. 짚으로 줄을 만들기 때문에 현재는 기지시 줄다리기 보존회가 기지시리 근처 농가에서 구입한다.

다음은 잔줄꼬기다. 큰 줄을 만들기 위해 잔줄을 만든다. 25m의 작은 줄 4개를 이어 100m 줄을 만든다. 이때 100m 줄을 210개 만들어야 한다.

100m 길이의 잔줄 70가닥을 엮어 중줄 3가닥을 만드는 데 사람의 손으로는 할 수 없어 줄틀을 이용한다. 중줄 3가닥을 줄틀을 이용해서 직경 1m 정도의 큰줄을 만든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큰줄을 사람이 직접 당길 수가 없어서 곁줄을 만들어 큰줄에 연결하고 곁줄에 젖줄을 단다. 사람이 직접 잡고 당기는 줄은 젖줄이다. 완성된 줄의 모양은 지네를 닮았다.

 

▲ 큰줄 전시관에 전시된 줄. 실제 보다 작게 만들었지만 크기가 엄청나다.
이야기가 있는 줄다리기
기지시줄다리기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녹아 있다. 기지시리가 자리 잡고 있는 지형이 옥녀가 베틀을 놓고 베를 짜는 형국이라서 주민들이 윤년마다 제을 올리고 줄을 다려야 재난을 물리치고 탈 없이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윤년이 든 해마다 수상(물 위 동네)과 수하(물 아래 동네)로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삼베, 짚 등으로 작은 줄을 만들어 줄을 당겼다고 한다.  

두 번 째 이야기는 지네에 얽힌 내용이다. 옛날에 한 선비가 매번 과거에 낙방하여 귀향해야 했는데 한 번은 국수봉에 올라 쉬다가 잠이 들었다. 잠깐 자는 사이 꿈에 구렁이와 지네가 나타나 싸우다가 둘이 죽었는데, 그때 색동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춤을 추며 ‘이곳에서 해마다 당제를 지내고 줄을 다려야 과거에 급제한다’고 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지네 이야기도 있다. 기지시리의 지형이 지네를 닮았는데 지네 다리를 잡아당겨 지네가 힘을 못 쓰게 해야 마을에 재앙이 없고 풍년이 든다는 설에서 줄다리기가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 기지시줄다리기를 재현한 작은 모형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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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