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원로라는 이름의 소외
COLUMN 원로라는 이름의 소외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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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목재업계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는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이 영국정부에서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대영제국훈장은 1917년 6월4일 영국의 왕 조지 5세가 설립한 기사단 훈장이다. 시민 분야와 군인 분야로 나뉘어 주어지며, 각 분야는 동일하게 5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훈장의 각 등급마다 주어질 수 있는 최대 인원수는 정해져 있다.

수여 대상자는 영국연방에 속하면서 영국의 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나, 이에 해당하지 않으나 영국연방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도 주어진다.

훈장등급은 △1등급 GBE(Knight·Dame Grand Cross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 △2등급 KBE·DBE(Knight Command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Dame Command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 △3등급 CBE(Command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 △4등급 OBE(Offic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 △5등급 MBE(Memb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 순이다.

이번에 권주혁 고문이 받은 훈장은 4등급 OBE 훈장이다. 이 훈장은 영국의 국민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받은 것과 같은 등급이다. 빌 게이츠는 이보다 한 등급 위인 CBE 훈장을 받았다.

한마디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훈장이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임업 및 목재업계에서는 이러한 권 고문이 ‘대부분이 모르는’ 변방의 사람이 되었을까.

‘외국에서 상을 받았으니 대단한 인물이다’는 식의 사대적 발상에서 던지는 의문이 아니다. 권 고문이 훈장을 받게 된 것이 30여 년 간 목재업계에 몸담으면서 솔로몬에서 조림과 목재산업 진흥에 청춘을 바쳤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권 고문은 이때 솔로몬에서 9000만평의 삼림을 가꾸었다. 이 땅은 이건산업의 소유인데, 박영주 회장은 어느 자리에선가 솔로몬 정부로부터 자기네 땅에 ‘뉴인천’이라는 지명을 붙이자는 제안을 받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중히 고사를 했다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만큼 우리의 영토를 넓힌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산림청은 매년 해외산림개발을 위해 상당한 예산과 정렬을 쏟고 있다. 그런데 왜 권 고문 같은 ‘자원’을 미리 알아보지 못했을까.

이는 비단 산림청과 권 고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춘을 태워가며 임업과 목재산업에 헌신한 업계의 원로들 대부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참담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안의 ‘자원’은 소외시키면서 해외자원개발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물고기 잡는 회사’ 동원산업은 오히려 ‘나무 키워서 받은’ 이번 권 고문의 훈장을 회사의 경사로 여기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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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