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김석환의 한국전통건축탐방 | 연재를 마치며
건축가 김석환의 한국전통건축탐방 | 연재를 마치며
  • 나무신문
  • 승인 201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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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 마지막회

그동안 이 지면에 매주 게재해온 「한국의 전통건축」연재를 다 마쳤다. 처음 이 일을 나무신문과 논의할 때는 매우 벅차게 느껴졌던 일이 어느새 끝을 맺고 보니 홀가분함과 함께 마음 한 구석 허전한 기분이 든다. 특히 그동안 써 온 글들을 좀 더 잘 다듬어내지 못했던  점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필자가 이 지면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리나라 전통건축에서 가장 흔히 사용해온 ‘목재’에 대한 공감대 때문일 것 같다. ‘나무신문’은 국내 목조 건축 산업에 관련된 설계자 및 건설업체 그리고 목재 산업체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기 때문에 이 신문을 통해 마치 식구들 같은 의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필자 또한 그런 의식의 바탕에서 글을 써 왔다.

근래 들어 일반인들의 목조 주택의 선호가 점차 커지고 있다. 나아가 전통을 살린 한옥을 지어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아졌다. 그러한 의식은 세계건축사의 조류가 건축의 의장 형식이나 시대성에 바탕한 이념적 사유(思惟)보다 자연친화적인 소재와 물성, 친환경성을 중시하게 된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한국전통건축에 대한 애정과 관심 또한 커져온 듯하다. 한국전통건축은 한 때 불편하고 구차스러운 과거 유물로서 근현대 건축 조류에 휩쓸려 사라져질 듯 했었다. 그런데 기계적 합리성을 강조하고 시대 조류로 정당시 해온 현대 건축 및 도시가 건조하고 정서적 피폐함을 불러온 결과로 여겨지게 되었으며 대중이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대조적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양상으로 쾌적한 환경을 갖추어 온 한국 전통 건축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번 이 지면에 필자가 소개 된 일이 있었다. 그 때 기자가 쓴 제목은 ‘지극한 모더니스트’여서  필자가 쓰는 글의 성격과 다른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았다. 필자는 그 때 밝힌 대로 전통건축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필자가 전통 건축에 대해 탐구심을 갖는 것은 건축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일 뿐이다. 우리의 땅에서 형성돼온 건축적 지혜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어 이 땅 위에 지어질 다른 건축물들을 이 땅의 풍토에 알맞게 짓는 소양을 얻고자 함이다.

필자가 우리 전통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현대 건축을 주로 다루어오던 차에, 한국인으로서 이 땅에 축적돼온 조상들의 건축적 지혜를 살펴보고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부터이다. 그 이후 전국 각지의 건축을 돌아보며 건축 작품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때때로 그 빼어남에 감동하면서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고 스케치전과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평소 의뢰받은 설계를 하면서 한국전통건축에서 체험한 건축적 가치와 요소들을 적절히 살려보고자 했다.

그 사이 필자가 느낀 한국전통건축의 가치는 자연과 혼연 일체되어 발하는 감각과 생명력, 기계적으로 규정되지 않는 공간의 풍부한 건축적 감각, 친근하게 심성과 교감하는 물성 등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통건축의 가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연과의 조화를 꼽듯이 필자 또한 그에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예기하자면 한국전통건축은 지형지세 및 풍광 등 터의 입지 조건을 살펴 그 여러 가지 요소와 원만한 평형을 이루게 하는 것, 즉 건축과 입지와의 균형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전통건축의 빼어난 사례들은 입지와의 일체감에 의해 자연과 혼연일체 되어 풍부한 감각을 지닌다.
‘나무신문’은 특정 재료의 명칭으로 그 재료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식하게 한다. 목재는 환경 친화적인 재료로 인식되고 있으며 물성을 중시하는 현대 건축의 추세와도 부합된다. 목재는 전통건축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전통건축에서 목조를 이용하는 것은 이 땅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산에서 다양한 산림 자원이 생산된다.

전통건축은 이 땅의 조상이 처음 인공주거를 이루고 살았던 움집으로부터 현대 건축이 보편적인 건축방식으로 뿌리내리기 이전까지 오랜 세월동안 보편적인 건축방식으로 정착되어 왔다. 그리고 그러한 건축에는 각각의 시대별로 주를 이루어 온 사상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전통건축을 되돌아보는 가운데서 불교, 유교, 도교 등 건축이 이루어진 시대정신과 목재를 다루는 장인의 기술의 변천 양상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필자가 이 지면에 연재한 유형은 전통가옥, 궁궐, 서원, 사찰 등으로 실재 문화유산 가운데 그 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꼽았다. 그 곳들은 모두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빼어난 사례로 떠올릴 수 있는 곳들이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며 성곽이나 관아 등 다른 유형의 건축물도 소개할 곳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곳들을 오래 다루다 보면 자칫 식상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당초 36회의 연재 분량을 목표로 시작했었다.    

그처럼 예정했던 글을 다 마치고 연재된 지면을 모아 놓고 보니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건축을 일람할 수 있을 정도의 자료가 모여진 듯 했다. 그리고 그처럼 중요한 전통건축문화유산을 다루며 부족한 필력이나마 무사히 마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진행해오면서 주간 단위로 글을 연재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 과거에 종종 일간신문에 매일 연재소설을 쓴 분들은 정말 어떻게 감당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연재를 하는 동안 얼굴을 모른 채  많은 독자들과 교감하는 시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제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일매헌에서 김석환 올림


김석환 
한재 터·울건축 대표. 1994년부터 터·울건축을 개설하여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삼육대, 광주대 건축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1999년 건축문화의 해 초대작가 및 대한민국 건축대전, 대한민국 건축제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일산신도시 K씨주택, 목마도서관 등이 있다. 저서로 <한국전통건축의 좋은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