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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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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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남 당진

▲ 당진월드아트서커스 장.
인천국제공항에서 직선거리 44km, 대부도에서 직선거리 25km, 제부도에서 직선거리 17km, 이러니 날 맑은 날은 충남 당진 왜목마을 산등성이에 올라가면 경기도와 인천의 몇몇 섬들이 점점이 보이지 않겠는가? 북서쪽 바다에는 덕적도 자월도 승봉도 등 이름조차 아름다운 섬들이 떠 있어 북풍한설도 그 바다와 함께 맞으니 해 지는 바다의 아련함도 해 뜨는 바다의 숭고함도 다 한 가지 아니겠는가?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당진 왜목마을에서 일출도 일몰도 못 보고 빈 낮에 허허로운 바다만 보고 돌아섰다.

 

삽교
삽교천에는 붉은 물이 흘렀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오면 당진의 황토가 비에 씻겨 삽교천을 따라 흘러 아산만에서 아산을 관통하고 흘러 온 곡교천과 만나 바다가 됐다.

바다로 나가는 물길을 막아 인공호수를 만든 게 1979년 10월이었고 그 이름이 삽교호다. 삽교천방조제가 생기면서 그 한 쪽은 아산만 바다가 됐고 다른 한 쪽은 삽교호가 됐던 것이다.

삽교천방조제는 충청남도 당진시 신평면 운정리와 아산시 인주면 문방리 사이 물길을 막은 둑인데 그 서쪽에 해당하는 당진시 신평면 운정리에 삽교호관광지가 있다.

삽교호관광지에 도착한 건 해질무렵이었다. 바다를 앞에 두었으니 노을을 기대했지만 바다가 해 뜨는 쪽으로 열렸으니 노을은 글렀다.  

▲ 삽교호천수공원 조형물, 물의 신비
전망대까지 걸어갔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얼린다. 하지만 그 느낌이 좋았다. 손은 벌겋게 얼고 머리 속까지 얼얼하다. 물결과 파도를 수직으로 세워 놓은 것 같은 조형물이 육지로 지는 해와 어울려 저녁 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돛단배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갈매기를 닮은 가로등 갓은 바다 바로 옆에 있어 그 형상이 이야기를 품는다.

 

당진월드아트서커스  
5시30분에 시작하는 당진월드아트서커스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공연장은 삽교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약 320m 거리, 삽교호천수공원에서 약 840m 거리에 있다.

공연은 중국 기예단이 펼치는 데 공중체조 사다리묘기 공중비상 비천 공중링체조 실패도립  공묘기 집체무술 공중그네 등을 상황에 맞게 구성돼 약 1시간20분 가량 열린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시30분, 3시30분, 5시30분에 시작하는 데 2015년 1월5일부터 3월13일까지는 휴관한다. 

▲ 당진월드아트서커스 어린 공연자들이 실패를 줄 위에서 돌리고 있다.
둥그런 우산을 펼친 몇몇 단원이 나와 조명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동안 무대 중앙에 설치한 시설물 위로 한 명의 단원이 올라간다. 작은 체구의 소녀는 한 손으로 제 몸을 지탱하고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첫 무대를 꾸민다.

어린 단원 여러 명이 나와서 각자가 가져나온 줄 위에 실패를 돌리거나 실패를 서로 주고받으며 체조를 선보이기도 한다.

외발자전거를 탄 단원은 공중에 설치된 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페달을 구른다. 위태롭게 보인다. 하지만 끝내 떨어지지 않고 공연을 마친다.

4단으로 쌓은 잔을 입에 물고 있는 여자단원을 어깨에 올린 채 장대사다리를 신고 계단을 올라가는 묘기도 선보인다.

허리를 뒤로 젖혀 둥그런 아치 모양을 만든 단원 위에 같은 모양을 한 단원 한 명이 올라가 2단을 만든 뒤 그 위에서 또 다른 단원이 물구나무를 서고, 또 그 위에 링에 매달린 단원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며 공연을 펼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공중그네, 숨 막히는 그 장면 순간 마다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서커스는 그렇게 서커스만의 감정을 공연 속에 숨겨두었다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 곡예가 아름답다.
추억의 곡예단
당진월드아트서커스를 보는 내내 어릴 때 고향에서 보았던 곡예단의 공연을 생각했다. 5일장이 서는 날 장터에는 천막이 섰다. ‘뻥이요’소리와 함께 튀겨지던 튀밥을 한 봉지 싸들고 장터를 돌아다니다보면 천막 주변은 언제나 웅성웅성 했다.

목에 줄이 매달린 원숭이가 재롱을 부리는 것까지는 봤는데 천막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그러다가 언젠가 한 번은 천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그 때 새로운 세상을 봤다.

철사를 몸에 감은 덩치 큰 아저씨는 온갖 추임새와 몸동작을 하더니 끝내는 몸에 감긴 철사를 손도 안 대고 끊어버리는 거였다.

‘쿵짝’거리는 음악은 쉴 새 없이 울려대고 간혹 노래를 부르는 아줌마도 있었고, 마술을 하는 마술사도 기억이 난다. 공연이 끝나면 누군가는 병을 들고 아줌마 아저씨들 앞으로 돌면서 병에 들은 내용물을 팔았다. 대부분 그것을 사지 않았지만 간혹 그 병을 사는 사람도 있긴 있었다.

어린 내 마음에 아직도 그 때 그 곡예단의 공연이 남아 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아니지만 술렁이거나 숨 막히던 그 천막 안의 공기가!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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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