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계곡을 걷는 만수계곡자연관찰로
숲과 계곡을 걷는 만수계곡자연관찰로
  • 나무신문
  • 승인 201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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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주 만수계곡

▲ 만수계곡 초입 구름다리에 서서 연못에 비친 하늘을 본다 ⓒ장태동
1시간30분을 비워둘 줄 아는 마음
충주에서 수안보를 지나 지릅재를 넘는다. 그 길에 들면서부터 더운 바람도 선선하게 바뀐다. 지릅재를 넘으면 그 이전의 풍경과 사뭇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부봉과 탄향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신라시대에 생긴 계립령(지금의 하늘재)에서 잠깐 숨을 고른 뒤 포암산으로 솟은 후 만수봉, 마애봉을 지나 월악산 영봉에서 우뚝 솟는다.
백두대간의 줄기가 그렇게 휘달리며 미륵대원지(미륵사지)를 품어 하늘재로 가는 길 어귀에서 여행자의 발길을 안내한다.

그리고 포암산과 만수봉 사이에 만수계곡을 만들어 놓아 푸른 숲과 맑은 계곡에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게 했다.

지릅재를 넘으면 미륵대원지(미륵사지)로 들어가는 길이 먼저 나온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미륵대원지(미륵사지)의 미륵불이 여행자를 반기고 신라시대에 개통된 국도1호선 계립령(지금의 하늘재)으로 오르는 산책길이 열린다.

미륵대원지(미륵사지)로 들어가지 않고 가던 방향으로 1.5km 정도만 더 가면 만수휴게소가 나오고 그 앞에 만수계곡이 있다.

만수계곡으로 들어가면 만수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지만, 만수계곡자연관찰로 2km를 돌아보는 숲과 계곡의 길이 여행자를 반긴다. 여행자는 그 길을 돌아볼 1시간30분의 시간만 비워두면 된다.

 

▲ 만수계곡자연관찰로는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장태동
고통 받는 소나무
만수계곡자연관찰로 입구에 만수봉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지원센터 직원에게 계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팸플릿을 받아 출발한다.

출발하면서부터 풍경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맑고 푸른 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그 위에 구름다리가 있다. 구름다리 위에 서서 하늘과 숲이 비치는 웅덩이를 본다. 실제의 하늘보다 더 파랗고 선명한 하늘이 그곳에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다 보면 미래세대자연체험장이 나온다. 넓은 잔디밭과 나무 등 잘 가꾸어 놓은 정원 같다.

야생화단지도 보인다. 월악산국립공원에 자생하는 100여 종의 야생화가 계절별로 다르게 피어난다. 좀개미취, 백리향, 둥글레, 까치수염, 참나리 등이 여행자를 반긴다.

야생화단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숲길이 시작되는데 그 초입에 송유채취가마가 있다. 송유채취가마는 일제강점기 때 송유를 짜내던 시설이다.

송유란 소나무에서 추출한 기름(테레빈유)이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8월 미국은 자국에서 수출한 석유가 일본의 동남아 침공용 군수물자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송진을 채취하기에 이른다. 기름을 만드는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송유(테레빈유)는 가솔린을 대신하여 항공기 연료 등으로 썼다. 월악산 깊은 골짜기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제의 강압에 노동력을 착취당해야 했다.

우리의 아픈 역사는 ‘고통 받는 소나무’를 보면서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송유채취가마를 지나면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되는 데 그 숲길에 ‘고통 받는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에 큰 상처의 흔적이 보인다. 송유를 만들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나무에 상처를 낸 흔적이다.

 

▲ 송유채취가마 ⓒ장태동
쉬며 놀며 걷는 숲 계곡 길
숲으로 들어가는 길이 싱그럽다. 길 바로 옆에 계곡이 있고 물 흐르는 소리가 청량하다. 하늘을 가린 숲은 계곡에서 뿜어 나오는 음이온을 머금고 있는 지 숨을 쉴 때마다 상쾌한 공기가 몸속까지 씻어주는 느낌이다.

얼마 정도 가다보니까 만수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자연관찰로가 나누어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자연관찰로 이정표만 따라가면 된다.

흙길 오솔길 곳곳에 나무데크길을 만들어 걷기 편하게 했다. 계곡과 길은 나란히 이어지므로 마음에 드는 경치가 나오면 그곳에서 쉬기만 하면 된다. 이런 곳에서 쉬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풍경을 즐기기 위한 준비가 덜 된 것이다. 

크고 작은 바위가 뒤엉켜있는 사이로 물줄기가 떨어진다. 작은 폭포 앞 너럭바위에 앉아 땀을 식힌다.

폭포가 작지만 물이 떨어지면서 만들어 내는 바람이 서늘하다. 폭포의 부서지는 물줄기 앞에 서면 다른 곳 보다 더 상쾌하다.

▲ 고통받는 소나무 ⓒ장태동
삼림욕에 대해 설명해 놓은 안내판에 따르면 숲에는 도심보다 최고 200배 맑은 공기와 음이온이 있다. 피톤치드와 테르펜 등이 가득하다. 이런 물질들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 그래서 삼림욕이 좋단다. 삼림욕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10시경이나 오후 2시 경이 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폭포 앞 너럭바위가 이 계곡의 쉼터인가 보다. 여기 저기 사람들이 앉아 쉰다. 땀을 흘리는 나를 보고 오이를 건네준다. 사양했지만 하나 먹어보라며 자꾸 권해서 받아들고 한 입 물었다. 시원하고 달달하다.

쉴 만큼 쉬고 다시 길을 걷는다. 반환점인 마의태자교를 돌아서 내려온다. 내려가는 길에서 보는 풍경이 올라오면서 보았던 계곡의 풍경과 다르다. 전혀 다른 계곡처럼 느껴지는 곳도 있다. 보는 방향과 시각에 따라 같은 계곡이지만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출발한 곳에 다다르기 전에 숯가마 보인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숯을 구웠던 사람들이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 이곳 만수골에서 살았던 것이다. 월악산에 의지해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숲과 계곡이 품고 있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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