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를 걸으면 바다가 보인다
방파제를 걸으면 바다가 보인다
  • 나무신문
  • 승인 201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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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오이도

▲ 굴밥을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장태동
오이도는 원래 섬이었다. 바닷가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오이도가 육지와 연결된 것은 일제강점기다. 갯벌에 염전을 만들면서 오이도는 육지와 연결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시화공단을 조성하면서 섬의 면모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육지가 됐다.  

식후경
오이도 구경은 밥을 먹은 다음에 시작한다. 회, 조개구이, 칼국수, 굴밥 등을 하는 식당이 오이도 외곽 도로에 가득하다. 아는 집 혹은 가고 싶은 집을 선택해서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된다.

우리는 오이도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굴밥전문점 ‘사라’를 찾았다. 이집은 2004년에 문을 열었다. 굴밥은 작은 개인 솥에 지어 나왔다. 금방 한 밥의 냄새는 구수했고 굴의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밥을 덜고 솥에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든다. 덜어낸 밥은 양념장을 넣어 비벼먹는다. 밥 맛 좋고 굴 향기도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건 양념장이다. 개인적으로 굴밥에는 달래장을 넣는 게 가장 맛있는데 달래장이 아니었다.

이집은 굴밥 이외에 간장게장정식도 유명하단다. 간장게장정식을 시키면 굴밥이 나온다. 굴밥이 1만3000원이고 간장게장정식이 2만5000원이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 간장게장정식도 먹을만 하겠다.

 

▲ 오이도 생명의 나무 전망대 ⓒ장태동
함상전망대와 스테인레스 하얀 나무
‘사라’ 굴밥집에서 나와 방파제로 향했다. 방파제가 시작되는 지점에 옛날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섰던 초소가 보인다. 초소로 올라가 바다를 본다.

바다와 길 사이에 방파제가 있다. 방파제를 따라 한 바퀴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파제 옆 바다에 군함이 보인다.

초소가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와 군함으로 향했다. 군함은 해양경찰 경비함 262함이었다. 방파제 옆 바다에 고정된 경비함에 오른다. 경비함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뱃머리에 섰다. 아래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뱃머리에 서니 꽤 높다.

바닷물이 저 아래 보이고 상가거리와 방파제가 눈 아래 밟힌다. 바닷가에 고정된 퇴역한 경비함이지만 뱃머리에 서는 기분은 한 번 쯤 느껴볼만 하겠다.

경비함에서 내려와 방파제를 따라 다시 걷는다. 방파제가 꺾이는 모퉁이에 나무 모양의 하얀색 조형물이 보인다.

 

스테인레스 스틸관을 용접해서 만든 높이 8.2m의 생명의 나무다. 조형물 안내판에 ‘옛 오이도가 가진 역사와 생명, 사람들의 흔적을 길이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적혔다. 오이도는 신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던 곳이다.

생명의 나무는 가까이서 보는 것 보다 멀리서 보는 게 더 낫다. 하얀색으로 칠을 한 나무 모양의 조형물에 은은한 햇볕이 비치면 동화에 나오는 한 장면 같기도 하다. 

 

▲ 오이도 빨간등대 ⓒ장태동
빨간등대
생명의 나무 주변에 의자가 있어 사람들이 쉬며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그곳에서 다시 방파제를 따라 걷다보면 오이도의 또 다른 명물인 빨강등대를 만난다.

오이도의 명물 빨강등대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다. 방파제 위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천천히 걷는다.

빨강등대 앞에서 한 아줌마가 갈매기에서 과자를 준다. 아줌마가 과자를 허공에 던지면 갈매기들은 재빨리 날아와 부리로 과자를 낚아챈다.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과자 하나 바라보고 날아다니는 바람에 저희들 끼리 부딪히기도 한다.

과자를 주는 사람 주변으로 모이는 갈매기가 있는 반면, 저 멀리 나무데크 난간에 의연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축도 있다. 과자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냥 또렷한 눈동자를 바다에 꽂은 채 미동도 없는 갈매기 몇 마리들의 모습에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의 모습이 겹친다. 하얀 날개를 번뜩이며 더 높은 하늘로 올라 더 빨리 날고 싶어하던 그 갈매기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전개된다.

우리는 등대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바다를 내려 본다. 과자를 먹으려 달려들던 갈매기들이 눈 아래 보인다. 진흙 뻘 빛의 바다에 작은 고깃배가 떠 있고 그 위에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데 그 모습을 위에서 평면적으로 바라보는 거다. 색다른 시각에 새로운 감흥이 동반된다.

우리가 서 있는 전망대 높이가 14.4m인데 갈매기들은 좀처럼 여기까지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고깃배 위를 맴돌거나 과자를 따라 허공에서 허우적대기만 한다. 

 

▲ 오이도 방파제 길 ⓒ장태동
황새바위길
빨강등대를 지나서 방파제를 따라 걷다 보면 황새바위길을 만난다. 황새바위길은 갯벌 위에 설치한 인공구조물인데 간조 때에는 갯벌의 살아 쉼 쉬는 생명을 관찰할 수 있고 만조 때에는 바다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게 한 곳이다.

인공구조물 위를 걸어 갯벌 위로 걸어간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나면 갯벌에 사는 작은 게들이 갯벌 구멍으로 숨는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갯벌로 나온다. 간혹 어떤 때는 작은 게가 군무를 추듯 같은 동작을 반복하기도 한다.

황새바위길의 매력은 갯벌에 사는 생명체들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갯벌과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이 아름답다.

황새바위길에서 나와 지금까지 걸었던 방파제를 되짚어 걷는다. 어둠이 내리는 오이도 방파제에서 아빠와 함께 나온 아이들이 폭죽을 터뜨린다. 노을 대신 불꽃을 보며 하루 여행을 마감한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