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 문화와 목재산업 2
SPECIAL COLUMN | 문화와 목재산업 2
  • 나무신문
  • 승인 201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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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⑥ - 이경호 회장 | 영림목재(주)

큰 기대를 걸고 방문했던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은 과연 나의 목표를 뛰어넘는 규모와 다양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세계적으로 유망한 근세 가구들이 전시돼 있고 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시간부터 유명세를 타게 되지만, 현재까지도 한국작가들의 제품이 초청받지 못하고 있다는 정도의 사전지식으로선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회사의 건물들을 세계적인 건축설계사의 작품으로 이뤄 놓은 후, 유명 가구 디자이너들의 생산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그 제품들을 선전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한 것이다. 따라서 건축 및 가구에 공히 관심 있는 관객들이 세계 각국에서 이곳으로 쇄도하고 있으며 회사는 관광수입과 자사제품 선전을 동시에 이루어내고 있다. “5년 전에만 왔었어도….”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아직 늦지 않았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어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해 히드로 공항에 도착 후 입국심사를 할 때 방문목적을 박물관 탐방이라 하자 심사원이 두 손을 들어 보이며 환영의 뜻을 표한다. 앞으론 업무차 올 때에도 이렇게 얘기할까보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인근의 지하철을 탔다. 최 교수께서 익숙한 솜씨로 자동티켓을 구매해 ‘테이트 모던’으로 향했다. 이 갤러리는 원래 화력발전소였는데 1999년말 현대미술 전용 건물로 완성됐으며 2000년 5월 엘리자베스 여왕2세의 참석으로 공식적인 개관에 이른다.

옆으로 흐르는 템즈강에 아름다운 밀레니엄 다리가 있고 건너편엔 웅장한 세인트폴 성당이 보였다. 목가구가 없다는 말에 시큰둥했던 나는 그러나, 두 개의 기획전 중 앙리 마티스의 ‘오리기(The Cut-outs)’란 타이틀로 나온 한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유치원에서 색종이 자르기로 붙인 것만 같은 작품들은 장난 놀이 같고 난해하기만 했는데 그 중 1052년 작품인 ‘블루 누드(Blue Nudes)’를 보곤 웬일인지 마음이 편안해져 250파운드나 하는 카피본과 그의 두툼한 35파운드짜리 책을 사고 말았다.

농담조로 최 교수께 우리 회사와 이 작품의 원본을 값어치 면에서 서로 맞바꿀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피식 웃고 마는데 아마 어림도 없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특별 전시를 ‘뱅크 어브 아메리카’와 ‘메릴린 린치’가 자랑스레 후원한다는 글이 곳곳에 보였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자마자 런던에서의 제일 중요한 목적지인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V&A)’을 방문했다. 박람회 대로를 사이에 두고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그리고 V&A와 앨버트홀이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150여 년 전부터 박물관 클러스트를 계획해 실현한 결과물이라 하니 우리에게도 암시하는 바가 크다.

사우스 켄싱턴역에 내린 우리는 자세한 안내판과 곳곳에 위치한 안내원들의 인도로 쉽사리 입구에 도착했다. 그만큼 방문객도 많으리라. 제일 상층에 위치한 가구 전시홀로 직행하는데 층계 및 손잡이가 전부 원목으로 잘 조각돼 있었다.

곧 세 개 라인으로 설치된 원목가구 작품들을 보기 시작했다. 과연 그곳에는 이번 여행 중 여러 나라에서 보아왔던 유명한 가구제품들이 나열해 있었다. 최 교수께서는 지금까지 내게 가르쳐왔던 가구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전시된 작품들을 비교하며 일일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기 시작했는데 나또한 종합적으로 총정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다른 곳과 달리 입장료도 무료였지만 사진도 마음껏 찍게 해 준다. 더불어 휴일과 야간에도 개방을 하는 이 모든 것은 오로지 국민의 교육과 학술이라는 교육적 이용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란다. 디지털 기계와 컴퓨터로 제작됐다는 정교하고 복잡한 목제품도 진열했는데 영상으로 세밀하게 그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도 있다.

시원스레 높은 천정에다 에어컨 시설까지 완벽하게 잘 정돈된 진열 상태였지만 많은 관심 작품들이 놓여 있어서 두 번 씩 왕복을 해가며 관찰했는데 갑자기 최 교수께서 “졌다, 졌어!” 하신다. 자세히 보니 두 개의 탁자위에 세계 각국의 유용한 목재 샘플들과 보드류들이 비치됐는데 해당 스위치를 누르면 영상물로서 그 수종에 관해 자세히 풀어줄 뿐만 아니라 일일이 가공 모습을 보여주며 비밀스런 특징까지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자료였다. 이후 독특한 가구 생활용품으로 유명해져서 세계 주요 도시에 진출한 콘란상점(The Conran Shop) 본점을 방문해 주요 제품들을 견학하고 마지막 날 대영박물관을 찾았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이 20만점 내외인 것에 비해 이곳은 7~800만점이 넘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초대형 박물관이지만 우리에게 이번 여행엔 그리 의미가 없어 보였다.

최근 런던, 뉴욕, 뭄바이 및 상하이 4개 도시를 비교해 놓은 자료가 흥미롭다. 위 순서대로 표기해보면 박물관 수에 있어서는 각각 173개/131개/10개/114개에 달한다. 아트 갤러리는 857/721/152 /208이며, 연극 공연 수는 매년 32,448/ 43,004/ 8,750/ 15,618이고, 공공도서관은 383/ 229/ 80 /477 그리고 책가게는 802/ 777/ 525/ 1,322이다. 또한 총 녹지 비율은 38.4%/ 14%/ 2.5%/ 2.6% 이고, 주요 콘서트홀에 있어서는 10/ 15/ 2/ 4이며, 매년 해외 방문자 수는 29,627,000/ 52,700,000/ 2,195,000/ 8,511,20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의 숫자는 각각 어떠할까.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비교 우위를 위해 참고할 뿐이지만 어쨌든 여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문화적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조건이라 할 것이다.

나는 이번 문화 여정과 이 자료들을 통하여 우리의 목재가공산업에 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추후 더 많이 공부해야 되겠지만 유럽의 목가구는 건축을 기본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건축 설계가가 건축실내에 맞는 가구와 그에 어울리는 조각 작품, 벽에 걸 그림 및 소품 그리고 내장재 설치에도 직접 관여해 온 것이다.
그러다가 디자인이 입혀지며 발전하다가, 세계의 각종 물품의 이동 즉 가구에서는 중국의 전통모델이 직간접적으로 응용되어지고 더하여 일본의 창살무늬가 유럽 가구디자인에 융합되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이미 각 분야에 있어서 많은 전문가 분들이 노력해 오셨겠지만 유럽의 여러 박물관과 디자인 센터 등에서 한국 목가구 작품들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유럽의 일부분을 둘러본 나에겐 ‘퐁피두 메츠’에 이우환씨의 돌로 제작된 ‘침묵’이란 작품과 각 박물관의 한국관에서 전시된 도자기 등은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목가구 또는 목제작품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지원 그리고 기업들의 관심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 한 디자이너의 작품이 얼마나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또한 경제측면과 지역에의 발전에 일익을 충분히 담당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금번 여정을 통해 이제 비로소 정신적 지주가 될 문화예술과 우리의 창조경제가 나아갈 길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며 그 선두에 목재분야가 설 수 있음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