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꽃
태양의 꽃
  • 나무신문
  • 승인 201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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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기도 시흥 연꽃테마파크(관곡지)

▲ 연잎과 연꽃 ⓒ장태동
열매가 많아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꽃, 뿌리의 마디마다 잎과 꽃이 자라 화합을 상징하는 꽃, 멀리까지 맑고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는 군자의 꽃, 해가 뜨면 꽃잎을 열고 해가 기울면 꽃잎을 닫는 태양의 꽃, 연꽃이 연꽃테마파크에 한창이다. 

 

강희맹, 관곡지에서 중국의 연꽃을 피워내다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에 가면 연꽃이 피어난 작은 연못, 관곡지가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관곡지에 연꽃이 피어나 여행자를 반긴다.

전국에 연꽃으로 유명한 곳은 한 두 곳이 아니지만 관곡지 연꽃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시대 세조9년(1463년) 중추원부사 강희맹은 명나라에 다녀오는 길에 남경 전당지에서 연꽃의 씨를 가져온다. 조선에 도착한 강희맹은 경기도 시흥시 관곡에 있는 연못에 씨를 심었다. 그리고 그 연이 꽃을 피운다. 

1424년에 태어난 강희맹은 세종29년(1447년)에 문과 별시에 급제하면서 관직에 올랐다. 글과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펼친 그는 집현전 직제학, 이조 판서, 병조 판서, 좌찬성 등을 역임한다.

▲ 연꽃테마파크에 해가 진다 ⓒ장태동
그는 또 경국대전, 동문선, 동국여지승람, 국조오례의 등의 편찬에 참여하는 등 뛰어난 문장가로 잘 알려졌지만 금양잡록 등 농서를 저술한 농학자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조선 후기에 와서는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인지 연못가에 수초가 무성하게 자라 연못이 폐허가 되다시피 방치됐었는데 헌종11년(1845년)에 군수 권용정이 장정들을 동원해서 연못을 보수하고 하중동 주민 몇몇에게 연못을 관리하게 했다.  

관곡지는 그렇게 연꽃의 시배지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조선에 연꽃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에 보면 1411년에 태종이 상왕을 모시고 창덕궁 광연루에서 연꽃 구경을 하며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 나온다.  

관곡지 연꽃은 전체적으로 흰색을 띄는데 꽃잎 끝이 엷은 분홍색이다. 관곡지는 경기도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이다.

▲ 로얄핑크 ⓒ장태동
작지만 강한 느낌, 수련
관곡지 담장 바로 옆이 연꽃테마파크다. 3.2ha 규모의 연꽃테마파크에 가면 연과 수련 등 수십 종류의 연꽃을 볼 수 있다.

넓은 연밭에 피어난 연꽃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은은하고 그윽하게 풍긴다. 연밭 사이로 오솔길이 여러 갈래로 났다. 연밭 가장자리는 자전거길이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나무 그늘이 좀 있다.

연밭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논과 둠벙을 보았다. 연밭 안에 푸른 벼포기가 고르게 자란 작은 논이 있고 그 옆에 물을 가둬놓은 둠벙이 있다. 둠벙 가에는 작은 식물들이 자라났다.  

둠벙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데 저 앞에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 있다. 열대수련이 피어난 곳이다. 수련은 꽃은 작지만 그 모양과 색이 강렬하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수련의 아름다운 자태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한 무리다. 그 주변에는 휴대전화에 수련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로얄핑크, 블루스타, 핑크패션, 오스타라, 마리안스트론, 스타오브샴, 핑크네오파데스, 마이에미로즈, 선샤인, 알버트그린버그 등 열대수련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 쇠물닭 가족.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인다 ⓒ장태동
쇠물닭 가족
열대수련 옆 연못에도 사람들이 한 무리다. 사람들 사이로 오리 같이 생긴 것듥이 언뜻언뜻 보인다.

쇠물닭이었다. 어미 쇠물닭을 졸졸 따라다니는 새끼 쇠물닭은 아주 작았다. 연못에 떠 있는 연잎 위를 걸어다니는 데 걸음마를 하는 아기처럼 뒤뚱거리며 걷는다.

쇠물닭 가족의 즐거운 오후 나들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눈빛에 정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어미가 새끼 입에 먹이를 넣어주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저거 봐봐 저거”라고 같은 말을 한다.

그 가운데 몇몇의 자식을 다 키운 나이 든 여자들은 이미 어미 쇠물닭이 된 듯 감정 이입이 완벽하게 끝난 상태로 한 마디 말을 힘없이 내려놓는다. “에그 애미가 뭔지!”

그 말을 알아들은 냥 어미 쇠물닭은 먹이를 찾아서 새끼 입에 넣어준다. 이번에는 아까 못 먹은 새끼 입에 먹이를 넣어 주는 것이었다.

어미가 새끼 입에 먹이를 넣기 직전에 쇠물닭으로 빙의가 끝난 한 아줌마가 말을 한다. “아까 못 먹은 애 줘야지, 옳지 잘했네!”

나는 돌아서서 자리를 뜨면서 쇠물닭 빙의 아줌마에게 속으로 한 마디 했다. “에그 애미가 뭔지” 
연밭 쇠물닭에 가슴이 서늘하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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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