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암소 아홉 마리의 교훈
SPECIAL COLUMN 암소 아홉 마리의 교훈
  • 나무신문
  • 승인 201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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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⑤ - 이경호 회장 | 영림목재(주)

한 의사가 아프리카의 외진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외국에서 선진 축산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마을의 젊은 청년을 알게 되었다. 그 마을에는 독특한 결혼 풍습이 있었는데, 청혼을 할 때 남자가 암소를 끌고 처녀의 집에 가서 “암소 받고 딸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특등 신부감에게는 암소 세 마리, 괜찮은 신부감은 암소 두 마리, 그리고 보통의 신부감이라면 암소 한 마리로도 승낙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의사는 이 청년이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에 둘러싸여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 놀랍게도 이 청년이 몰고 나온 청혼선물은 살찐 암소 아홉 마리였다.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청년은 마을 촌장 집도, 지역 유지인 바나나 농장주인집도, 마을 여선생의 집도 그냥 지나쳤다.

그렇게 한참을 걷더니 어느 허름한 집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그 집 노인에게 청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노인의 딸은 큰 키에 비해 너무 마르고 심약해 보이는 초라한 여자였다. ‘암소 한 마리’에 청혼할 상대에 불과한데 ‘암소 아홉 마리’를 데리고 간 것을 보고 동네 청년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처녀가 마법으로 청년을 홀린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게 되었다.

그 후 의사는 의료봉사를 마치고 본국으로 되돌아왔다. 가끔 그 청년을 생각할 때마다 그 때 왜 아홉 마리의 암소를 몰고 그 보잘것없는 처녀에게 청혼을 했는지 궁금해지곤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휴가 차 다시 그 마을을 찾아간 의사는 큰 사업가가 되어 있는 옛날의 그 청년을 만났고,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다. 식사를 하면서 의사는 그에게 과도한 청혼선물인 아홉 마리를 건넨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는 빙긋 웃을 뿐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궁금증만 더 커져갈 즈음에 찻물을 들고 한 여인이 들어왔다. 아름답고 우아한 흑인 여인이었다. 유창한 영어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미소까지….

의사는 마음속으로, ‘아~, 이 사람이 그 때의 말라깽이 처녀 말고 또 다른 아내를 맞이했구나, 하긴 저 정도는 되어야 이 사람과 어울리지.’라고 생각했다. 그때 사업가가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선생님, 저 사람이 그때 제가 청혼했던 처녀입니다.” 의사의 놀란 모습을 보고 사업가는 말을 이었다.

“저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저 사람을 사랑했고 저 사람과의 결혼을 꿈꿔 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마을에선 몇 마리의 암소를 받았느냐가 여자들의 세계에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저도 그런 관습을 무시할 수 없어서 암소를 몰고 갔습니다. 사실 제 아내는 한 마리의 암소면 충분히 혼인 승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정말 사랑한 여인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한 마리의 암소 값에 한정하고 평생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자신을 두 마리나 세 마리를 받았던 처녀들과 비교하면서 움츠려져 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혼 때 몇 마리의 암소를 받았느냐가 평생 동안 자기가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세 마리를 훨씬 뛰어넘는 아홉 마리를 생각해낸 것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에게 공부를 하라거나 외모를 꾸미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했고, 또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무척 놀라하던 아내가 차츰 저의 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나에게 암소 아홉 마리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로 아내는 ‘암소 아홉 마리’에 걸맞는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아내는 더욱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져 갔습니다.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내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이제 아내는 결혼할 당시의 모습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더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 수군대던 동네 아낙들도 요즘은 제 아내의 밝은 미소를 사랑해 줍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에게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배운 ‘암소 아홉 마리의’ 교훈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목재 연관산업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장에서 경쟁되는 원자재 예컨대 플라스틱류, 철제, 알루미늄, 지류, 콘크리트 등 품질과 가격을 비교할 때, 과연 우리들은 보편타당성 있는 과학적인 자료를 제출하며 좀 더 자신 있게 응할 수는 없었던 것인가? 대기업들의 우수인력과 대자본 밑에서 그저 우리 목재산업의 문제점에 자신 없이 속수무책으로 단념하고 만 것은 아닐까? 때론 시장의 주도권도 빼앗겨 가며  협소해지는 시장에서 오히려 우리 업계끼리 치고받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쟁시장에서 우리가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우리들이 목재를 좋아하고 좀 더 많은 연구를 하여 우리 스스로 목재산업계에게 최고의 의미와 사랑을 부여받아 ‘암소 아홉 마리’의 교훈처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