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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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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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북 충주 충주호

 

▲ 월악나루 ⓒ장태동

 

나루, 멈추어 쉬고 싶은 곳떠나지 않더라도 누구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아무 이유 없이 그곳에 있더라도 그곳은 언제나 아련하다.

 

그곳은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뒤엉킨 섬이다. 마중 나와 함께 가는 발길과 배웅하고 각자 돌아서는 발길이 교차하는 섬이다. 이별의 슬픔과 만남의 기쁨이 뒤엉킨 섬이다.

 

 

▲ 충주댐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 ⓒ장태동

51.25m
호수를 내려다보기에 적당한 높이 51.25m. 충주댐 물문화관 옆에 충주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는 댐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그 주변을 돌아가며 전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나간 유치원 아이들이 댐으로 내려가 댐 위에 만들어진 도로를 걸어간다. 아이들이 병아리보다 작게 보인다. 호수에 떠 있는 고무보트가 천천히 움직이는데 바람에 떠다니는 낙엽 같다.

푸른 물빛이 멀리 번지는 곳까지 눈길을 옮긴다. 먼 데 풍경은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지워진다. 또렷하지 않아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마음으로 보게 된다. 거기에 그렇게 그대로 있는 것들이 상상하는 대로 변형되어 각자의 마음에 남는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댐을 걸었던 아이들이다. 빈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51.25m를 내려간다.

댐 위에 난 길을 따라 걷는다. 곧게 뻗은 길 끝까지 가서 우회전, 그 길로 더 가면 충주나루가 나온다.

 

 

▲ 충주나루 ⓒ장태동

꽃바위마을, 충주나루
화암리, 한글로 풀어쓰면 ‘꽃바위마을’이다. 충주나루는 꽃바위마을에 있다. 댐이 생기기 전에는 지금의 수면 저 아래 쯤 어딘가에 마을의 집 몇 채가 있었을 것이고 그 마을 앞으로 강물은 흘렀겠지? 그 강가 혹은 그 강물 어디쯤에 꽃을 닮은 바위 하나 있어 마을 이름이 ‘꽃바위’가 됐을 것이다.

나루 주변에는 마을이 없다. 나루가 있는 곳에서 길을 따라 더 들어가야 마을이 나온다. 마을까지 가겠다는 마음을 접고 나루에 머무르기로 했다.

일정 인원 이상이 모여야 배가 뜬다고 한다. 평일 오후에 유람선사에서 요구하는 일정 인원이 모이기는 애초에 글렀다 싶었다. 앞서 배가 출항했는데 사전에 예약하고 온 단체관광객들이란다.

충주나루에서 출항한 유람선은 월악나루까지 갔다가 다시 충주나루로 돌아온다.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월악나루에 정박했다가 오는 게 아니라 바로 회항한다.

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물비린내를 맡으며 충주호를 유람할 수 있는 기회는 놓쳤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언제나 쓸쓸하고 설레고 아련한 그래서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는 나루, 나는 그 나루가 보이는 곳에 앉아 있었다.

사람 하나 없는 나루에 빈 배만 몇 척 묶여있다. 바람이 일지 않으면 물결도 없다. 푸른 물결에 내려앉은 햇볕도 이럴 땐 심심하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물이 호수가 아니라 강물이었을 때, 배가 유람선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였을 때, 사람들은 나루에서 만나고 헤어졌겠지. 마중의 기다림은 가슴에 품고 배웅의 쓸쓸함은 등에 지고 살았던 사람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그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이 분주하면서도 쓸쓸하다. 그윽하고 아련하다.

 

 

▲ 월악나루에서 바라본 충주호 ⓒ장태동

월악나루가 궁금하다
월악나루에서도 유람선을 탈수 있다. 그 배 또한 충주나루까지 왔다가 정박하지 않고 바로 월악나루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유람선을 타면 죽었다 깨나도 월악나루에 발을 딛지 못하는 거다. 월악나루 풍경이 궁금해졌다. 

충주시내로 나가서 월악나루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월악나루로 가는 시내버스는 하루에 몇 대 없는데 마침 버스 시간대에 잘 맞춰 도착해서 많이 기다리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는 1시간 쯤 지나 월악나루에 도착했다.

월악나루에는 월악산이 있었다. 그래서 나루 이름이 ‘월악’이다. 나루의 풍경에서 뒤로 물러난 먼 곳에 월악산이 솟았다. 충주호와 월악나루 그리고 월악산이 만들어 내고 있는 한 장면을 마음에 담는다. 

나루의 풀밭이 초록으로 빛나며 물가까지 번진다. 초록이 꽃보다 화려하다. 땅과 물이 만나는 경계에서는 또 다른 푸른빛이 호수를 물들였다. 안개는 이곳에서도 걷히지 않아 먼 데 있는 산들이 스러진다. 그윽하고 아련하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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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