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신원섭 산림청장은 밥 한 번 사시라
COLUMN | 신원섭 산림청장은 밥 한 번 사시라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4.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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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사진작가 장국현 씨를 아는가. 올해 나이 일흔하나인 작가는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서울 예술의전당 등지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가 찍은 사진 한 장에 400~500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주로 우리나라 소나무 사진을 찍는다.

프로필을 보면 이름이 꽤 알려진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사진예술계에 대한 상식이 없더라도 저 정도의 전시 경력과 작품 가격은 예사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일반의 상식이다.

하지만 저런 ‘업적’에도 불구하고 예술가가 일반에 알려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인 것 같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사진작가 장국현은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소녀시대 열 번 째 멤버’보다 인지도가 낮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얼개는 이렇다. 금강송을 전문으로 찍어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장 작가가 알고 봤더니 멋진 금강송 사진을 찍기 위해 방해되는 주변 금강송들을 불법으로 벌채했다는 것이다.

2011년과 2013년 세 차례에 걸쳐서 금강송 군락지 울진군 산림보호구역에 들어가 수령이 220년 된 것을 포함한 금강송 11그루와 활엽수 14그루를 무단으로 베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장 작가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좋은 금강송 사진 찍자고 귀한 금강송을 베어낸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구동성이다. 몰상식 그 자체이며 전혀 예술가답지도 못하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벌금 500만원은 그의 죄질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는 고함도 터져 나왔다. 심지어 “내가 이 XXX 활동 못하게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인터넷 댓글도 올라왔다.

단언컨대 장 작가는 이번에 벌금 500만원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격적 타격을 받았다. 어쩌면 울진 산림보호구역 금강송 11그루 가치보다 더 크게 예술가적 영혼이 허물어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의 행동이 잘됐다는 게 아니다. 금강송이 아니라 풀 한포기라도 남의 것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산림보호구역 안 식생이라면 신중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론재판의 중심에 있는 ‘귀한 금강송’이 이유라면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금강송과 섞어 놓으면 신응수도 모른다’는 러시아 소나무 ‘소송’과 비교해보자.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자국을 대표하는 전시회장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러시아의 한 사진작가가 있다고 치자. 그가 만약 시베리아 벌판에서 멋진 소나무 사진을 찍기 위해 ‘소송’을 몇 그루 베어냈어도 이런 비난을 받았을까.

우리 금강송은 귀하고 좋은 나무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한그루 베어낼 때마다 우리 국민들의 심장 한 켠이 함께 잘라져 나가야 할 이유는 없다. 이유가 있다면 산림청이 러시아 소나무처럼 금강송을 가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장국현 작가에게 밥 한 번 사시라. 두 번 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