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철불
소나무와 철불
  • 나무신문
  • 승인 2014.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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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북 충주 단호사

▲ 단호사 소나무
충청북도 충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단월동 달천강가에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와 철불이 있는 단호사가 있다.

단호사는 언제 창건했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조선 시대 숙종 때 중건하면서 ‘약사’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후 1900년대 중반에 지금의 이름인 단호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
단호사는 일주문도 없고 천왕문도 없다. 도로 바로 옆에 문도 없는 작은절에서 여행자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커다란 느티나무다.

느티나무가 일주문이자 천왕문이고 불이문이다. 느티나무를 지나면 바로 기이하게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선시대 초기에 심었다고 알려진 이 나무는 모양이 기이해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소나무 굵은 가지가 용이 몸을 비틀며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이 꿈틀거리는 듯하다. 넓게 퍼진 가지는 받침대에 의지하고 있다.   

소나무의 모양만 봐도 무슨 사연 하나 깃들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새긴 비석이 하나 보인다.

이 소나무는 조선 초기에 심었다. 강원도에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돈은 많았으나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집을 찾아온 노인으로부터 충주 단월지방에 있는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면 득남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이에 강원도에서 단호사를 찾아온 그 사람은 절에 불당을 짓고 불공을 드렸다. 간절한 마음을 얹어 기도를 드리던 그 사람은 절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불공을 드리는 마음과 같이 소나무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고향집 마당에 한 그루 소나무를 심고 안방에 부처님을 모셔 놓은 꿈을 꾸었다. 더욱 기이한 것은 그 사람의 부인도 같은 날 꿈을 꾸었는데 꿈에 단호사 법당이 자기 집 안방으로 바뀌어 보였다는 것이다.

부인 생각에 남편이 있는 단호사를 찾아가 함께 살며 기도를 드리라는 암시라고 생각하고 그 길로 단호사로 떠났다. 함께 살던 부부에게 태기가 생겼고 아이를 얻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이 절은 아이를 못 낳는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 삼층석탑
소나무 아래 삼층석탑 
넓게 드리운 소나무 품 안에 작은 석탑이 하나 보인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품고 있는 모습이다.

석탑은 작고 단순하게 생겼고 화려한 문양도 없다. 균형과 비례가 잘 맞는 것도 아니다. 충주 호암지 옆 산기슭 복숭아밭을 지키고 있는 복숭아나무 같기도 하고, 허리 굽혀 농사짓는 단월벌 농사꾼의 뒷모습도 비친다.  

꾸밈 없고 소박한 이 석탑은 그냥 보기에는 3층 석탑이지만 원래는 3층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단부(탑은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 등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 기단부는 탑신부를 받치는 부분이다)는 단층으로 보이는 데 원래는 2층 기단(터 보다 한 층 높게 쌓은 단)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기단면석에는 우주(모퉁이에 세운 기둥)와 탱주(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기둥)가 모각되어 있다.

3층 옥개석(석탑이나 석등의 지붕돌)과 동일석으로 치석된 상면의 사각형 부재는 상륜부를 받치는 노반(탑의 꼭대기 층에 있는 네모난 지붕 모양의 장식)이 아니라 탑신석으로 보인다. 옥개석 처마는 수평으로 처리했다.

이런 특징들로 보아 이 석탑은 고려 중기 이후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69호다.

 

▲ 철불
대웅전 철불 
소나무와 삼층석탑에 마음을 빼앗겨 소나무 주변을 몇 번이나 맴돌았다. 넓게 퍼진 소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보기도 했다.

역동적이면서도 차분한 기운이 드는 소나무를 뒤로하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보물 512호로 지정된 철불이 있다. 

이 불상은 금으로 도금한 것으로 인해 1968년 이전까지 금불상으로 알고 있었다. 1968년에 철불로 밝혀졌다.

▲ 대웅전
나발(부처의 머리털. 소라 껍데기처럼 틀어 말린 모양이라 나발이라고 부른다.)의 머리 위에는 큼직한 육계(부처의 정수리에 있는 뼈가 솟아 저절로 상투 모양이 된 것)가 있고 미간에는 백호(부처의 두 눈썹 사이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가 있다. 귀는 길게 늘어지고 목에는 삼도(불상의 목에 가로로 표현된 세 줄기 주름. 삼도란 생사(生死)를 윤회하는 인과(因果)를 나타낸다.)가 표현되어 있다.

부처의 인상이 단정하면서도 근엄하다. 육계의 모양이나 양쪽 무릎의 의문(옷주름) 등 각 부분의 양식 및 조성수법으로 미루어 볼 때 충주시 대원사에 봉안된 충주 철조여래좌상과 흡사하여 두 불상은 같은 시대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조성연대는 11세기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 작은 연못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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