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월화수 木 금토일
COLUMN 월화수 木 금토일
  • 나무신문
  • 승인 2014.06.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최근 ‘일상의 예술’을 주제로 한 목가구 회화 악기디자인 등 장르 융합 조형예술 전시회 개막식에 다녀왔다. 개막식은 장르를 아우르는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다양한 전시 및 공연으로 진행됐다. 그 중심에는 나무가 있었는데, 전시회 자체가 목가구조형을 중심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개막식 무대에 오른 한 중견 시인의 시낭송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인의 고찰에 따르면 우리의 일상은 해와 달과 불과 물, 나무와 쇠와 흙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상의 한 기본주기인 일주일이 日 月 火 水 木 金 土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우리 선조들은 사람의 일상과 이를 둘러싼 세상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이 일곱 가지를 꼽고 있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었다.

 

시인의 시선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 일곱 가지 요소 중에서 유일한 생명체는 나무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무릎이라도 탁 치고 싶을 정도로 절묘했다. 지금까지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의 일상에 이처럼 놀라운 숨은 맥락이 감추어져있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시인은 생각의 실타래를 계속해서 풀어나갔다. 일곱 요소 중에 이처럼 생명체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나머지 여섯 요소가 그 하나의 요소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와 달과 불, 물과 쇠와 흙이 ‘생명의 존재’ 나무를 위해 조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 조상들이 사람과 같은 다른 생명체를 제쳐두고 나무를 그 중심에 둔 것은, 나무를 인간보다 우선한 생명의 출발점으로 보고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도 풀이했다.

 

과연 경륜 있는 시인의 시선이 아닐 수 없었다. 범부들이 생각 없이 지나치는 월화수목금토일 일상 속에서도 저리 날카로운 식견을 건져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약간 다른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월화수목금토일 우리 일상 속의 나무를 ‘유일한 생명체’가 아닌 나머지 여섯 요소와 같은 또 하나의 무생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목재로서의 나무’말이다.

 

나무를 생명체로 본다면 시인의 말처럼 굳이 우리 인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생명의) 경중을 따지는 것 자체에 어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일상의 삶을 영위하게 할 중요한 일곱 요소라면, 목재가 들어가는 게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목재는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 우리의 일상이 생겨난 처음부터 月火水木金土日 일상이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다.

Tag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