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신록으로 빛나는 숲
연둣빛 신록으로 빛나는 숲
  • 나무신문
  • 승인 201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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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남 고성 갈모봉산림욕장

▲ 갈모봉 정상 360m 전 여우바위봉 가는 길목에 있는 전망바위에서 본 풍경. 신록이 아름답다 ⓒ장태동
꽃 진 자리에 돋아난 새 잎으로 산천이 물들었다. 여린 새 잎 하나하나 모여 번지는 저 푸른 들불이 춤을 춘다.

 

햇볕 반짝이는 숲이 일렁인다
새벽 버스터미널이 분주하다. 경남 고성으로 가는 길, 통영이 종착점인 버스에서 고성은 잠깐 쉬었다 가는 경유지다. 잘 알려진 여행지가 없는 고성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버스는 나를 내려주고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머리를 돌려 떠난다. 모두들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통영으로 가는가 보다.

고성! ‘공룡 발자국’밖에 생각나지 않는 마을에 발자국을 찍는다. 읍내 번화한 거리로 나선다. 오늘의 목적지는 갈모봉산림욕장이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갈모봉,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만 듣고 여기까지 왔다.

언제 올지 모르는 군내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택시를 탔다. 갈모봉산림욕장에서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주차장까지 올라가서 차에서 내렸다. 숲 밖에서 숲을 본다. 햇볕이 숲을 감싸고 있었다. 나뭇잎마다 햇볕이 반짝인다. 바람이 불어가면 반짝이는 숲 전체가 일렁인다.

▲ 갈모봉산림욕장은 편백나무 삼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장태동
갈모봉 숲과 나는 그렇게 처음 만났다. 안내판에 70여ha의 임야에 편백나무, 삼나무 등이 숲을 이루었다고 적혀있다. 안내판을 보면서 오늘 걸어야 할 코스를 살펴본다. 산책로와 등산로 임도 등이 여러 갈래로 얽힌 길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해가 있을 때까지 여러 갈래길을 다 다녀보기로 마음먹었다.

1.6km 산책로만 걸어도 좋고 갈모봉 정상까지 가도 좋다. 갈모봉 정상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가장 긴 코스를 걸어 정상에 도착하는 데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짧은 코스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시간까지 다 해서 약 1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정상에 오르면 영선고개나 쌀골 등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지 말고 다시 산림욕장으로 돌아온다. 중간에 쉬거나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은 개인 사정에 따라 조절한다. 

▲ 갈모봉산림욕장 곳곳에 의자나 데크 등이 있어 편히 쉴 수 있다 ⓒ장태동
편백숲으로 들어가다
산책로를 따라 숲으로 들어간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는다. 흙길 옆에 편백나무 조각을 깔아 놓은 길도 있다. 편백나무 구간이 끝나고 삼나무 구간이 시작된다. 키 큰 두 나무가 숲을 이루어 하늘을 가렸다. 숲 아래 산림욕대가 놓였다. 얇은 이불이나 무릎담요를 덮고 자는 사람도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이룬 숲의 향기가 좋다. 나무 앞에 세워 놓은 작은 안내판을 읽어보니 나무들이 각종 박테리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특유의 향기와 살균, 살충력을 가지고 있는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맑은 공기, 푸른 숲, 피톤치드 성분 등이 있는 숲에서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한다. 산림욕을 할 때는 간편한 옷차림이 좋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쉬어야 할 것 같다.

햇볕이 새어들어 낮은 곳에서 자라난 작은 나무에 닿는다. 연둣빛 새잎들이 햇볕을 받아 환하다. 싱그러운 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산책로와 등산로, 임도가 모이고 흩어지는 빈터였다. 길을 안내하는 안내판과 수도가 있다. 수도 옆에는 갈모봉 정상이 1.56km 남았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땀을 씻고 안내판에 있는 길과 실제의 길을 찬찬히 따져본다. 길이 여러 갈래다. 넓은 임도도 보이고 나무계단도 보인다.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면 팔각정이 나온다. ‘갈모봉 정상 1.5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르기로 했다. 이 길이 갈모봉으로 올라가는 가장 짧은 코스다.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편백나무가 들어선 숲속에 넓은 터가 나온다.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평상과 산림욕대, 의자 등의 시설이 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그중 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치료하러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고성은 물론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통영 거제 진주 등에서도 갈모봉산림욕장을 찾아온다는 것이다. 편백숲 산림욕과 갈모봉 정상까지 등산을 즐기는 사람도 많지만 병이 있어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몸을 돌본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편백숲 아래 산림욕대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갈모봉 정상에서 바다가 보인다 ⓒ장태동
갈모봉 정상
짧은 오르막 구간을 몇 번 지나니 갈모봉 정상으로 가는 길과 여우바위봉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 부근 바위절벽에 큰 구멍이 뚫려 사람이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석문이 있는데 여우바위봉으로 가는 길 첫머리가 그 석문 윗부분에 해당한다. 석문 윗부분은 시야가 터진 전망대나 다름없었다.

▲ 갈모봉 정상 360m 전에 있는 석문 ⓒ장태동
석문 윗부분에 해당되는 자리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당당하게 서 있다. 멀리 고성의 바다도 보인다. 신록, 새로운 초록이 물든 산천을 굽어본다.

여우바위봉까지 가지 않고 전망바위에서 돌아 나와서 갈모봉 정상으로 향한다. 오솔길 옆 풀도 초록으로 반짝이고 그 위에 피어난 희고 붉은 꽃들도 아름답다.

368m 갈모봉 정상에 섰다. 고성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바다도 보인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말리고 돌아가는 길, 조금 전에 땀을 씻었던 수돗가에 도착해서 다시 한 번 땀을 닦고 산책로 계단으로 올라가서 팔각정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도를 따라 걷는다. 넓은 임도 아래 편백나무 숲으로 오후의 햇볕이 길게 드러눕는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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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