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목재산업 현장을 가다 | 목재업계의 새로운 소득창출 ‘바이오매스’
일본 목재산업 현장을 가다 | 목재업계의 새로운 소득창출 ‘바이오매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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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값싼 목재로 전기 만들수록 비싼 값 받는 고정가격 매입제도

목질보드 생산업계 원료 사용할수록 유리한 우리 발전산업도 도입해야

우리나라 목재산업과 목재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원재료 확보를 놓고 제로섬 게임의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간파하고 양 산업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서대원 회장, (사)한국합판보드협회 정하현 이사, 동화기업 유성진 원재료부문장과 함께 일본의 산판과 우드칩 생산공장, 목질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을 찾았다.  -편집자 주

▲ (우로부터) 유성진 부문장, 서대원 회장, 정하현 이사가 일본 원목생산업체 관계자로부터 임지잔재물 처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발전용 칩을 만들기 위해 임지잔재 등 폐목재들이 쌓여 있다. 이처럼 미이용 목재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어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전통 목재산업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목질 바이오매스 산업 간 원재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발전사업자들에 대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시행함으로써 기존 목재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RPS란 태양광 수력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해 발전소의 총발전량 중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원가, 국가정책, 환경보호 등을 고려해 그 종류에 따라 각각 가중치를 다르게 부여하고 있다.

이중 폐목재를 연소시켜 화력발전을 하는 경우 1.5의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목재를 이용한 발전설비는 태양이나 풍력 등에 비해 설치비용이 현저하게 싼 반면 가중치는 이처럼 높게 받음으로써 발전업자들이 목재 바이오매스로 몰리는 쏠림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

이와 같은 ‘가중치’라는 경쟁력을 가진 발전업계는 당초 약속됐던 ‘버려지는 목재’를 사용하는 대신 MDF나 PB 등 기존 목질보드류 생산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재료를 손쉽게 빼앗아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RPS에 따른 가중치 제도가 지속될 경우 국내 목질보드류 생산업계는 곧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작업로를 내려다 본 모습. 벌채작업이 끝난 후에도 작업로를 그대로 둔다

‘미이용 목재의 이용’이 바이오매스

 

‘출구를 활성화 하는 것’이 일본이 택한 바이오매스 산업 활성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RPS 제도 역시 바이오매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다. 원재료 구입 경쟁력을 높여줌으로 해서 관련 산업을 키우겠다는 것. 하지만 이로 인해 기존 목재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최근 RPS제도를 버리고 재생가능 에너지 고정가격 매입제도(FIT)를 도입했다. 발전사업자가 태양광이나 풍력, 폐목재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정부에서 정해진 가격에 구입해 주는 제도다.

 

▲ 칩 생산을 위해 야적되어 있는 원목. 유성진 부문장은 이를 보고 ‘목재산업의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주목할 점은 이때 그동안 이용되지 않아서 버려지거나 가격이 현저하게 싼 ‘미이용 목재’(임지잔재)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를 가장 비싸게 사준 것이다. 기존 목재업계에서 사용하는 비싼 폐목재를 사용하면 오히려 전기 값이 싸진다. 또 이렇게 한 번 정해진 전기 구입가격은 20년 간 보장해준다.

 

목재를 원료로 한 전기 매입가격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미이용 목재(간벌재 등) 33.6엔 △일반목재(공장잔재, 수입칩, 팜껍질, 볏집 등) 25.2엔 △리싸이클 목재(건축폐기물 등) 13.65엔 등이다. 산에 버려지다시피 해서 가격이 싼 미이용 목재를 사용해 전기를 만들면 기존 목질보드류 업계에서 사용하는 건축폐기물을 사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제품가격을 더 많이 받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발전업자들은 자연히 ‘미이용 목재를 이용’하고 있다.

 

 

▲ 벌채현장으로 이어진 임도. 폭설에도 승용차가 드나들 수 있는 포장도로다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득창출 ‘임지잔재’

 

일본은 목재이용의 기본을 단계적 순환이용에 두고 있다. 이는 바이오매스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순환이용이란 목재를 이용가치가 높은 것에서부터 낮은 단계로 차례로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제재와 합판, 집성재, 제지, 목질보드 등 물질 이용 단계를 거치는 것을 뜻한다. 목질 바이오매스는 이 단계의 마지막에 있다. RPS 가중치와 같은 섣부른 구매 경쟁력을 부여해서 이 단계의 어느 한 부분으로 파고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틀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FIT 제도다. 버려지는 목재를 활용토록 함으로써 임업 및 기존 목재업계에도 새로운 소득창출이 가능토록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현재 집계된 일본의 목질바이오매스 발전설비는 전국 22개 소에 달하며, 미이용 목재의 신규 수요도 어림잡아도 연간 100만㎥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FIT 제도가 도입된 지 6개월여의 성과로 앞으로 ‘미이용 목재의 이용’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벌채현장. 작업로를 내고 중장비가 산마루까지 투입되고 있다. 앞에 보이는 원목 가격이 도착도 기준으로 3000엔이다

공공재에 대한 공공의 부담 ‘간벌 보조’

 

폭설에도 벌채가 가능한 임도와 중장비 시스템 등 탄탄한 기반을 갖춘 일본의 임업이 ‘미이용 목재’를 이용한 바이오매스를 가능케 한 기본이다. 또 공공재인 산림을 가꾸기 위한 공공의 부담원칙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임업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임도는 한겨울 폭설이 내린 뒤에도 승용차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인 포장도로다. 또 산마루까지 이어진 작업로는 대형트럭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과감하게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 등의 반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일본 벌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을 주민들은 일자리 등 소득창출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가꾸어진 산 속의 나무는 쓰일 때가 되면 베어내 써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숲을 가꾸는데 공적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절반 정도 현에서는 매년 한 가구당 500엔 정도의 ‘환경세’를 부담시키고 있다. 이 돈은 간벌비용을 보조하는 데 쓰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 간벌비용이 나무 값보다 비싸기 때문에 간벌을 전적으로 산 주인에게만 맡겨 두면 제대로 된 숲가꾸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간벌 등 숲가꾸기는 목재의 생산뿐 아니라 탄소저장량 증가 및 산림식생 다양화와 같은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 한국 시찰단 일행이 원목 상태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값싼 원목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일본 정부의 임업생산 및 소비에 대한 보조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례로 지난 일본 대지진 사태로 합판 생산회사 하나가 문을 닫았는데,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 합판회사에 원목을 공급하던 벌채회사들에게 판매 거리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새로운 판로 개척을 도운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산림 병해충 피해목에 대한 선제적 대처도 눈여겨볼 만하다. 병해충이 발생하면 일정 지역을 피해확산 예상지역으로 선정하고, 이 지역 나무에 대한 벌채 및 운송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임업 및 목재산업에 대한 지원은 값싼 원목의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일본의 한 벌채현장에서 확인한 제재용 원목(A급 목재)의 가격은 도착도를 기준으로 ㎥당(이하 같은 기준) 1만엔, 합판용(B급) 8000엔, MDF 및 펄프용(C재) 3000엔에 각각 판매되고 있었다.

또 산림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목유통시장에서는 길이 5m 직경 54cm 하는 소나무 원목이 3만5000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의 한 제재업자에게 확인한 결과 국산 육송의 경우 이 정도면 최소한 2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가격이 없다’는 설명이다.
일본 아오모리현·이와테현 = 서범석 기자

 

▲ 최근 가동을 시작한 구자까이 바이오매스 발전소 전경. 최근 시행된 FIT제도로 인해 그동안 버려지던 ‘미이용 목재’(임지잔재)의 새로운 소비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