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寫사掌장 칼럼 | 이 야심한 밤
나寫사掌장 칼럼 | 이 야심한 밤
  • 나무신문
  • 승인 201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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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심한 밤, 아니 새벽에 잠 안자고 뭐하겠노.
밤거리를 헤매거나 심야방송을 보거나 그저
멍하니 드문드문 켜진 옆동 아파트 불빛을 보거나
그도 아니면 요즘 들어 암전중인 카친들의 일상을
관찰하거나 등등

하일지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을 영화로 보았다.
20여년 전의 삶의 흔적이 영화 여기저기에 흩어져
도드라진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공중전화부스에서 받지 않는
전화를 거는 모습은 이제 거의 신화나 전설이다.
그 아날로그적 기다림과 안타까움은 속도에 묻혀 사라진지 오래고
경마장 가는 길 어느 곳에도 시간을 기다려주는 낭만은 없다.
이 오롯이 혼자일 수 있는
새벽 시간이 주는 자유와 고요함이 시간과 현실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다니,
오 불면의 유익함이란 사고의 환기에서 오는 유레카!

요 며칠간 요따위 것들을 먹고 지냈다. 뭘먹고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궁금한 세월이다.
잘 먹고 잘 지내시지요 다들?


글·사진 _ 나재호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