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과 진실게임, 지식과 권력의 동침?!
숭례문과 진실게임, 지식과 권력의 동침?!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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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南友[나무]

숭례문 부실복원 논란이 ‘목재 바꿔치기’로까지 확산됐다.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일부 기둥과 대들보 등에 우리나라 금강송이 아닌 수입산 러시아 소나무가 쓰였다는 의혹이다. 이에 경찰은 목재 공급을 담당했던 신응수 대목장이 운영하는 제재소를 압수 수색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신응수 대목장이 값비싼 금강송을 빼돌리고, 값싼 러송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러송을 사용했는지 안했는지를 가리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서로 상반된 주장들이 조용히 퍼지면서 진실게임이 물밑에서 진행중이다.

 

우선 신응수 대목장에 대한 일부의 평판이 목재 바꿔치기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시사저널>의 취재보도에 의하면 문화재 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신응수 대목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대동목재와 아들 명의의 세동목재를 이용해 나무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 이는 이 두 회사가 문화재 공사에 들어가는 목재에 있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까지 독식하며 압도적인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데, 사실상 한 개 업체가 연간 80만재 중 60만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숭례문에 사용된 10만여 재에 달하는 육송을 공급하려면 20십만 재의 육송 원목을 구해서 건조시켜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응수 대목장은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러송과 금강송 구분 방법에 대한 상반된 주장도 일부 제기된다. 경찰은 잘린 나무만으로 러송과 금강송을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다는 업계의 입장에 따라, 국립산림과학원에 DNA 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DNA 조사를 하더라도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주장에서 러송과 금송은 경험적으로도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는 의견까지 주장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어쨌든 이 또한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

 

하지만 상반된 주장이 둘 다 진실일 가능성은 없을까. 가령 신응수 대목장이 수십만 재의 육송을 공급할 다양한 방법의 수, 러송과 금송에 대한 현장의 경험적 구분방법이 통하지 않는 숭례문만의 특수성이 있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진실은, 진리는, 혹은 지식은 매우 가변적이다. 때론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진정한 실체 앞에 허탈해질 때도 있다. 지식이라는 것은 권력의 작동에 정당성을 주며 관계한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숭례문 부실복원 논란에는 정치적인 배경도 한자리 하고 있다. 바로 ‘임기 내 완공을 강제한 전시행정’의 책임 문제다. 어쩌면 러송 사용 여부를 떠나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MB의 책임’. 한국사회에서 정치와 전문가의 역학관계가 엄연한데, 전문가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양심’에 대한 공공의 감시를 해제하는 것도 부당하다.

중순이면 조사 결과가 나온다. 책임을 묻더라도 한 사람에게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책임자만 양산하는 결과보다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