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 따라가는 인왕산길
서울성곽 따라가는 인왕산길
  • 나무신문
  • 승인 201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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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서울 인왕산

▲ 인왕산 기차바위. 저 뒤로 북한산자락이 보인다.
인왕산은 338m로 높지 않지만 바위산의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산신령이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는 전설도 그렇고 굴곡진 바위 능선 때문에 산세가 강해 보인다. 바위절벽에 설치된 계단과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을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해서 자하문으로 내려가는 인왕산길은 서울성곽을 따라가는 역사의 길이기도 하다.

 

▲ 인왕산 개복숭아 꽃이 진다
산새 깃들고 도화 피고지니 무릉도원이 아닐까
독립문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가다가 왼쪽 골목길로 좌회전 한다. 낮은 산이지만 산행 전에 식사를 하기로 하고 만두 파는 분식집에서 만둣국을 먹는다. 작고 허름한 분식집이라 배만 채운다고 들어갔는데 맛이 기대 이상이다.

배가 부르니 산행이고 뭐고 귀찮아 진다. 발걸음이 무겁다.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를 지나니 ‘인왕사 가는길’ 안내 이정표가 벽에 크게 붙었다.

인왕사는 울타리가 없이 집들과 섞여 있었다. 좁은 골목을 돌아드니 가게 앞 정자에 종이 매달렸다. 인왕사 종이다. 계곡에는 무속인들의 기도처로 보이는 곳이 있다. 그러니까 절과  무속신앙기도처와 일반 집이 인왕산 한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다.

국사당도 보인다. 국사당은 남산을 신격화한 목멱대왕에게 제사를 올렸던 곳이다. 원래는 남산 팔각정 자리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사람들이 남산에 신궁을 지으면서 192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중요민속자료 제28호로 지정됐다. 지금도 국사당을 무대로 내림굿, 치병굿, 재수굿 같은 굿판을 연다. 

▲ 국사당 옆 고사목 가지에 앉는 새
국사당 마당을 지나가는 데 산새 한 무리가 산에서 날아오더니 국사당 마당 위 하늘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산으로 날아간다. 새들 나는 것이야 새들 마음이지만 신령이 깃들었다고 하는 인왕산 골짜기 국사당 마당까지 날아왔다 가는 새들을 보고 여행자를 반기는 목멱대왕의 인사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국사당에서 선바위 가는 길가 바위틈에 개복숭아 꽃이 만개를 지나 진다. 바위에 떨어진 꽃잎도 아직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꽃잎도 다 분홍빛으로 빛난다. 도화가 피고 산새 날아 사람 반기는 이 골짜기가 이름그대로 무릉도원 아닐까.

무학대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선바위를 지나 선바위약수터로 간다. 약수터를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솔밭길이 나오고 솔밭길 왼쪽으로 난 조그만 돌계단 샛길을 따른다. 

 

▲ 서울성곽을 따라 인왕산을 올라가는 길

굴곡진 바위산 아기자기한 산길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조금 가다보면 성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 조그만 철문을 나가면 성곽을 따라 올라가는 인왕산 등산길이 나온다.

이제부터는 서울성곽을 왼쪽에 두고 산길을 올라간다.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서서 숨을 고른다. 곰바위다. 곰바위에 서면 사방이 트이고 인왕산 정상으로 가는 성곽길과 함께 인왕산 정상도 보인다.

산 자체가 규모가 작아서 바위산길이라도 웅장하다거나 사람을 압도할 정도의 풍경은 아니다. 오히려 바위산 특유의 아름다움이 빛나고 굴곡진 바위능선을 오르고 내리는 아기자기한 산행의 맛도 즐길 수 있다.

▲ 인왕산 선바위가 서울 도심을 바라보는 것 같다
정상을 앞두고 두 다리와 두 팔을 써서 올라야 하는 바위가 나온다. 인왕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곰바위에서 바라보는 그것과 느낌이 또 다르다.

이제는 내리막이다. 기차바위와 자하문으로 길이 갈라진다. 목도 축일 겸 잠시 쉬며 뒤를 돌아보는 데 바위벼랑 위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산 전체가 바위다. 겸재 정선이 인왕산을 보고 그렸다는 인왕재색도가 생각났다. 겸재가 본 인왕산 풍경은 다른 곳이지만 지금 보는 이 풍경 또한 그에 못지않다.

 

▲ 인왕산 정상이 보인다
▲ 인왕산 정상에서 본 서울
시인의 언덕에서 만난 아름다운 부부
내려가는 데 올라오는 사람들이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쉰다. 내리막길을 천천히 걷는다. 산길 끝은 자동차 다니는 도로다. 도로를 건너 자하문 방향으로 가다보면 윤동주 공원이 나온다. 시인의 언덕이다.

▲ 윤동주공원
▲ 인왕사 종
소나무 한 그루 성곽 앞에 서 있는 풍경이 운치있다. 이미 누군가 그 소나무 아래 성곽에 걸터앉아 있다.

목책을 따라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목책에는 윤동주의 시가 적혀 있다. 소나무와 성곽 그리고 성곽에 걸터앉은 사람을 사진 한 컷에 담는다. 인사를 하고 사진을 사용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허락하며 메일로 사진을 보내달라는 부탁까지 한다. 소나무 아래 성곽에 걸터앉은 그 자리가 결혼 전 데이트 장소이자 둘 만의 아지트였다는 말도 덧붙인다.

결혼 한 뒤에도 시간 날 때면 자주 온다는 그들의 얼굴은 선량하다. 성곽을 따라 내려가서 도로를 건너면 자하문이다. 여기부터는 인왕산이 아니라 북악산이다.

 

▲ 인왕산은 바위산이다. 절벽에 놓인 철계단을 내려와서 서울성곽길을 따라가다보면 윤동주공원과 자하문이 나온다

▲ 북악산 서울성곽이 보인다. 사진 좌측 하단에 자하문이 있다.
▲ 국사당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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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