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돌탑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돌탑
  • 나무신문
  • 승인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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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북 충주 중앙탑

▲ 충북 충주 중앙탑
탑은 땅에 밑동을 두고 하늘로 솟구치는 수직 구조물이다. 사람들은 수직으로 우뚝 선 탑을 하늘과 땅의 기운을 잇는 상징물로 생각했다. 기원의 대상으로서 탑은 사람들의 마음이 깃들어 살아 있는 듯 여겨진다. 

 

시골길을 달리는 우편마차처럼    
계획한 여행을 포기하기에는 비가 너무 낭만적이다. 때로는 궂은 날씨가 여행의 맛을 더 살려줄 때도 있다.

차 앞 유리창에 추상으로 흘러내리는 빗물과 함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네케의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선율이 흐른다. <크시코스의 우편마차>가 <카우보이의 우편마차>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니 아마도 네케는 100여 년 전 동유럽 시골마을 어디쯤을 지나는 우편마차를 보았을 것이다.

길 한쪽 끝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며 천천히 달려와서 길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끝까지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우편마차를, 우편마차가 지나가는 풍경을 그는 마음에 품었겠지.

우편마차가 지나간 길은 피아노 흰건반과 검은건반 위에서 온전하게 되살아났다. 나무 몇 그루 덩그러니 서 있는 푸른 풀밭 위에서 서성이는 소떼들, 그 사이로 난 흙길 그리고 우편마차, 아마도 저녁이었을 것이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하늘에는 별도 몇 개 빛났겠지.  시골길 그 끝 어디쯤 목동의 집에서 굴뚝연기가 피어올라 밤은 더 따듯해도 좋았겠다.    

충주로 가는 시골길을 달린다. 도로 위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마다 차가 덜컹거린다. 100여 년 전 우편마차를 탄 기분은 처음 목적지인 중앙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됐다.  

 

▲ 연둣빛 물오른 버드나무
비에 젖은 거대한 돌탑
비는 더 거세지지도 그치지도 않았다. 우산을 받치고 중앙탑공원으로 들어선다. 물가의 버드나무잎이 비를 맞아 연둣빛 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다.

푸른 풍경 속에서 눈에 띄는 거대한 돌탑 하나, 언뜻 보기에도 십 미터는 넘어 보인다. 흐트러진 곳, 이지러진 곳 없는 돌탑은 땅에 심을 박고 하늘을 연결하는 영매 같았다. 하늘에서 시작해서 땅으로 떨어지는 빗줄기가 탑 끝에 내려 탑을 적시고 탑을 타고 땅으로 스민다.

하늘과 땅은 그렇게 이어져 거대한 돌탑은 비에 젖고 하늘은 탑 앞에 모은 간절한 두 손의 기원으로 물든다.

거대한 돌탑 앞에 우산을 쓴 사람들이 모여 있다. 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는 사람들이다.

충북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에 있는 중앙탑의 원래 이름은 중원탑평리7층석탑이다. 국보 제6호이니 대한민국에서 서열 여섯 번째 문화재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각축장이었던 충주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후 신라 영토의 중앙이었나 보다. 신라의 북쪽과 남쪽 끝에서 비슷한 보폭과 속도를 가진 두 사람을 동시에 출발시켰는데 그 두 사람이 만난 곳이 지금의 중앙탑이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한 나라의 중앙에 선 탑, 통일 신라에 남아있는 고구려와 백제의 유민들과 분열된 신라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진정한 통일을 이루고자 했던 신라 지배 권력의 뜻이 담긴 탑이 중앙탑이다.

1917년 탑을 해체해서 복원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탑에서 구리거울, 목제칠합, 은제사리함, 청동합 등이 발견됐고 탑 주변에 연화대석이 지금도 남아 있는 걸로 봐서 아마도 중앙탑은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어떤 사찰의 탑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 경북 예천 향교 건물
▲ 경북 예천 향교 명륜당
조선 태조 이성계 때 만들어 진 용궁 향교
이번 여행의 최종목적지인 예천으로 가기 위해 차를 달린다.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히터를 틀어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잠이 든다.

운전하는 일행이 깨우는 바람에 일어났다. 예천에 도착했다. 예천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을 찾고 있는데 점심 때가 지난 허기가 인도하는 곳은 순대국밥집이었다. 그렇게 먹은 예천 순대국밥은 추천할 만 했다.

삼강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밤을 맞이했고 초등학교 건물을 숙소로 만든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예천의 여러 여행지를 다녔다. 예천의 여행지는 꾸민 듯 아름답지 않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붙잡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용궁 향교가 그렇다. 알려진 여행지도 아니고 사람들도 찾지 않는 곳이다. 일부러 찾아가야 볼 수 있는 그 곳에 우리는 도착했다.

충북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에 있는 용궁향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0호다. 조선 태조 7년(1398년)에 세워졌다. 원래는 지금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약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조선 2대 임금 정종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중종 7년(1512년)에 다시 지었다. 이후 선조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선조와 인조 임금을 거치면서 다시 복원했다.

조선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용궁향교는 다른 지방의 향교와 다른 분위기다. 관록 있는 건물에서 그 옛날 글 읽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산기슭 아래 작은 마을과 함께 어울려 있는 모습도 온화하다.

 

▲ 경북 예천 향교 전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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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