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랜시간 전해내려 오는 ‘나무를 다루는 방법’
일본의 오랜시간 전해내려 오는 ‘나무를 다루는 방법’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3.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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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木匠의 세계 23

 

▲ 조사공 구전 족자 角鳥寺工 口傳 簇子, A scroll with an orally transmitted story, 128.7×7.4, 오가와 미츠오

현재 건축에 사용하는 나무는 천연목이 아니라 식재하여 육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고대와 중세 건축물에 사용하는 나무는 자연에서 수백년 또는 천년 이상 자란 나무이다. 니시오카 동량은 ‘천년 된 나무가 천년 간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이는 수령 천년 이상의 나무로 건축물을 지어야 천년을 버티는 건축물이 탄생한다는 뜻이지만, 현실적으로 천년 된 나무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법륭사는 사찰인근에서 법륭사 수리용 목재를 직접 키우고 있었기에 1300년 동안 사찰의 수리가 가능했다.

동량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건축용 목재를 옮기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목재가 건조되고, 나무의 성질에 맞춰 가공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나무의 성질에 맞는 쓰임을 찾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동량에게 전해 내려온 나무를 다루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조사공 구전 족자 궤 角鳥寺工 口傳 簇子 櫃, A container for a scroll with an orally transmitted story, 76.3×7.4, 오가와 미츠오

 

당탑堂塔 건립에 필요한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사찰건축에 필요한 목재는 직접 산에 가서 지질과 환경을 보고 구하라는 뜻이다. 같은 산에서 자란 나무로 하나의 탑을 지으라는 의미도 있다.

 

나무의 생육방위生育方位 그대로 사용하라
정상에서 자란 나무, 골짜기에서 자란 나무,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 나무 등 생태환경에 따라 나무의 성질이 달라진다. 제재해도 나무의 습성이 남아 있으므로 나무가 자란 생육방위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당탑堂塔의 조립은 나무의 성질을 살려서 맞추라
사찰건축에는 큰 나무를 사용한다. 큰 나무는 큰 힘으로 휘려고 하기 때문에 조립할 때 그 휘어지는 특징을 이용해 힘이 맞물리도록 조립한다. 니시오카 동량은 나무의 성질을 파악하고 사용한다면 ‘나쁜 나무는 없다’라고 말한다.

 

일본 궁궐 건축에는 주로 노송나무가 사용됐다. 노송나무는 끌과 대패질이 수월해 목수가 다루기 편한 나무라고 한다. 목질이 단단하고 습기에도 강해 노송나무는 기둥감으로 제격이다. 법륭사와 약사사를 비롯해 일본의 고건축물은 노송나무를 사용했다. 『일본서기』에 노송나무에 관한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카라쿠니韓鄕의 섬에는 금은이 가득하다. 섬에 가려고 하니 배가 없어 건널 수 없다.
땅의 신, 스사노오 노미코토가 얼굴의 수염을 뽑아 뿌리자 삼나무가 됐다.
가슴의 털을 뽑아서 뿌리자 노송나무가 됐다.
꼬리의 털은 젖꼭지나무가 됐다.
눈썹의 털은 녹나무가 됐다.
스사노오 노미코토가 말하길
“삼나무와 녹나무는 배를 만드는 것이 좋다.
노송나무는 궁을 짓는 나무로 사용하면 좋다.
젖꼭지나무는 관을 만드는 재료로 써라”

 

 

▲ 법륭사 금당

 

니시오카 동량의 가르침법륭사 동량 대대로 내려오는 가르침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왔기에 법륭사 구전口傳이라고 불리는데, 니시오카 동량은 할아버지 니시오카 츠네키츠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이는 사찰건축을 담당한 궁목수에게 내리는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오가와 미츠오는 니시오카 동량의 가르침을 이어 받아 11가지로 정리해 이카루카공사의 구전으로 전하고 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불神佛을 숭상하지 않는 자는 사두가람社頭伽藍을 입에 올리지 말라
※가람 조영에는 사신상응四神相應의 땅을 찾아라
※당탑堂塔용으로 쓸 목재는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나무는 생육 방향에 맞춰 사용하라
※당탑의 조립은 나무의 성질을 살펴서 맞추라
※나무의 성질 맞추기는 목수들의 마음 맞추기와 같다
※목수들의 마음 맞추기는 동량이 목수들에게 가지는 따뜻한 마음이다
※백 명의 목수가 있으면 백 가지의 생각이 있다. 이것을 하나로 통솔하는 것이 동량의 기량이다
※백론百論을 하나로 고정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백론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량이 없는 자는 동량의 자리를 떠나라
※여러 가지 기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상신의 은덕이니 조상신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료제공 _ 수원화성박물관(담당 학예팀 오선화 031.228.4209)
에디터 _ 박광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