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다섯 가지 맛
목포의 다섯 가지 맛
  • 나무신문
  • 승인 2013.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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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전남 목포

▲ 목포5미 중 하나. 게장
지방색은 음식에서 마무리 된다. 목포에는 다섯 가지 맛이 있다. 갈치요리, 홍어삼합, 민어요리, 세발낙지, 게요리가 그것. 그래서 목포여행은 5끼니를 기준으로 해서 2박3일 일정을 잡아야 제 맛이다.

 

▲ 목포5미 중 하나. 홍어삼합
홍어삼합과 게장 그리고 인동주
목포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었고 여행 보다는 음식을 먼저 찾아야 했다. 목포에서 처음 만난 음식은 홍어삼합과 게장이었다. 목포의 다섯 가지 맛 중 한꺼번에 두 개를 맛보는 순간이었다.

게장은 역시 밥도둑이었으며 홍어삼합은 술도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눈앞에 펼쳐지는 ‘인동주’의 향연. 게다가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 않는가. 

‘인동주’는 인동초를 넣어 만든 술인데 막걸리와 맑은 술 두 종류가 있다. ‘인동주’라는 이름 아래 ‘인동초막걸리’와 ‘인동초평화주(맑은 술)’가 있는 것이다. 이 술은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청와대 행사에 많이 사용됐다고 한다. 

인동초는 겨울에도 말라죽지 않는 식물 중 하나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인동, 꽃봉오리를 금은화라고 불렀다. 종기, 신장질환, 피로회복, 강정, 건위, 정장, 식욕부진, 해열, 부종, 숙취, 열독, 소변불통, 당뇨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인동초막걸리’는 색이 노란 게 예쁘다. 술을 잘 못 먹는 사람도 한두 잔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식사 전에 한 동이 나누어 마시면 좋겠다. ‘인동초평화주(맑은 술)’는 맛이 풋풋하고 순수하다.

밥 먹기 전에 ‘인동초막걸리’ 한 사발, ‘인동초평화주(맑은 술)’ 두어 사발 먹었는데 봄 나무에 신록 물오르듯이 몸에 피가 잘 도는 느낌이다. 

홍어삼합 안주에 술을 먼저 먹고 나서 밥과 게장으로 한 끼 식사를 마무리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홍어삼합과 게장을 놓고 차분하게 ‘인동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 목포5미 중 하나. 민어
회의 제왕
여행을 마치고 저녁이 됐다. 세 번째 목포의 맛은 민어였다. 민어는 매운탕으로 먹어본 게 전부였다. 매운탕 맛은 여느 매운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민어회의 맛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 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저녁은 그냥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어회와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다. 비바람을 뚫고 여행지를 돌다보니 몸이 쉬 피곤해졌다. 밥맛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민어회는 달갑지 않은 안주였다. 소주 한 잔에 피로가 가신다. 민어회 한 점을 입으로 넣고 씹었다.

사실 민어회는 여름이 제철이란다. 제철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 맛이 이런거구나!’ 라고 알게 해준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에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입안에 풍성하게 퍼진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계속 씹고 싶은데 입안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또 한 점, 또 한 점…….

그날 밤 나는 민어를 회의 제왕 자리에 올렸다. 민어회의 맛에 소주와 맥주병이 나뒹굴었다. 그날 밤은 민어회로 아름다웠다.

 

해장국으로 먹은 ‘세발낙지연포탕’
다음날 아침 해장국으로 먹은 요리가 ‘세발낙지연포탕’이었다. 목포의 네 번째 맛, 세발낙지연포탕. 낙지는 그냥 날로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하고 볶아먹기도 하는 데 술 먹은 다음 날 아침에 먹기에는 연포탕이 적격이었다.

미리 차려진 연포탕에는 낙지가 없었다. 대추와 은행 등 부재료에 전복이 보인다. 그렇게 끓는 연포탕에 낙지가 투하된다. 간단하게 익힌 다음 먹기 좋게 손질한다.

낙지가 뻘의 맛과 바다의 맛을 머금었다. 그렇게 질기게 생긴 놈이 살은 부드럽다. 뜨거워서 시원한 연포탕 국물과 낙지를 한꺼번에 뜬 숟가락을 연거푸 입으로 가져간다. 이마에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기어코 등줄기를 타고 땀이 구른다. 그때서야 목포 바다가 내 몸을 적시는 느낌이다.

 

▲ 목포5미 중 하나 갈치조림
생물갈치의 부드러운 맛
점심 때 갈치조림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목포의 다섯 가지 맛을 다 먹어본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갈치조림이 가장 맛있었다. 밥 두 공기를 다 비우고 나서도 숟가락을 놓기 아쉬웠다. 

갈치하면 흔히 ‘목포 먹갈치’ ‘제주 은갈치’ 등으로 알려졌다. 은갈치는 은빛 살갗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고 먹갈치는 살갗에 흠집이 나서 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한 것이다. 
‘은갈치’건 ‘먹갈치’건 목포의 갈치조림은 생물갈치를 쓴다. 그래서 갈치살이 부드럽고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흔히 갈치조림은 양념맛이 좌우한다고 하는 데 기본적으로 고기의 맛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50년 전통의 식당에서 만든 갈치조림은 생물갈치와 함께 배춧잎과 고구마줄거리, 무와 갖은 양념을 넣고 조린다. 이때 배춧잎은 한 번 살짝 삶아서 넣는다. 배추를 생으로 넣어 삶으면 신맛이 돌기 때문이다. 

양념맛과 고기맛이 서로에게 잘 스며들었다. 거기에 무와 배춧잎 고구마줄거리에도 양념맛이 진하게 스며들어 먹기에 딱 좋았다. 짜지도 않고 삼삼한 것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목포의 다섯 가지 맛을 다 본 뒤 찾아간 여행지는 유달산이었다. 마침 무슨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 한 켠에서 차 시음회를 하고 있었다. 다가가 앉으니 차 한 잔 하라신다. 엷은 노란빛이 도는 차 한 모금에서 꽃향과 생강향이 동시에 난다. ‘목련꽃차’였다. 목포5미의 후식으로 ‘목련꽃차’만한 게 없을 것 같다.

 

목포 1박2일 여행에서 아쉬운 게 있다면 게요리와 홍어삼합, 그리고 ‘인동주’를 놓고 돌아섰던 첫날 점심이었다. 게요리와 밥을 먹고 별도로 홍어삼합과 ‘인동주’를 먹었다면 최고의 조합이었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첫날 저녁에는 홍어삼합과 낙지요리를 놓고 ‘인동주’ 술상을 받았을 테고, 두 번째 날 저녁에 민어회 술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게 2박3일은 지내야 목포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인동주 그 풋풋하고 순박한 맛이 나를 또 목포로 부른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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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