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목 “정부에 협조하면 손해본다?”
방부목 “정부에 협조하면 손해본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2.1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택용방부목’…산림청 믿고 대체수종 준비한 수입업체 ‘멘붕’

오락가락하는 방부목 기준이 업계를 멘붕에 빠트리고 있다. 멘붕은 멘탈붕괴의 줄임말로‘정신이 무너질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뜻하는 신조어.

지난해 산림청은 ‘불량 방부목’ 근절을 위해 현행 H1과 H2 등급 제품을 방부목 고시에서 삭제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1년여에 걸쳐 줄기차게 진행돼 오던 산림청의 이와 같은 방침은 같은 해 10월 갑자기 ‘없던 일’이 돼 버렸다.<나무신문 2011년 10월 17일자>

때문에 당시 산림청의 H2 등급 고시 삭제 방침에 맞춰 방부목 생산시설 보강에 나섰던 일부 제조업체들은 하루아침에 ‘도로아미타불’ 신세가 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이번에는 방부목 KS 기준에 ‘개인주택용가압식방부처리목재’가 신설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수입업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나무신문 12월 24일자>

기존 방부목 등급기준에 따르면 최근 가장 많은 방부목 재료로 사용돼 오던 SPF 구조목을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가압식 방부목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등급 방부목인 H2등급 제품도 5㎜라는 침윤도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SPF는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때문에 한때는 일 년에 2000에서 2500컨테이너까지 수입되는 것으로 집계되던 캐나다산 SPF 구조목 수입이 지금은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 KS기준 신설이 추진되고 있는 ‘개인주택용가압식방부처리목재’는 침윤도 기준이 없어지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캐나다산 SPF 구조목을 이용해 방부목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리는 셈이다.

이 기준이 신설될 경우 수입업계에서는 캐나다산 SPF 구조목을 다시 수입하면 그만일 것 같지만, 문제는 벌써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H2등급 존치 결정 이후,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강력한 품질단속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내년 시행을 앞둔 목재법에서는 지금보다 매우 강력한 법적 제제가 가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많은 수입업체에서 캐나다산 SPF를 대체한 나무들을 방부목 생산용으로 수입해 놓은 상황이다. 이들 수종들은 SPF에 비해 방부가 수월해 그만큼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나무들.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방부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

다시 말해 캐나다산 SPF 구조목을 이용한 방부목 시장이 다시 열릴 경우 이들 제품들의 판매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광주의 한 목재제품 수입업체 대표는 “내년부터 방부목 품질단속이 강화된다고 해서 방부목 생산용으로 서던옐로우파인을 잔뜩 들여놓은 상태다”며 “그런데 캐나다산 SPF로 다시 방부목을 만들 수 있으면 가격이 비싼 이 나무를 누가 사가겠나. 만약 SPF 방부목이 다시 허용된다면 아무도 서던옐로우파인 방부목을 사가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방부목 시장은 정부정책에 협조하는 사람만 손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 “우리처럼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