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경기, 싸게 판다고 더 팔리는 시장 아니다
[사설]불경기, 싸게 판다고 더 팔리는 시장 아니다
  • 나무신문
  • 승인 2012.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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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심상치 않다. ‘이 고비만 넘기고 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지푸라기 같은 기대마져 무참하게 짓이겨졌다.

우리 업계가 지난 7월과 8월 사상 유래 없는 무더위를 동반한 휴가기간이라는 불경기를 견딜 수 있었던 힘은 이제 곧 계절적 성수기의 관문인 9월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한 장 남은 달력이었다.

특히 무더위로 미뤄졌던 수요들까지 합쳐지면 수요가 ‘터질 것’이라는 장밋빛 애드벌룬이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운 하늘 위에서도 공공연하게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문이 열린 9월 장은 심하게는 예년의 반토막에 불가할 정도로 처참했다. 휴가와 무더위가 겹친 8월보다도 경기가 안 좋았다는 집계까지 나오고 있다.

7월과 8월 공사가 없었던 것은 더위 때문이 아니라 현장 자체가 없었다는 게 때늦은 분석이다. 더욱이 마무리 단계의 자재는 물론 공사를 시작하는 단계 자재까지 미동도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침체는 올해를 넘겨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흑빛 전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장 가격이 다시 원가 이하로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부분이다. 직접 수입하는 단가보다 시장에서 나오는 물건이 더 싼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가격은 해당 기업의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 폭을 가질 수 있다. 아니 할 말로 당장 망하는 것보다는 원가 이하로 판매해서 살아남는 게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출혈경쟁의 상당 부분이, 노느니 남의 거래처나 빼앗아 오자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게 업계내의 분석이다. 이래서는 정말 안 된다.

지금은 가격 싸게 낸다고 물건 더 팔리는 시장이 아니다. 싼 가격으로 빼앗은 거래처는 더 싸게 내는 집으로 언제든지 갈아탈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웬만큼 싼 가격으로는 남의 거래처를 빼앗아 가지도 못한다. 오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의 관계만 어색하게 만들어 놓을 뿐이다.

물건들의 가격 마지노선은 집집마다 다 거기서 거기다. 굳이 서로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최소한 이 가격은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